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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기술영향평가 제대로 하자


 

최근 '기술영향평가'라는 다소 생소하기까지 한 개념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8일 녹색소비자연대는 "기술영향평가 없는 RFID 도입을 우려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RFID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성급하게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자태그'라고도 불리는 RFID는 상품마다 고유의 정보를 입력, 해당 물품의 각종 이력 등을 손쉽게 습득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이 때문에 물류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비약적 발전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수단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USN(Ubiquitous Sensor Network)의 등장으로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개인의 동선이나 생활 패턴을 파악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 상황은 기술영향평가가 가진 원래의 목적에 한참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01년 과학기술기본법에 의해 마련된 기술영향평가는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4~5년 사이 과학기술 각 분야에서 실로 괄목할 만한 결과들이 쏟아져 나온 점을 감안했을 때 이는 기술영향평가가 정상작동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기술영향평가의 문제는 주요 경제 부처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가운데 과학기술부 산하기관이 평가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데에서 발생한다. 경제 부처 내에 일반화돼 있는 '기술이 발전해야 나라가 부강해진다'는 이데올로기는 기술로 인한 부작용을 '사후 대응'의 과제로 보기 때문에 현 방식의 기술영향평가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술적 사안에 대한 예리한 분석보다는 뜬 구름 잡는 식의 결론이 난무하고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냉철한 평가보다는 정부 입장에 대한 우회적 지지가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과학기술정책 집행과 평가가 한 테두리 내에서 이뤄지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국회나 제 3의 기관 등 기술영향평가의 주체를 두고 많은 얘기들이 오가고 있으나 적어도 행정부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인 논의 과정을 보장받을 수 있는 조직 체계가 구성돼야 한다. 독립성 확보를 통해 '자아비판'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면 그전보다 활성화된 논의들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이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의 지형을 바꿀 만한 거대 신기술은 그것이 무엇이든 일부 과학기술인력과 엘리트들만의 노력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납세를 통해 마련한 재원과 기존에 형성된 사회적 인프라에 근거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정호기자 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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