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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한류' 넘어야 할 산은 높고도 많다


[창간 15주년 특별기획]I-3 규제개혁·소비자 습관·금융 관행 관건

[이혜경기자] 핀테크 한류의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핀테크 한류로 나아가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금융당국이 지난 1월27일 전향적으로 핀테크 산업 지원방안을 발표해 어느 정도 큰 틀의 규제 개혁을 예고했지만, 당장 관련 규정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보니 현장에서는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규제가 어느 정도 풀린다 해도 소비자들이 낯선 핀테크에 익숙해지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고, 책임질 일은 피하고 싶어하는 금융권의 관행도 달라져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 정부 규제, 큰 틀의 개혁 방향은 나왔지만…

정부규제 관련해서 무엇보다 규제철학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내 금융관련 규제는 허가한 것 외엔 못하게 막는 '나열형(포지티브)' 방식이기 때문이다.

나열하는 스타일은 대륙법 체계 따르는 국내법의 기본 체계여서 어쩔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다행히 지난 1월2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핀테크 지원책에서 큰 틀의 방향 선회를 해 핀테크 업계에서 호평한 바 있다.

금융위는 당시 사전 규제 최소화, 기술중립성 원칙의 실질적 구현, 책임부담 명확화, 규제 예측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는 규제의 패러다임을 사전적, 전지적 규제방식에서 자율성을 보장하고 사후적 책임을 강화하는 형태로 바꾼다는 의미를 담아 매우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핀테크기업인 한국NFC 관계자는 "사전규제로 서비스 출시를 못하는 경우가 없어지고 사업성 및 제휴를 통해 서비스 런칭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빠른 기술과 시대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선진국형 규제패러다임으로 전환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가 신경 쓰는 대표적인 핀테크 분야인 인터넷은행의 경우, 자본금 규모, 계좌 개설시 대면 확인 여부, 금산분리 여부 등이 주요 이슈다. 금융위는 오는 4월16일에 공개세미나를 열고 관련업계 및 전문가들과 함께 인터넷은행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주요 이슈로는 자본금을 시중은행과 비교해 어떤 수준으로 잡을 것이냐가 문제다. 자본금 규모는 시중은행은 1천억원, 지방은행은 250억원이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중간쯤에서 잡힐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시중은행과 동일한 1천억원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도 있어 현재로선 예측이 어렵다.

오프라인 지점 없이 영업을 하게 되면 콜센터 및 전산 등에 대한 투자가 적지 않게 필요해 생각보다 비용이 들 수 있다는 것이 시중은행과 동일한 자본금이 필요하다는 쪽의 분석이다. 그러나 만일 이런 논리로 인터넷은행의 자본금을 1천억원으로 잡는다면 신규 사업자가 이렇게 큰 자본으로, 성숙산업인 은행업에 새로 뛰어들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산분리 원칙과 어떻게 조율할지도 관건이다. 금산분리의 기조는 그대로 두되, 인터넷은행 관련 부분에는 예외사항을 두는 내용이 논의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계좌개설시 대면확인만 허용하는 현행 금융실명법도 올해 안에 개정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파악된다. 해외에서는 이와 관련해 안면인식 기술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사례가 알려져 있다.

◆ 정부 규제 : 빅데이터, 크라우드펀딩 등 관심

핀테크의 주요 영역중 하나인 빅데이터 활용과 관련해 금융정보 공유를 얼마나 풀어줄 것인지도 관심사항이다. 카드정보 유출 사태 이후 금융정보 공유에 대한 제한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관련 핀테크 서비스에서는 카드모집인이 1개사 카드만 취급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현행 여신금융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여러 카드사의 카드를 비교해 추천하는 서비스를 하고자 해도 이 법이 가로막기 때문이다.

관련법이 국회 계류중인 크라우드펀딩도 관심사다. 이 크라우드펀딩 법안은 대출형은 제외하고 투자형에 한해 다루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크라우드펀딩 법안은 그러나 국회 정무위원회 국회의원들의 논의를 거치며 소비자보호 부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손질이 이뤄져 초안과는 꽤 다른 결과물이 나온 상태다. 일각에서는 발효되자마자 규제 족쇄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예를 들어, 정부 초안에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일반투자자의 투자 제한 부분이 정무위를 거친 후 일반투자자 1인당 투자한도로 동일기업에 500만원 이하까지만 허용하도록 보호장벽이 높게 세워진 것 등을 들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 법안은 4월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그래도 진척이 안 되는 외환 거래나 P2P(개인간) 대출 관련 핀테크에 비하면 크라우드펀딩은 형편이 낫다.

외환 송금은 현행 외환관리법 위반에 걸릴 수 있어 관련 법규 정비가 필요하지만, 정작 외환 당국에서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분위기다. 외환 송금은 외국환은행을 통해서만 거래가 이뤄져야 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외환 송금 핀테크 서비스는 우리나라 외환관리법에서는 일명 '환치기'로 규정하는 불법행위다.

