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포화와 줄어드는 음성통화 매출로 이동통신 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한 가운데, 범용가입자인증모듈(USIM) 금융, M커머스 같은 통신인프라와 생활 속 서비스가 결합한 컨버전스 영역이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동통신하면 음성통화, 문자메시지 등의 통신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앞으로의 먹거리는 단연 컨버전스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가 4천500만명이 넘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음성통화 수익도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컨버전스 서비스는 새로운 수익모델로 관심을 모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막 시작단계로 타사와 차별화 정도에 따라 고객 유치 및 잠금 효과도 있다. 또한 은행, 신용카드사, 쇼핑업체 등 제휴 사업자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의미도 있다.
◆3세대 이동통신...기본 인프라구축
3세대(G) 이동통신 가입자가 1천300만명을 넘어서면서 다양한 이동통신 컨버전스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범용가입자인증모듈(USIM)기반 모바일 금융서비스. 기존 모바일 콘텐츠가 젊은층이 주로 사용했던 것과 달리 연령에 관계 없이 고루 쓰일 수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 정낙균 커머스사업본부장은 "USIM 금융 서비스 종류만 보면 4~5년 전과 지금과 같다. 그러나 당시에는 인프라가 없었다"며 "3G가 도입돼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2세대(G)인 CDMA 시절에는 모바일 금융서비스에 필요한 금융칩을 장착할 수 있는 곳이 따로 있었고, 휴대폰 중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20~25%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3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인 WCDMA에서는 모바일 금융때 통화인증을 위해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USIM을 활용한다. 금융 서비스가 가능한 폰도 80% 이상 된다. WCDMA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가 부담 없이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쓸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뿐만아니라 3G에서는 3.6 Mbps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를 지원해 데이터전송 속도가 빨라졌다. 이미지와 동영상 등으로 상품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됐고, 선명한 고화질 화면 표현이 가능해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세련되고 직관적인 화면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USIM 금융 서비스는 진화중
USIM의 가장 큰 장점은 하나의 칩에 여러 기능을 모두 담을 수 있다는 것. USIM 기반으로 ▲교통카드(모바일 T-money) ▲멤버십 ▲신용카드 ▲증권 ▲뱅킹 등을 한꺼번에 다 이용할 수 있다.
예전에는 금융기관별로 별도 칩을 발급해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려면 칩을 따로 가지고 다니며 바꿔 넣는 등 불편했다.
이런 장점 때문에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로 USIM을 쓰지 않는 cdma 리비전 A를 운영하는 LG텔레콤도 USIM 대신 활용할 수 있는 통합 IC칩을 개발중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LG텔레콤 가입자들도 하나의 칩으로 금융, 교통 및 멤버십 카드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USIM 금융 서비스에도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우선 USIM 뱅킹 현금카드 기능으로 하나의 칩에 여러 은행 계좌를 담아 이용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아직까지는 1개 은행의 1계좌만 담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곧 이 문제는 해결된다. 이통사, 은행, 우체국, 금융결제원 등이 USIM 뱅킹 표준을 만들고 있어 하반기 중 하나의 칩에 여러 은행 계좌를 넣어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융 정보를 넣을 때는 직접 해당 사업장을 방문해 신분확인을 하도록 돼 있는 것도 불편하다. 이에따라 이통사와 은행들이 함께 대면 인증 방식을 전자적인 인증 절차로 변경해 휴대폰을 통해 USIM 금융 정보를 내려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OTA(Over The Air)기술을 이용해 은행에 가지 않고도 관련 정보를 내려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외에도 휴대폰의 분실과 도난시 USIM 안에 저장된 모든 금융 정보도 함께 잃어버린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통사들이 원격으로 각종 금융 정보를 제어할 수 있는 원격 관리 서비스를 개발 중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통사들은 이를 충전형 선불카드인 교통카드에 먼저 적용될 예정이다.
◇"모바일 T머니가 가장 먼저 보급될 것" '모바일 T머니'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USIM기반 서비스다. 이는 일반 USIM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소액결제 수단인 T머니 교통카드 기능을 무선으로 발급받아 사용한다. 대중교통은 많은 사람들이 거의 매일 이용하는 서비스로 활용도가 높은 보편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파급력이 높다는 것이 이통사들의 설명이다. 6월말 기준 모바일 T머니 전체 가입자수는 약 25만명인데 이통사들은 올해 말까지 약 100만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서울, 인천, 경기, 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 8월 중 전국 호완작업이 완료되면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이통사들은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T머니는 편의점· PC방 등에서 소액결제시 이용할 수 있으며 점점 쓰임새가 확장되고 있으며, 전자지갑 역할도 한다. 모바일 T머니의 최대 장점은 지하철역 및 편의점 등에서 뿐만 아니라 휴대폰에서 바로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 KTF는 후불 개념을 도입해 충전 금액이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면 신용카드와 연계해 자동으로 충전해주는 서비스를 이 달 중 도입할 예정이다. |
◆이통3사 M 커머스 본격화
모바일(M)도 주목받는 컨버전스 서비스다. USIM 금융 서비스가 대체로 비슷한 것과 달리 M커머스는 이통사별로 전략이 뚜렷하게 차이난다. 직접 유선 쇼핑몰을 열어 유무선 연동 쇼핑몰을 직접 운영하고자 하는 곳이 있는가하면 외부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M커머스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수준이면 충분하다는 곳도 있다.
