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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게임업계 '자율규제'로 신뢰 쌓아야


진짜 '자율규제'가 게임업계 미래를 밝게 만든다

[허준기자] 2013년은 게임업계 '자율규제'의 원년이다. 남경필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이 취임하면서 자율규제 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했고 실제로 지난 5월31일, 고스톱 포커류(이하 고포류)게임 자율규제안이 발표됐다.

자율규제는 게임업계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고포류게임을 비롯한 일부 게임의 과도한 사행심 조장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게임업계는 게임을 과도하게 이용하고, 비정상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문제지 게임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외친다. 하지만 외부에서 게임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싸늘하다. 셧다운제를 필두로, 매출 강제 징수 법안, 게임중독 기금 마련 법안 등이 계속해서 등장해 게임에 '나쁜 것'이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

이런 시선을 바꾸기 위해서 자율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게임의 사행화를 막고, 게임중독을 막기 위해 업계 스스로가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밖에서 '나쁘다'고 외칠 때 게임업계가 '나쁘지 않다'고 말할 근거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협회가 의욕적으로 발표한 고포류게임 자율규제안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고포류게임 사행심 조장의 근본적인 원인인 불법환전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반드시 게임머니 제한이 필요했지만 게임업계는 게임머니 제한이 아닌 시간 제한만을 주장했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는 업계의 자율규제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난 19일 게임머니 이용제한 내용을 담은 고포류게임 규제안을 발표했다. 문화부는 시간 제한만이 담긴 자율규제안으로는 불법환전을 근절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실 문화부와 게임산업협회는 고포류게임 규제안도 자율규제로 해결하기 위해 오랜시간 논의했다고 한다.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이유는 게임머니 이용제한 때문. 협회는 게임머니 이용제한만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고 문화부는 게임머니 이용제한은 반드시 자율규제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문화부 관계자는 "업계가 게임머니 이용제한을 자율규제안에 절대 담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게임머니 이용제한이 불법환전을 완전히 근절할 수 있는 방법임을 업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며 "업계는 게임머니를 제한하면 불법환전이 줄어들고 그러면 자신들의 매출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문화부는 업계의 자율규제안을 보고도 시행령 개정이라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고포류게임을 규제 의지를 밝혔다.

여기서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가 게임머니를 제한할 것을 업계가 알고 있었다면 업계는 매출감소가 불가피하더라도 이를 자율규제안에 포함시켰어야 한다. 법적인 규제가 자꾸 생기면 게임업계도 점점 움츠려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어떻게든 게임머니 제한을 피해보려다 법적 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른다는 인상을 대중들에게 주는 것도 게임업계 전체적으로 봤을때 좋을 것이 하나 없다.

향후 협회는 제2, 제3의 자율규제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확률형 아이템이나 모바일 카드게임의 과도한 사행심 조장에 대한 문제지적은 수년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문화부도 협회의 자율규제안 발표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문화부 게임산업과 이수명 과장은 "고포류게임의 사행심 조장은 반드시 막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법으로 규제했지만 향후 문화부가 나서서 게임산업을 규제하는 일을 없을 것"이라며 "업계 자율적으로 규제안을 만드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제 게임업계가 제대로 자율규제를 보여줄 때다. 고포류게임 자율규제안으로 이미 한차례 교훈도 얻었다. 피해가려다 보면 더 큰 산을 만난다는 교훈이다.

솔직해지자. 게임업체가 청소년들에게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한 것도, 모바일 카드게임에서 최상위급 카드를 뽑아 강화하는 시스템을 통해 매출 극대화를 노린 것도 사실이다. 이용자들이 이런 시스템에 대해 엄청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도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나올 자율규제안에 과도한 사행심 조장을 막고 과도한 몰입을 막을 수 있는 안들이 담기길 기대한다. 그래야 게임에 찍힌 낙인이 사라지고 건전한 취미생활, 즐길만한 문화콘텐츠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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