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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만에 몰락한 썬 "일출에서 일몰까지"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한 때 '지지 않는 태양'으로 통했던 대표적인 정보기술(IT)기업이다.

스탠퍼드대학과 실리콘밸리라는 아우라를 모두 간직한 썬은 미국 IT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자바와 솔라리스를 양대 축으로 하는 썬은 "네트워크가 컴퓨터다"라는 모토를 내세워왔다. 썬은 특히 서버와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 운영체제 및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스탠퍼드대학 프로젝트로 첫 발

당시 스탠포드 대학교 석사과정 학생이던 엔디 벡톨샤임이 학교 프로젝트인 '스탠퍼드 대학교 네트워크'를 위한 CAD 워크스테이션을 개발한 것이 썬 창립의 시초였던 것.

이후 엔디 벡톨샤임인 이 워크스테이션을 판매하기 위해 스캇 맥닐리 등과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프로젝트명이었던 '스탠퍼드 대학교 네트워크(Stanford University Network)'의 약어를 따 회사 명을 '썬(SUN)'으로 했다. 썬은 설립 후 첫 분기부터 흑자를 내면서 업계의 각광을 받았다.

당시 이들이 선보였던 워크스테이션의 운영체제(OS)였던 '썬OS'가 '솔라리스'의 전신이다. 썬OS는 업그레이드 과정들을 거쳐 '오픈솔라리스'에 이르렀다.

하지만 썬을 실리콘밸리의 강자로 끌어올린 것은 1995년 내놓은 자바(Java)였다. "한번 개발하면 어떤 컴퓨팅 환경에서라도 사용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한 개방형 프로그래밍 플랫폼인 '자바'는 이후 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컴퓨팅 환경에 자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썬은 오픈소스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나스닥 시장에서 'SUNW'라는 명칭을 사용했던 썬은 2007년에는 아예 'Java'로 바꾸기도 했다.

◆닷컴버블 시작으로 흥망성쇠 반복

하지만 썬의 전성기는 짧았던 닷컴 붐 만큼이나 허무하게 끝났다.

2001년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썬도 바로 직격탄을 맞은 것. 하드웨어 판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썬은 수많은 온라인 기업들의 사업실패로 서버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2001년 12월 주가는 닷컴버블 직전인 1998년 수준인 100달러로 떨어지고, 1년 후에는 이 주가의 10분의 1수준인 10달러로 폭락한다. 이후 지속적인 사업 축소 및 감원을 단행하게 된다.

2000년도 중반부터 IT 업계에 일어난 '서버 다운사이징' 붐에 발맞춰 썬은 인텔이나 AMD 칩 기반의 X86 서버 시장에 뛰어드는 한편, 슈퍼컴퓨팅 사업에도 역량을 쏟아붓는다.

이후 2005 회계연도 2분기 1천900만 달러의 수익을 내며 한 때 반짝하는 기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8 회계연도 1분기에 16억 8천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주가도 다시 폭락하는 등 악재를 격게 된다.

마케팅 역량의 부족과 글로벌 경기침체의 타격으로 대기업 고객들을 잃고 또 다시 인력의 15~18%를 감원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여온 게 최근의 일이다.

결국 썬은 뛰어난 기술력과 철학, 인적자원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찬사에 걸맞지 않는 초라한 실적 성적표를 안고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된다. 당초 IBM이 썬을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2009년 4월 20일 오라클이 74억 달러에 썬을 인수하기로 했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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