환치기란 외환 거래 기관을 거치지 않고 국내외로 돈을 송금하는 행위를 말한다. 외국환거래법에서는 송금의 목적을 알려야 하고 환전시 수수료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외 외환거래 핀테크 서비스업체들은 외환 거래 수요가 있는 개인들을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거래를 중개하는데, 이는 환치기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에서도 토마토솔루션이라는 핀테크업체가 '트랜스퍼'라는 외환거래 중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외환관리법에 걸려 정식 서비스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개인간 외환거래뿐 아니라 기업간 거래에서도 해결이 필요하지만 외환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결제솔루션업체인 페이게이트가 알리페이 거래 관련해 외환당국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지 1년여가 되고 있지만 당국은 유권해석을 미루고 있다. 한국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환거래 관련 규제가 풀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외환거래 관련 핀테크의 미래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P2P 대출도 금융당국이 대부업으로 인식해 역시 뿌리 내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국내에서 금융사업하려면 금융업자로 등록해야 하는데, 자본금 규모를 고려할 때 스타트업이 대부분인 핀테크업체는 자본금 규모가 가장 적은 대부업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핀테크기업이 대부업 꼬리표를 달고 사업하기도 곤란하고 소비자 보호 문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게다가 P2P 대출은 그 자체가 많은 서류와 번거로움을 동반하는 금융기관의 대출을 쉽게 돕는 플랫폼이다. 가계부채가 1천조원을 넘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금융당국이 굳이 대출을 돕는 플랫폼을 지원할 동기가 부족할 수도 있다.

법규가 개선된다 해도 금융업체들의 몸 사리기로 인한 2차 장애물도 부담 요소다. 현장의 금융업체 담당자들이 이리저리 이유를 대며 협력을 거부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법을 풀어도 금융관련 협회의 규제가 남아 있고, 협회가 이를 풀어도 금융기관 담당자들이 규제를 이어간다"며 핀테크가 자리잡기까지 핀테크 기업들이 뚫고 가야 할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곤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것이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한 핀테크 세미나에서 "핀테크 이슈는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핀테크를 수용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의 부작용으로 인해 못하던 금융 비즈니스를 열어달라고 요구한 데 따라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열어줄 것이냐는 부분이 핀테크 이슈의 본질"이라며 "규제는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그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으로, 핀테크 기업들에 규제를 풀어주기 위해서는 핀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제공한 수 있음을 증명할 필요도 있다"고 언급했다.

◆소비자 습관 변화도 쉽지 않아

핀테크 기업들은 법적인 걸림돌을 치운다 해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 바로 '소비자들의 결제 습관'이다.

핀테크 영역 가운데 가장 많이 거론되고 기업들도 많이 뛰어들고 있는 분야는 결제와 송금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신용카드 결제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습관과 분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전 국민의 스마트폰 10개 중 9개에 깔려 있다는 카카오톡을 통해 결제(카카오페이)와 송금(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에 나선 다음카카오의 사례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뱅크월렛카카오 이용자 집계를 보면 서비스 첫 달인 작년 11월에 117만명이 이용했지만 12월에 61만명, 올해 1월 43만명, 그리고 올해 2월에는 111만명으로 나타난다. 2월 카카오톡 이용자수가 3천700만명임을 감안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인 것이다.

이용자가 300만명을 넘었다는 카카오페이는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아 보이긴 하지만, 역시 카카오톡의 이용자 수와 비교해보면 생각보다 적다.

송금의 경우, 기존 은행(PC 및 은행 모바일앱)을 통한 온라인 뱅킹에 익숙해 굳이 '카톡은행'을 이용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수 있다. 또 송금한 돈은 즉시 현금화가 안되고 송금 후 하루가 지나야 가능하다는 점, 일단 회원으로 가입해서 이용자의 은행계좌 등록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송금수수료가 비싼 해외와 달리, 국내는 인터넷뱅킹으로 무료 송금도 어렵지 않고(월급통장 등의 서비스), 기존 인터넷뱅킹에 이미 익숙해져 있어서 카톡은행의 경쟁 여건이 수월하지만은 않다.

다음카카오는 그러나 카카오페이의 경우 결제 분야 경쟁상대인 신용카드 모바일 앱과 비교하면 결코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라며 카카오페이가 선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카드 앱의 다운로드 건수가 100만 건을 넘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카카오페이 가입자는 30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1위 카드사인 신한카드의 모바일앱 다운로드는 100만건 선으로 파악되고 있다(구글 플레이마켓 기준).

흥미로운 부분도 눈에 띈다. 카카오페이 결제는 카톡 선물하기 등 내부 서비스에서는 사용 비중이 30~40%에 이른다고 한다. 즉, 카톡 내부 서비스와 연계된 전자상거래에서는 상당한 파괴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한 외부 가맹점들도 실제 적용한 지 몇 달 안됐지만 제휴 후 기존 대비 5~6% 가량 매출 신장 효과 보고 있다"며 "아직 서비스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사들이 내놓는 결제 분야 핀테크 서비스인 '앱 카드'도 소비자들의 결제 습관과 힘겨운 싸움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2014년 연간 카드결제에서 모바일카드는 전체 카드(신용+체크)와 비교해 결제금액은 1.1%, 발급장수로는 6.5%에 그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아직은 앱 카드 거래 규모가 미미한 상황"이라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앱 카드 사용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중장년층은 여전히 플라스틱 카드 결제를 선호해 전반적으로 결제 습관이 바뀌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인증·보안 부분의 숙제도 적지 않다. 앱 카드, 구글 월렛 등 초창기 핀테크가 자리잡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오프라인 결제시 앱 구동 후 몇 번씩 터치하고 바코드 등을 또 찍어야 하는 등 번거로움 때문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럴 바에는 기존에 하던 대로 신용카드로 긁거나 찍는 것이 훨씬 편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 부분은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 주목된다. 애플이 애플페이에서 지문인식을 통한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로 간편결제에서도 '한 큐 결제'가 된다는 걸 보여준 것이 계기다. 이달 초 삼성전자가 공개한 삼성페이도 거들고 나섰다. '지문인식+NFC' 결제에 기존 카드 결제시 많이 쓰이는 마그네틱 단말기 결제까지 지원해 스마트폰을 이용한 '한 큐 결제'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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