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나]NLL 대화록과 송민순 회고록


[윤채나기자]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10월,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서해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새누리당은 '종북' 딱지를 붙여 공세에 나섰고, 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은 대화록 유출 혐의로 정 의원 등을 고소·고발하며 맞불을 놨다. 그러나 대선 후 공개된 대화록에 NLL 포기 취지의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화록 유출 사건 수사는 정 의원만 약식기소하고 나머지 관련 인사들은 모두 무혐의 처리하는 선에서 끝났다.

한동안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대화록 파문은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한 정책 경쟁이 펼쳐져야 할 대선 레이스를 진실과는 거리가 먼 정쟁으로 뒤덮은 채 용두사미로 끝났다. 각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평가해야 할 시기, 국민의 눈은 정쟁으로 가려지고 말았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16년 10월. 정치권이 또 한 번 들썩이고 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최근 펴낸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참여정부 당시인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표결에 앞서 북한에 의견을 물었다고 주장하면서다.

회고록에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뇌부 회의에서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자는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의 견해를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용했으며 결국 우리 정부는 북한의 뜻을 존중해 기권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새누리당은 다시금 '종북' 카드를 꺼냈다. 이정현 대표가 직접 나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 "북한과 내통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상식이 없는 짓을 한 사람들이 대선에 출마해 다시 그 방식을 이어가겠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도 했다.

더민주는 회고록 내용을 강력 부인했다. 추미애 대표는 "허위사실로 비방하고 흠집내기를 한다면 강력 대처하겠다"고 했다.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등 당시 회의 참석자들도 관련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반면 송 전 장관은 "진실은 어디에 가지 않는다. 책에 있는 그대로"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 등 북한인권단체는 문 전 대표와 김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송 전 장관이 회고록에서 밝힌 대로 두 사람이 대한민국의 주요 국가정책이자 외교 정책을 수행하기 전 북한의 의견을 물었다면 이는 반국가적 역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폭로→종북몰이→진실공방→검찰 고발·수사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NLL 대화록 파문 당시와 일치한다. 이번 사건을 두고 '제2의 대화록 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음 단계는 대통령기록물 열람 논란일 것이란 예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그리고 그 예측은 왠지 빗나갈 것 같지 않다. 이대로라면 1년 2개월 앞으로 다가온 19대 대통령 선거도 정쟁 속에서 치러질 수밖에 없다.

키(key)는 문 전 대표가 쥐고 있다. 송 전 장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덮고 갈 일이 아니다. 당사자인 문 전 대표가 나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사실과 관계없이 벌어지고 있는, 대선까지 지리멸렬하게 이어질 정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현재까지 문 전 대표는 "솔직히 그 사실조차 기억이 잘 안난다", "사실관계는 당시를 잘 기억하는 분들에게 물으라"고만 밝히고 있다. 이는 자칫 대답을 회피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참여정부 때 국정을 책임졌던 당사자로서, 차기 대선 유력 후보로서 더 늦기 전에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는 게 문 전 대표의 책무다.

윤채나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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