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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애플 '핀테크'에서도 숙명의 라이벌


[특별기획-핀테크한류]2-2 페이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핀테크(금융+ICT) 융합 산업 선점을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발 늦게 뛰어든 우리나라에서도 회원가입시 본인확인 절차를 폐지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 입력절차만으로 본인확인 절차를 마칠 수 있게 되는 등 핀테크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핀테크 시대의 '결제전쟁'은 스마트폰 단말기와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밖에 없는 생태계의 구조적 특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중국기업의 거센 도전이 있지만 우리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진검승부가 예상되는 상태.

애플은 스마트폰 업체 중 유일하게 콘텐츠 플랫폼 '앱스토어' 구축에 성공해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 경쟁력까지 입증한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막강한 제조력을 앞세워 아이폰 쇼크로 글로벌 기업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는 동안 애플의 유일한 대항마로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포스트 스마트폰'이라는 숙제가 남은 애플과 삼성의 관심사 역시 스마트 결제다. 지난해 9월 애플은 아이폰6 발표회에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의 애플페이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 중 본격적으로 결제 서비스에 뛰어든 것은 애플이 처음이었다. 아이폰6나 아이폰6플러스를 NFC 결제기에 갖다대기만 해도 애플페이는 결제가 완료된다.

애플은 비자, 마스터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3대 신용카드사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캐피탈원, 체이스, 시티, 웰스파고 등 500개 이상 금융사, 22만개 유통업체를 애플페이 제휴사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미국에서 약 20만개의 매장에서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애플은 애플페이 이용고객인 소비자와 매장주에게 결제 수수료를 일절 받지 않는다. 애플은 이 수수료를 은행이나 카드사에게 받고 있다. 애플은 수수료를 시중보다 저렴한 0.15%를 받는다. 은행과 카드사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화산될수록 현금이나 신용카드 제작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이점 때문에 금융권은 애플에게 수수료를 내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애플페이는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카드번호 그대로가 아닌 암호화된 번호를 스마트폰에서 별도의 보안 영역에 저장하며, 보안 수준을 강화하고 위변조를 막기 위해 카드번호를 고유의 암호화된 '토큰'으로 대체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애플은 음악,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전자책 등을 위한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어놓고 수수료를 얻는 플랫폼 사업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왔기 때문에 결제 서비스 진출을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난해 4분기만 애플은 앱스토어와 애플페이 등 콘텐츠 서비스 분야에서 매출의 6%인 4조8천억원을 벌여들였다.

팀 쿡 애플 최고 경영자(CEO)는 "더 많은 가맹점들이 애플페이에 가입하고 있다"며 "올해는 애플페이의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과 삼성 '치고 받는' 라이벌

삼성전자는 이 같은 애플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제조사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이 애플페이를 탑재한 아이폰6로 도전장을 내밀자, 삼성은 삼성페이를 적용한 갤럭시S6로 응수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 출시로 노키아, 블랙베리 등이 차례로 쓰러져간 살벌한 스마트폰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애플페이와 맞서는 대결은 지난 5년간 벌인 애플과 치열한 경쟁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삼성은 2008년 아이폰 쇼크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옴니아' 폰을 내놓지만 실패, '안드로이드' 전선을 확대하려던 구글과 손잡고 지난 2010년 5월 '갤럭시S'를 출시한 바 있다.

아이폰이 유치원생도 사용할 수 있는 쉬운 사용자환경(UI)과 콘텐츠 플랫폼 앱스토어,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운영체제 iOS로 모바일 시장을 평정했다면, 갤럭시S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계열사 역량을 총동원한 하드웨어 경쟁력과 구글플레이라는 오픈 콘텐츠 플랫폼으로 아이폰을 상대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 중 갤럭시S2로 지난 2011년 3분기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1위로 올라선 바 있다. 이후 삼성의 갤럭시S 시리즈는 3%대 점유율에서 30%가까이 치솟는 드라마를 썼다.

삼성전자는 2012년 2분기 이후 1위 체제를 굳혀 '삼성 스마트폰 =세계 1등' 공식을 구축했다.

그러나 삼성의 독주 체제는 지난 4분기 2년여만에 애플의 아이폰6플러스로 깨졌다. 시장조사기관마다 오차 범위안에서 삼성과 애플은 1,2위 다툼을 벌였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5로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하는 사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OS 점유율은 80%를 넘어갔다. 그러자 값싼 중국산 안드로이드폰이 봇물을 이루면서 갤럭시 스마트폰의 경쟁력이 떨어졌다.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의 선택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은 iOS 점유율 10%대로 방어하면서 '폰은 한 손에 쥘 수 있어야 한다'는 스티브 잡스의 철학을 버리고 5.5인치 화면 아이폰6플러스를 출시해 삼성을 턱밑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애플은 대화면을 선호하던 안드로이드 이용자까지 끌어모으며 지난해 4분기 분기 사상 최대 판매(7천450만대)를 기록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닐 모스턴 연구원은 "수백 개의 하드웨어 브랜드를 통해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출시되면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가격이 전세계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일부 제조사들만 이익을 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상황에서 갤럭시S6 프로젝트명을 '제로(0)'로 짓고 원점에서부터 스마트폰 개발을 재검토했다. 아울러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지지부진하던 콘텐츠 사업 조직 미디어솔루션센터(MSC)를 해체해 자체 콘텐츠 사업을 축소했다. 효율적으로 재고를 관리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모델도 20~30% 줄이기로 했다.

구글에 의존도가 높은 삼성이 자체 동영상, 전자책 등 콘텐츠 사업을 접으면서 '모바일 서비스' 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데 삼성 갤럭시폰에는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우려였다.

