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2주년] 글로벌 리스크에 '발목 잡힌' 국내 산업계


'우리 일 아닌 줄 알았는데'…가전·자동차·유통업계 모두 부정적 영향 우려

[아이뉴스24 김태헌,서민지,오유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와 미·중 갈등 심화 속 올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지며 지구촌 경제가 위기를 맞았다. 원자재 수급 불안, 원유 가격 급등, 물류 차질 등 공급망 위기가 증폭된 탓에 기업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고물가 여파로 내수 경기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여 장기 불황의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 중국의 성장률 둔화까지 겹치며 그야말로 '퍼펙트스톰' 상황에 놓였다. 이에 아이뉴스24는 창간 22주년을 기념해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를 긴급 진단하는 한편, 국내 기업들의 불황 파고를 넘기 위한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글로벌 리스크가 증대되면서 국내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진=조은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수출 위주의 가전과 자동차 산업은 물론 내수 위주의 유통업계까지 글로벌 리스크에 직면한 모양새다.

문제는 장기화와 후폭풍이다. 3년째 이어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는 두고두고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 가전업계, 최대실적에도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침울'

가전업계는 원재료 가격 상승, 물류 차질 등으로 인해 고심하고 있다. 코로나19 속 '펜트업(pent up, 억눌린)' 효과에 힘입어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원가 부담으로 인해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은 전년 대비 39%가량 상승했다. LG전자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철강 평균 가격이 전년보다 21.9% 상승했다고 밝혔다. 레진과 구리 가격은 각각 18.2%, 15.1%, LCD TV 패널 가격은 47.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원자재 가격은 안정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원자재 가격은 물론 물류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러시아향 물품 선적을 모두 중단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단기간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리스크들이 산적한 만큼 가격이 안정화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설명이다.

글로벌 리스크에 따라 국내 가전과 자동차는 물론 내수 위주의 유통업계까지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악영향이 우려된다. [사진=조은수 기자]

◆ 소비심리 회복에 'V' 반등 기대...성장세는 '제한'

국내 자동차 업계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세계 경제 회복과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린 소비심리가 해소되면서 'V자' 반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장기화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 및 긴축 움직임 등이 자동차 산업 성장세를 제한했다.

이 때문에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자동차 산업의 핵심 과제인 '탄소중립'에 따라 시장의 관심사가 친환경차로 향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와 같은 친환경차 수요 증가 예상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에 맞춰 전기차 등 고부가가치 차종 기술 개발에 집중하면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왔던 국내 자동차 업계 실적 반등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올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의 점진적 해소와 코로나19 영향으로부터 회복 등에 따른 대기수요 유입 등으로 자동차 수요가 전년 대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여전하다는 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 등으로 공급망이 불안정하다는 점 등은 국내 자동차 업계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들로 꼽히고 있다.

◆ 내수 중심 유통가도 원자재가격 급등에 '비상'

유통업계는 내수 중심의 시장으로 러시아와 동유럽 지정학적 이슈에 따른 직접 연관성은 적은 편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긴장으로 유가와 물가가 상승하고,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등 간접 영향까지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유통업계의 경우 대부분이 원부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리스크에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 최근 국제 밀 선물거래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밥상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5월 인도분 소맥 선물 가격은 전년 동기대비 42.46% 올랐고, 같은 기간 옥수수는 27.18%, 대두는 25.56%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밀·호밀·보리·옥수수 수출은 6월 30일까지, 백설탕과 원당 수출은 8월 31일까지 수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해 국내 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밀, 옥수수, 해바라기씨, 유채씨, 해바라기유의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이미 올초 가격이 오른 라면과 빵, 식용류 등도 이 같은 이유로 추가 가격 인상이 점쳐진다.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면 통상 3~6개월 이후 제품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국내에는 오는 2분기부터 본격적인 물가 인상 파도가 밀려들 것으로 보인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미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 있는 상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심리적 요인도 반영되기 때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등 긍정 이슈가 있으면 가격 역시 회복할 것"이라고 봤다.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긍정적 조언도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에 큰 혁신을 가져온 시기로 1997년 IMF, 2009년 금융위기, 현재를 꼽을 수 있다"며 "지금 기업들이 위기 상황인 건 맞지만, 오히려 혁신을 주도하며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시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오유진 기자(ou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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