M커머스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동통신의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장소와 시간에 구애 없이 휴대폰으로 상품 열람부터 구매까지 하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2007년부터 유선인터넷 전문 쇼핑몰업체, 백화점 등이 시장에 진출했지만 초기 단계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M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불편한 UI와 서비스 노출 한계 ▲물건을 구입하지 않아도 발생하는 데이터통화료 ▲모바일 환경에 맞는 마케팅 수단 부재 등 M커머스의 장벽으로 일컬어지는 것들을 이통사들은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머스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텔레콤이다. '유무선 연동'서비스로 여러 온라인 쇼핑몰을 인수한 후 지난 2월 유선 쇼핑몰 '11번가'를 론칭했다. 모바일 버전 '모바일 11번가'는 검색 서비스에 집중해 내년에 오픈할 예정이다.
SK텔레콤 정낙균 커머스사업본부장은 "모바일 커머스의 킬러애플리케이션은 검색"이라며 "모바일 11번가는 구매보다는 상품 검색, 가격 비교 등의 정보를 제공해 구매를 결정하게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가장 빠르게 실행에 옮긴 쪽은 KTF다. KTF는 상반기에 모바일 전용 쇼핑몰 '쇼몰'을 오픈하면서 과감하게 데이터 통화료 무료 정책을 썼다. 쇼몰 안에 입점한 G마켓, 옥션, H몰, GS이숍, 롯데홈쇼핑 CJ쇼핑 이용시에도 데이터 통화료도 무료다.
쇼몰은 SK텔레콤과 달리 모바일 전용 사이트다. 현재 입점몰까지 합쳐 40만명이 가입했다. 월방문자수100만명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KTF 이상열 T사업본부장 "작년 매출액은 2.4억으로 작았지만 올해 목표액은 10배에 가까운 20억"이라며 "매출이 아직 많은 편은 아니지만 모바일 쇼핑이 습관화되면 실제 구매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텔레콤도 기존 모바일 쇼핑 서비스 '손안에쇼핑'을 확대시키고 있다. '손안에쇼핑'은 꽃배달, 도서, 외식, 영화 등의 쿠폰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월정액 서비스.
LG텔레콤은 지난 2007년 말 '손안에쇼핑'을 운영하는 외부 업체를 바꾸고, 제휴업체를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패션 소품·화장품 등 실물 상품까지 판매종목을 확대했다
SK텔레콤 정낙균 커머스사업본부장 "고객과 평생을 함께 하는 서비스" 11번가, USIM 금융, 기프티콘, 소액결제 등 SK텔레콤의 차세대 컨버전스 서비스의 중심에는 커머스사업본부가 있다. 신규사업이고 기대가 많다보니 자주 임원이 바뀌어 1년을 넘긴 경우가 드물다. 지난 2006년에 부임한 정낙균 본부장은 기프티콘, 11번가 등 굵직굵직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었다. 이어 그는 "SK텔레콤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이를 패키지화에 해외로 나갈 계획이며 커머스, 지불 등 금융 쪽은 진출하는 국가의 사업자들과 함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서 "글로벌 컨버전스 사업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 이것이 곧 SK텔레콤의 본원적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의 컨버전스 서비스의 기본 원칙은 '공급자 마인드를 벗어나 무조건 고객이 편한 서비스를 만들자'다. 기존 금융 서비스 M뱅크, 모네타 등이 우수한 기술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이 소비자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뼈아픈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다. SK텔레콤은 앞으로 T머니를 온라인 소액결제는 물론 커머스, 쿠폰, 멤버십 등과 연계시킬 방침이다. 싸이월드, 네이트, 토씨 등 SK텔레콤의 대부분의 서비스는 유무선 연동을 기본으로 한다. 이는 쇼핑몰에서도 마찬가지. 정낙균 본부장은 "4G에는 웹(web)과 왑(wap, 무선인터넷 전용 규격)의 개념이 사라지며 휴대폰에서 모든 유선 서비스를 똑같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무선 연동은 그 이전까지 유선과 무선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동시에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서비스 경험을 무조건 똑같이 제공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11번가도 모바일 버전에서는 '검색과 가격비교'가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백화점, 이마트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보다가 가격이 정말 싼지 현장에서 확인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검색과 가격비교를 위해서는 유무선간 DB호환이 필수적이다. 이에따라 모바일 11번가 오픈을 1년 가까이 연기하면서까지 수백만개의 제품 DB를 모바일환경에서 최적화된 상태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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