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2012]가전시장 '스마트 바람' 대세로


스마트 기술 진일보, 삼성·LG 경쟁에 에어컨 환불 사태까지

[박웅서기자] 2011년 국내 생활가전제품 시장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갖가지 첨단 기술을 통해 구현된 스마트 기능들은 생활가전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냉장고의 경우 제품 크기는 유지한 상태에서 용량이 더욱 늘어났으며, 로봇청소기는 CCTV를 대신할 수 있는 수준의 보안 기능을 갖추기 시작했다.

반면 세탁기 시장에서는 국내 및 북미 시장점유율을 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간 치열한 설전이 오갔다. 에어컨 신제품은 삼성과 LG 제품 모두 오작동 등 이상 현상으로 한차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 한해 생활가전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들을 되짚어 보고 더불어 앞으로 전개될 생활가전 시장을 전망해본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로봇청소기…'스마트 가전'으로 재탄생

휴대폰보다 스마트폰이라는 명칭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된 것처럼 생활가전도 이제는 그냥 가전이 아니라 '스마트 가전'이라고 불러야 하는 시대가 왔다.

스마트 가전 중 가장 먼저 등장한 제품은 바로 '스마트 에어컨'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1월 연달아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에어컨 신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신제품인 '김연아 에어컨'은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 에어컨을 작동시키는 '스마트 온' 기능을 탑재했다. LG전자의 에어컨은 손동작을 인식하는 리모컨으로 바람의 세기, 방향을 조절하거나 스마트폰에 '휘센앱'을 내려 받아 리모컨처럼 사용하는 기능을 채용했다.

또한 스마트 세탁기에는 스마트폰으로 제품의 이상동작을 진단하고 자가 조치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스마트 로봇청소기의 경우 내장된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스마트폰, PC 등으로 모니터링하거나 집안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스마트 냉장고의 가장 큰 특징은 E커머스 기능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업체는 지난해 10월 LCD 스크린을 통해 식료품을 주문하고 배달시키는 E커머스 기능을 적용한 '스마트 냉장고'를 출시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이마트와, LG전자는 홈플러스와 각각 손을 잡았다.

스마트 냉장고에는 터치스크린 화면이 탑재돼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 외에도 날씨 확인이나 뉴스보기, 일정 관리, 메모, 사진 전송 등이 가능하며,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 정보도 찾아볼 수 있다.

◆양문형 냉장고 대형화 경쟁부터 드럼세탁기 1위 논쟁, 기술 공방까지

생활가전 시장을 두고 벌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뜨거운 경쟁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양문형 냉장고의 크기 경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전했다. LG전자가 지난해 3월 850리터 양문형 냉장고를 선보이자 삼성전자가 9월 860리터 초대용량 제품을 내놨다. 이어 LG전자가 10월말 870리터 제품을 출시하며 세계 최대 용량을 갱신했다. 800리터급 제품이 처음 등장했던 2010년 3월 이후 약 1년7개월만에 70리터나 용량이 늘어난 것이다.

세탁기 분야에선 특히 북미 드럼세탁기 시장을 두고 자존심 대결이 벌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지난 2010년 미국 드럼세탁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두 업체가 근거로 제시하는 시장조사업체의 데이터가 달라 빚어진 일이다.

국내 세탁기 시장에서도 GfK 자료를 가지고 삼성전자는 매출 기준, LG전자는 수량 기준 2010년 점유율 1위를 주장했다.

세탁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기술 경쟁도 치열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5월 쾌속 코스를 통해 '19분' 세탁을 구현한 버블샷 드럼세탁기를 출시한 데 이어 LG전자는 7월 '17분' 빨래가 가능한 '트롬 6모션 2.0' 드럼세탁기를 선보였다.

감정 싸움도 있었다. 지난해 4월 두 업체는 각자의 제품 카탈로그에 '통돌이는 가라', '거품(버블)은 쉽게 꺼집니다' 등 서로 상대의 제품명을 빗대어 비방하는 내용을 실기도 했다.

◆에어컨 불량, 월풀 반덤핑 제소, 대우일렉 인수 불발 등 악재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제품 이상 및 글로벌 시장에서의 견제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앞서 삼성전자의 2011년형 신제품 김연아 에어컨 중 일부 모델은 저절로 온오프되거나 실외기가 작동하지 않아 찬 바람이 나오지 않는 등 오작동이 발생했다. 인터넷에 환불 및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 카페가 생겼을 정도다. 이에 삼성전자는 7월 자사 블로그를 통해 공식 사과 입장을 밝히고 점검 서비스 계획을 공지했다.

지난해 9월엔 LG전자의 에어컨 신제품 일부 모델이 제품 가동시 백색가루를 분출해 소비자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LG전자가 즉시 불만을 접수하고 가루의 성분을 분석해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다. LG전자는 10월 해당 모델에 대한 점검 서비스를 실시하기도 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지난해 4월 월풀이 한국산 냉장고에 덤핑 혐의가 있다며 상무부에 제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제품을 한국에서 팔 때보다 미국에서 더 싸게 팔아 미국 내 냉장고 제조사가 피해를 봤다는 것이 월풀의 주장이었다.

현재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 덤평 혐의가 있다고 예비 판정을 내린 상태로 올해 3월 최종 판정을 앞두고 있다.

