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HP 승소, "합병법인 시대 열겠다"


 

8개월 여 동안 논란을 거듭했던 휴렛패커드(HP)와 컴팩 간의 합병 공방이 마침내 일단락 됐다.

미 델라웨어 법원은 30일(이하 현지 시각) '지난 3월 19일 실시된 HP 주주 투표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고 C넷 등 주요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판결로 HP의 컴팩 합병 작업을 가로막고 있던 마지막 걸림돌이 제거돼 양사 통합 작업이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칼리 피오리나 CEO는 이미 "오는 5월7일까지 합병 법인을 출범시키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 챈들러 판사 "위협했다는 증거 없다"

윌리엄 챈들러 3세 판사는 이날 "원고 측은 HP가 근로자들에게 통합효과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고 판결했다. 그는 또 "HP 경영진이 합병 찬성표를 유도하기 위해 도이치뱅크를 위협했다는 점을 입증하지도 못했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챈들러 판사는 '표 매수' 건과 관련해 "HP 경영진이 도이치뱅크 측에 (합병에 찬성하지 않을 경우) 비즈니스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협박을 했다는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HP 경영진과 통합 계획팀 관계자들이 서로 합병 효과에 대해 견해차를 보인 점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휴렛 측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챈들러 판사는 이 문제에 대해 "HP 경영진의 설명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또 HP 경영진이 합병 이후에 초래될 위험 요소에 대해 공지해야 한다는 휴렛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번 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판결했다.

레베카 로보이 HP 대변인은 "분명 우리는 승리했다. 이젠 통합작업을 본격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월터 휴렛은 델라웨어 법원의 판결에 대해 "실망했다"고 논평했다. 그는 "법원의 판결문을 검토하고 난 뒤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휴렛, 상고 하더라도 승산 없을 듯

델라웨어 법원이 HP 측의 손을 들어 줌에 따라 '합병 반대' 목소리가 힘을 얻기 힘들 전망이다.

물론 이번 판결로 법적인 절차가 그대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휴렛은 델라웨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이날 판결 직후 휴렛은 "이번 건을 정밀 검토한 뒤 추후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상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월터 휴렛이 상고하더라도 승소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머저 인사이트의 톰 버넷 사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판결을 담당한 것은 수석 판사들이었다"면서 "상고하더라도 승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챈들러 판사는 증거에 대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면서 "원고들이 판사의 기준에 맞추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터 휴렛은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HP를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윌리엄&플로라 휴렛 재단 회장 및 윌리엄 휴렛 추모신탁 신탁인으로서 양대 주주들을 대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흘 동안 열린 이번 델라웨어 법원 심리에는 칼리 피오리나 CEO, 로버트 와이먼 CFO 등 2명의 HP 경영진이 총 10시간 동안 증언한 바 있다.

◆ 일부 전문가 "HP도 매끈한 모습 보여주는 덴 실패"

비록 승소하기는 했지만 HP 역시 이번 법정 공방을 통해 매끈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델라웨어대학의 찰스 엘손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판사의 판결이 HP를 옹호해 준 것은 아니다"면서 "단지 휴렛이 제출한 증거들이 법원의 개입을 정당화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논평했다.

그는 또 "판사의 역할은 비난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17.10달러로 마감됐던 HP주가는 법원 판결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16.86달러로 하락했다. 컴팩 주가는 정규장에서 10.15달러로 마감한 뒤 시간 외 거래에서 10.76달러까지 상승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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