◆이재용 부회장의 킬러 서비스 '삼성페이'

삼성 스마트폰 사업에 잿빛 전망이 쏟아지던 지난 2월 삼성전자는 결제 서비스 업체 루프페이 인수를 발표했다. 삼성 스마트폰의 킬러 콘텐츠이자 플랫폼으로 모바일 결제서비스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한 셈이다.

삼성은 '삼성페이'를 빠르게 전파하기 위해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Magnetic Secure Transmission) 관련 기술을 가진 결제 서비스 업체 루프페이를 인수했다. 한국과 미국 시중 매장에서 볼 수 있는 포스(POS) 단말기치럼 MST 방식의 결제기는 보급률이 90%에 이르지만, 애플페이가 지원하는 NFC 방식의 결제기는 10%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갤럭시S6와 함께 삼성페이를 공개했다.

삼성페이는 카드 정보만 입력해 놓으면 스마트폰을 결제기에 갖다대는 것만으로 돈을 지불할 수 있는 결제 서비스다. 오는 7월 한국과 미국에서 시작한다.

국내에서는 앱카드 협의체에 속한 삼성, 신한, KB국민, 현대, 롯데, NH농협 등 6개사뿐만 아니라 BC, 하나, 우리카드 등과 협력해 1회용 가상 카드인 앱카드 방식을 우선 적용하여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마스터 카드(Master Card), 비자(Visa),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등 카드사를 비롯해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시티(citi), JP모간 체이스(JPMorgan Chase), U.S. 뱅크(U.S. Bank) 등과 글로벌 카드사, 금융사와도 협력한다.

삼성페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삼성그룹 금융 사업의 핵심 플랫폼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금융과 부동산 사업을 하는 국유 회사 CITIC(중신)그룹 창쩐밍 동사장(董事長, 대표이사)과 회동해 금융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MWC 행사기간에는 스페인이 아닌 미국으로 출국해 삼성페이와 관련된 현지 주요 카드사 2~3곳의 CEO들을 만나 포괄적인 협력방안에 대한 논의한 바 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를 애플페이 보다 빨리 전파하기 위해 MST와 NFC 결제 방식을 모두 지원하고, 애플과 달리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전략을 세웠다.

단기적으로 삼성페이에서 수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삼성페이 생태계만 구축된다면 스마트폰 판매는 물론 삼성페이안에서 다양한 커머스 모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도 보안을 위해 애플페이처럼 '토큰' 방식을 적용했으며, 자체 보안플랫폼 '녹스'가 해킹 등을 막도록 탑재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 그룹 IT 서비스 업체인 삼성SDS가 '생체인증(FIDO) 솔루션'을 들고 나오면서 향후 삼성페이에 접목될 가능성에도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생체인증은 모바일 결제의 걸림돌 중 한 가지인 보안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솔루션으로 각광받는 데다 삼성SDS 역시 삼성페이와 같은 삼성전자의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서비스를 확대하기 수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SDS는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인 KG이니시스의 '케이페이(Kpay)'에 '파이도' 솔루션을 도입해 앱 로그인과 결제 인증을 할 수 있도록 한 상태다. 생체인증 솔루션은 비밀번호를 외울 필요없이 한 번의 터치로 사용자 확인이 가능하고 단말기를 분실해도 생체정보 없이는 타인이 부정 사용할 수 없는 게 특징이다.

삼성SDS는 이를 기반으로 인증 서비스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글로벌통합인증센터를 설립 중이며 올해 상반기중 사내 인트라넷 망(mySingle)에 적용한 뒤 삼성 관계사 및 글로벌 기업고객 대상으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S SC사업부장 김호 전무는 지난달 생체인증 솔루션을 내놓으며 "향후 스마트폰 같은 하드웨어 제조업체 뿐 아니라 온라인 서비스업체, 보안 관련 기업 등을 대상으로 생체인증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마쳤다"며 "생체인증 솔루션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모델을 구축해 차별화된 인증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이인종 부사장은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쿠폰이나 기프트카드 등을 발행해서 앞으로 상업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광고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발전시키는 데 관심이 많다”며 “삼성페이도 생태계 구축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이' 서비스에 드리운 그림자

어떤 형태가 되건 결국은 스마트폰에 결제솔루션이 내장될 것이다. 그러나 참신한 아이디어도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사장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다보니 어떤 기능의, 누구의 서비스가 대중적으로 선택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이들 '페이' 서비스에 익숙지 않고 이를 탑재한 단말기를 확장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애플페이는 아직까지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 미국 시장조사업체 인포스카우트(InfoScout)는 미국에서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아이폰6 보유자 1천188명을 조사한 결과, 애플페이로 결제를 해봤거나 계속 결제하는 사람은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대다수에 해당하는 85%는 아예 애플페이 결제를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9%는 시도는 해봤지만 결제 방법을 잊었거나 가맹점이 어디인지 몰라 실패한 경우였다.

삼성페이는 애플페이보다 확장성 측면에선 장점이 많지만, 국내외에서 마그네틱 카드가 복제 문제로 IC카드(카드 앞면 집적회로 칩에 데이터를 저장 및 처리해 위변조 가능성이 적은 카드)전환되고 있는 점이 큰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유로모니터의 마이클 에번스 선임 연구원은 "삼성페이는 기존 유통업체들에게 단말기 업그레이드를 강요하지 않아도 된다"며 "삼성전자는 루프페이 인수로 애플페이에 대항할만한 강점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 모바일 결제시장의 환경은 전 세계적으로 IC 단말기로 전환이 진행되고 있어 삼성전자의 MST 결제방식의 유용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페이는 IC단말기 전환사업에서 MST 사용에 대한 정책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혜정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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