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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스타일②]10살 ETF, 20살 청년 되려면


'쏠림현상' 과해…균형 발전 필요

[이혜경기자] 국내 ETF시장이 10년 만에 눈부신 성장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던 만큼 개선할 부분도 적지 않다.

먼저, 특정 유형의 ETF에 대한 쏠림 현상을 보자. 상품 유형 면에서는 주식형 ETF의 비중이 80%로 압도적이다. 반면 해외의 경우, 주식형상품이 50%로 높은 편이긴 하지만 채권, 실물자산, 통화 ETF 등 비교적 유형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설정액 측면에서는 KODEX200(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삼성운용의 ETF)과 레버리지 ETF의 영향력이 강력하다. 우리투자증권의 최창규 애널리스트는 "설정액 기준으로는 KODEX200과 레버리지가 41%나 되어 쏠림현상이 심화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거래량면에서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가 독보적이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거래량 1위와 2위는 각각 KODEX레버리지(약 45억주), KODEX인버스(약 40억주)가 차지했다. 거래량 3위인 KODEX200의 거래량은 약 10억주다. 이 3가지 ETF의 일평균 거래량이 전체의 90%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레버리지와 인버스만 사고 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개인투자자, 특히 데이 트레이더들이 ETF로 몰려든 영향이 크다. 주식과 달리, 거래세가 없는 ETF의 특징이 이들을 유혹한 면도 있다.

한국거래소는 해외와 비교할 때 이 같은 점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의 회전율은 글로벌 시장 평균이 17%, 우리나라가 22%인데, 주식시가총액 대비 거래비중은 미국과 우리나라 0.04%로 동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국투신운용의 심재환 ETF 부문장도 "미국도 ETF 시장 초기에는 레버리지, 인버스 등이 먼저 인기였다"며 "이런 ETF들이 일단 시장을 형성하면 다른 투자자들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어 꼭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ETF로의 쏠림 현상은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우선 중장기로 투자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ETF 시장 참여 문호가 넓어지고 있다. 투자대상이 더욱 다채롭게 변화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지난 22일 금융감독원이 '구리ETF' 도입을 허용하며 실물 ETF가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 것을 비롯, 앞으로 국고채 레버리지, 합성ETF 등 차세대 ETF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ETF 시장의 쏠림현상은 투자자 유형에서도 나타난다. '개인투자자' 위주여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9월말 현재 개인의 ETF 계좌수와 일평균 거래대금은 각각 89%, 44%가 집중돼 있다. 기관의 계좌수와 거래대금은 각각 10%, 29%에 그치고 있다. 낮은 자본력, 잦은 매매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 개인 주도 시장의 부정적 측면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규제 완화를 선언했다. 지난 9월 연기금과 퇴직연금, 펀드 등 기관의 ETF 시장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규제 개선안을 내놓았다.

현재는 DB형만 가능한 주식형, 혼합형 ETF 투자를 DC형과 IRP퇴직연금도 적립액의 40% 내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현재 주식 ETF에만 허용된 펀드의 재간접투자 대상을 국고채 ETF 등으로 확대했다.

아직 미흡한 기관 ETF 투자… 확대시 긍정적 영향 기대

9월 규제 완화 발표 후 긍정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운용업계에 따르면 이후 연기금들의 ETF 투자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연기금이 들어오면 시장이 확 클 수 있다"며 "주요 연기금 중 한 곳은 주식형펀드의 20% 내외를 인덱스펀드로 두는데, 이로 미뤄보면 ETF도 상당히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태희 연구원은 "ETF는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장기 자산배분을 위한 성격이 강해 기관투자자를 통한 장기 간접투자에 적합한 상품"이라며 "향후 ETF를 활용한 연기금 및 펀드 등의 재간접 투자가 증가할 경우 국내 ETF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정 운용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ETF시장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ETF시장은 9월말 현재 순자산총액 기준으로 삼성자산운용이 56.7%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불균형적인 시장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은 도입 초기부터 꾸준히 ETF사업에 투자한 반면, 다른 운용사들은 장기간 개점휴업 상태에 있었던 것이 오늘날의 격차를 만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2002년 ETF 도입 당시 삼성, 우리, 한국 등 주요 대형 운용사들은 나란히 ETF 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ETF는 도입 후 수년 동안 주목 받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됐던 2008년 무렵부터 비로소 저비용 고효율 등의 매력이 알려지며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ETF 사업에 손을 놓고 있던 운용사들은 그제야 ETF사업 재정비에 나섰다. 하지만 초기부터 뚝심 있게 ETF 상품을 개발하고, 투자자 교육, 마케팅 등을 이어간 삼성은 이미 저만치 앞서간 뒤였다.