한편 대우일렉트로닉스 M&A는 또다시 나중을 기약하게 됐다. 지난 2006년 이후 네번째로 진행됐던 올해 매각 과정 역시 실패해 원점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번 M&A 과정에서 대우일렉 채권단은 당초 이란계 다국적 기업 엔탁합 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을 진행했다. 그러나 매각 과정에서 엔텍합이 매각 대금 인하를 요구해 협상이 무산됐다.

이후 협상권은 차순위협상대상자인 스웨덴 기업 일렉트로룩스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이마저도 엔텍합이 매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협상에 제동을 걸어 일렉트로룩스가 발을 빼게 만들었다.

◆2012년은 스마트 그리드 대비할 마지막 해

2012년 스마트 가전들은 어떤 모습으로 진보될까? 우선은 지난해 가전에 적용된 스마트 그리드 기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 가전은 국가에서 추진하는 스마트 그리드 사업 중 첫번째 로드맵인 지능형 전력망과 관련이 깊다. 지능형 전략망은 기존의 전력망에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해 전력망의 신뢰도 및 운용 효율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스마트 그리그 비전을 설정했다.

지난해부터 출시된 스마트 가전에는 스마트 그리드 기능이 많이 적용돼 있다. 이 기능은 향후 지능형 절전망이 시행되면 전기료가 가장 저렴한 시간대에 알아서 제품을 전력을 소모하는 방식으로 전기 요금을 절감해 준다.

정부는 2012년까지 지능형 전력망 구축 기반 조성을 완료하고 2013년부터 도시 단위에 지능형 전력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지능형 송배전시스템이 확대 적용되고 실시간으로 운영되는 것은 2013년부터라 아직은 기간이 좀 남았다. 그러나 한번 구입하면 오랜기간 사용해야 하는 생활가전제품의 특성상 내년에는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대비를 끝마쳐야 한다.

이에 따라 상반기 출시될 에어컨 신제품은 물론 하반기 세탁기와 냉장고, 김치 냉장고 등 백색가전을 중심으로 스마트 그리드 기능이 탑재돼야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해 2013년에 스마트 그리드 기능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가격이 높은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스마트 그리드 기능이 적용됐기 때문에 올해는 그 범위가 중저가 제품으로까지 확대 적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900L 초대용량 냉장고, 15분대 세탁기 등장 가능

기술 진보에 따른 업체간 치열한 경쟁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냉장고는 크기 싸움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연달아 출시됐던 대용량 냉장고들은 모두 외부 크기는 유지하면서 내부 용량만 늘어났다. 아파트 등 주거공간에서 냉장고가 차지하게 될 부피가 정해져 있는 까닭이다.

각 제조사들은 지금도 냉장고의 전체 크기는 그대로 유지하면 내부 부피를 더욱 늘리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같은 외형을 유지하면서 900리터 수준까지 용량이 커진 제품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향후엔 스마트 냉장고가 모든 스마트 가전의 중심축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냉장고는 집안에 있는 가전 제품 중 거의 유일하게 24시간 작동하고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냉장고를 통해 TV, 세탁기, 오븐, 로봇청소기, 에어컨 등 거실 및 주방에 있는 다양한 기기들과 네트워크를 연결해 기기를 제어한다는 계획이다.

세탁기는 시간 단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7~19분만에 세탁이 가능한 제품을 선보였기 때문에 올해는 15분 안쪽으로 세탁 시간이 짧아질 수 있다. 더불어 에어컨의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냉방 기능뿐 아니라 공기청정, 가습 등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4계절 가전으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이 외 지난해부터 특히 더 치열해진 LG전자와 웅진코웨이간 정수기 시장 각축전도 예고된다.

◆E커머스 냉장고, CCTV 로봇청소기 중저가 제품으로 확장될까

지난해 고가 모델을 중심으로 적용된 스마트 기능들이 중저가 제품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도 해볼 수 있다. 소비자들의 부담이 적은 중저가 제품에서 점유율을 높여야 향후 대세가 될 스마트 가전 시장에서 진정한 승자 자리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냉장고의 경우 제품 전면에 달린 LCD 스크린으로 식료품을 구입하는 E커머스 기능이 확대 적용될 수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E커머스 기능을 탑재한 냉장고를 출시했지만 주로 최고가 프리미엄 모델에만 적용됐다.

로봇청소기 역시 집안 환경을 모니터링하는 제품이 지난해 출시된 바 있다. 로봇청소기가 내장한 카메라로 집안 환경을 찍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보는 방식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자의 확대와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역시 로봇청소기 제품의 가격 하락이 관건이다.

더불어 지난해 발족한 스마트융합가전포럼 역시 스마트 가전 보급에 앞장설 예정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홍창완 부사장이 스마트융합가전포럼의 초대의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지피라임은 세계 스마트 가전 시장 규모가 올해 30억6천300만 달러에서 2015년 151억7천500만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홍창완 의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포럼 창립총회에서 "스마트 가전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강해지고 비용 지불 가치를 인정 받으면 보급형 모델에도 스마트 기능이 확대될 것"이라며 "언젠가는 가전이 휴대폰보다 더 각광 받을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웅서기자 cloud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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