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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현] 민영화 잉크도 마르기 전 '외도'하는 KT


 

KT가 민영화 1주년을 기념해 19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 참여'를 전격 선언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 하게 만들고 있다.

민영화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엉뚱한 사업에 뛰어든 것이라는 평가다.

KT는 이미 올 3월 주총에서 정관을 변경, 부동산개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현재 3천평 규모의 부산건설국 부지에다 아파트를 짓기로 하고 부산시에 사업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이미 사업을 시작했다는 얘기다.

KT 관계자는 "유휴부지를 그냥 파는 것보다 건설사와 함께 아파트를 지어 판매하는 것이 부가가치가 높다"며 "앞으로도 추가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KT는 이미 김해(2만8천평), 나주(2만6천평), 화도(2천평) 연수원 부지도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KT의 이같은 움직임은 일견 이해가 간다. 민영화 이후 매출관리, 이익관리, 주가관리에 머리가 아픈 상황에서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분야가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KT는 전국에 250만평의 부지와 130만평의 건평을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왕국'이다. 대부분 도심 요지에 자리잡고 있는 알짜 땅이다. 이들은 공시지가로만 약 5조7천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도심의 비싼 땅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면 막대한 이익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경영실적을 좋게 하는데 너무 눈 앞의 손쉬운 방법만 좇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KT는 그동안에도 SK텔레콤 지분을 야금야금 판매 하는 것으로 손쉽게 실적을 지켜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T는 지난 2000년 당시 한솔엠닷컴을 인수하면서 현금 대신 SK텔레콤 지분 3.4%를 한솔그룹에 줬었다.

2001년 10월에는 SK텔레콤에 2.9%를 5천900억원에 매각했다.

2002년 4월에도 1.1%(2천650억원)를 장외에서 매각했으며 지난해 말에도 5%를 매각 1조208억원을 챙겼다.

올 1월에는 마지막 남은 지분 4.7%를 매각해 8천380억원을 거둬들였다.

유선전화 사업의 침체 속에서도 KT가 지난해 당기순이익, 영업이익 면에서 2002년에 비해 각각 80.6%, 23.3% 성장한 훌륭한 실적을 거둔데는 SK텔레콤 지분매각이 크게 작용했음을 KT내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통신업계에서는 'KT 사장하기는 식은 죽먹기'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았을까. 영업이 부진하면 SK텔레콤 지분을 조금씩 팔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KT가 부동산 개발 사업 참여를 선언한 것이 더 이상 매각할 SK텔레콤 지분이 없어진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업계의 평가가 과장된 것만은 아니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용경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KT는 앞으로 통신업계의 맏형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잘 되지 못하고는 국내 통신산업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또 민영화가 됐지만 KT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내 통신산업이 좌우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비용절감을 위해 납품업체의 단가 관리까지 강화해 가면서 한편으로는 부동산 개발이라는 비통신영역에서 수익을 좇는 모습이 결코 고와보이지 않는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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