삼성과 비교하면 다른 운용사들이 부진하긴 하나 심하게 뒤처진 것은 아니다. 다행히 아직 ETF시장은 10살짜리 소년에 불과해서다. 미래에셋운용, 한국운용 등 일부 대형사들은 삼성처럼 ETF 전담부서를 별도로 운영하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신규 상품도 열심히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ETF 상장개수 기준으로는 가장 많은 44개의 ETF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ETF 수의 33%에 이른다. 올해에만 생활소비재, 소프트웨어, 증권, 화학, 자동차, 유동자금, 커버드C200 등 다양한 새 ETF를 상장시켰다.

자산규모가 미미한 소형 ETF들의 난립도 문제점 중 하나였다. 자산규모 100억원 미만의 소규모 ETF 비중이 전체의 36%나 된다. 규모가 작고 거래가 미미할 경우,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하고 운용 효율성이 떨어진다. 애꿎은 투자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곧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지난 9월 발표한 ETF 시장 관련 정책에 따르면 자산규모 50억원 미만이거나, 일거래대금 500만원 이하인 꼬마ETF들은 상장폐지가 추진되고 있어서다.

ETF 시대, 금융투자업계의 과제는?

ETF의 폭발적 성장은 액티브펀드 쇠락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이는 그동안 액티브펀드 운용과 판매에 힘써온 운용사들과 증권사들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삼성증권의 장효선 애널리스트는 "많은 운용사들이 ETF 시장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ETF 시장의 낮은 운용보수 등을 감안할 때 규모의 경제와 시장선점 효과를 달성한 일부 대형사의 독점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시장 진입이 늦은 중소형 운용사들은 특화된 헤지펀드사로의 진화, 스타일펀드로의 색깔 구축 등 차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증권사들에는 "일부 중소형 증권사가 최근 ETF 매매수수료 면제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는 시장점유율과 수익성 개선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중장기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일부 온라인사와 대형증권사만이 생존하고 상당수 중소형사의 시장 퇴출이 불가피하다"는 다소 어두운 전망을 밝혔다.

[인터뷰]한국투신운용 심재환 ETF부문장

"ETF, 펀드 시장 주인공 될 수 있다"
ETF 시장이 호조라는데, 현업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어떤가?

서울, 대전, 부산, 광주, 대구 등 5대 도시를 연간 봄가을로 2번 돌면서 투자자 교육을 하는데, 한 번 개최하면 200~300명쯤 온다. 아직 ETF가 덜 알려진 상태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호응이다. 일반 투자자들은 아직 ETF를 잘 모른다. 하지만 ETF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면 다들 호감을 보인다. 그래서 교육과 마케팅에 신경 쓰고 있다.

ETF가 크고 있지만 아직은 전체 펀드시장의 일부다. 액티브펀드를 넘어 주류 펀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ETF가 펀드시장의 주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수익률이 지수상승률을 넘어서기는 참 어렵다. 액티브펀드도 지수를 이기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비용이 저렴한 ETF가 액티브펀드보다 합리적으로 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레버리지, 인버스 ETF 등에 대한 쏠림현상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

레버리지와 인버스에 너무 치중됐다지만, 미국도 ETF 시장 초기에는 레버리지, 인버스 등이 먼저 인기였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두 곳만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가 있는데, 한국만 유독 인기이긴 하다. 한국에 상대적으로 이쪽에 더 관심 있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하지만 이런 쪽부터 움직이는 게 꼭 나쁜 건 아니다. 이들이 일단 초기 시장을 만들어줬고, 덕분에 다른 투자자들에게 관심도 환기시킬 수 있었다. 이보다 레버리지가 더 큰 선물, 옵션 시장도 있지 않나.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한국운용이 얼마 전 ETF 총보수를 업계 최저수준으로 내렸다. 어떤 효과가 나타나고 있나?

한국운용이 총보수를 내린 후 우리운용도 내렸고, 다른 곳도 내리려는 움직임이 있다. 보수는 개인보다 기관들이 더 민감한데, 한국운용에서 보수인하 후 고객이 많이 늘었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이익이 남나? 마케팅비 차원의 투자인가?

단순한 마케팅 전략만이 아니라, 저비용에 의의를 두는 ETF 본연의 의미로 봐달라. 내부적으로는 인덱스펀드사업 부문 전체적으로 여력이 있고, ETF 전망도 좋으니까 1~2년 정도 ETF에서 손실이 난다 해도 감내할 수 있기도 하다. 규모가 커지면 이익이 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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