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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이 베트남 대사관에 서신 보낸 이유


산업재해 제로도전…안전자문단 발족·전문기관 통한 안전진단 실시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지난 2월20일 저녁 8시42분께 충남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외주업체 소속 A씨(50)가 컨베이어벨트 후면 고무 교체작업 중 장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A씨는 결혼한 지 7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혼이어서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이 사고로 A씨의 아내 B씨는 한순간에 미망인이 됐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낯선 땅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남편의 사고로 그는 매일을 오열하며 남편을 가슴에 묻어야 했다. 언어도 통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녀에게 손을 내민 곳은 당진다문화가족지원센터였다.

사실 당진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B씨와의 접촉에 나선 것은 현대제철의 요청 때문이었다. 현대제철은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자 책임을 지고 유가족에 대한 보상 등을 논의했고, 평소 당진제철소와 우호관계인 당진다문화센터에 통역 등을 지원토록 의뢰한 것이다.

현대제철 제1고로
현대제철 제1고로

현대제철과 당진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B씨를 위해 장례를 비롯해 각종 법적 절차를 해결해주었다. 동시에 현대제철은 B씨가 심리적으로 불안해하고 있다보니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을 한국으로 모시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이 베트남 대사관에 서신까지 보냈다.

김용환 부회장은 서신을 통해 B씨의 모친이 한국 입국에 필요한 비용 등을 부담할테니 비자 문제 등 행정적인 절차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용환 부회장은 B씨가 모친을 한국에서 부양할 수 있도록 취업 문제에 대해서도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용환 부회장의 노력에도 현지의 행정적 절차 탓에 B씨 모친의 한국 입국이 좌절됐다. 결국 B씨는 고인과 살던 방의 보증금 문제를 비롯해 각종 절차를 마무리 짓고 지난 1일 고국으로 출국했다. B씨는 한국에 남은 시어머니에게 "영원한 시어머니"라며 감사의 편지를 남겼다.

업계에서는 김용환 부회장까지 나서서 사고수습에 나선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고를 내고도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일부 기업과 달리 현대제철은 경영진까지 나서서 사고수습에 최선을 다하는 점은 분명 본받을만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현대제철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종합적인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위험 요인을 제거해 무재해 사업장 조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자문단 설립, 근무자들의 안전소통 강화 등 내용을 담은 종합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전자문단은 산업안전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회사 측은 자문단을 통해 안전 전반에 관한 조언을 구하는 한편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종합적인 안전진단을 실시한다. 외부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구성하는 것은 업계 내 전례를 찾기 힘든 시도로 안전에 대한 김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관할 사업장 내에서 근무하는 모든(직영·협력·외주)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작업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장 곳곳의 잠재적 위험요소를 발굴하고 개선하는 작업도 병행된다. 이 밖에 기존 직영·협력·외주업체 각각의 기준에 따라 운영되던 안전관리 시스템을 'One System'으로 일원화해 모든 근로자에게 동일한 안전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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