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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경영' 앞세운 이재용 vs 'ABC'에 힘준 구광모…"R&D 인재 전성시대" [유미의 시선들]


삼성, 소프트웨어·신기술 분야 인재 전면 배치…LG, 엔지니어 앞세워 기술 리더십 확보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와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정기 임원 인사에서 '기술 인재'를 전면 내세우며 엔지니어 출신들을 대거 발탁해 눈길을 끈다.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이 일어나는 환경 속에서 기술을 통한 생산 효율성 증대와 빠른 실행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런던 호스가즈 광장에서 열린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공식환영식에 앞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런던 호스가즈 광장에서 열린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공식환영식에 앞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부사장 51명, 상무 77명, 펠로우(부사장급) 1명, 마스터(상무급) 14명 등 총 143명을 29일 승진시켰다. 이번 인사에서 기술 인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인데, 전체 승진자 중 기술 인재는 DS사업부에서만 34명이나 됐다.

삼성전자가 기술 인재로 손꼽은 대표적 인물은 DX부문 VD사업부 마이크로 LED팀장 손태용(51) 부사장이다. 손 부사장은 풍부한 TV 개발 경험을 토대로 사업부 주력 제품의 상품화에 공헌하고 마이크로 LED TV, 8K, QLED 등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함께 승진자 명단에 오른 DX부문 MX사업부 김성은 부사장, DX부문 MX사업부 양병덕 부사장, DX부문 DA사업부 임성택 부사장, DS부문 메모리사업부 강동구 부사장,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 김일룡 부사장 등도 모두 삼성전자가 주목하고 있는 기술 인재다.

소프트웨어 전문가들도 이번에 대거 승진했다. DX부문 CTO(최고기술경영자) 삼성리서치 AI 메쏘드 팀장인 이주형 부사장과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 CP 소프트웨어개발팀 김병승 상무가 대표적으로, 이 부사장은 AI 알고리즘 설계 전문가로, 김 상무는 모뎀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 DX부문 생산기술연구소 스마트팩토리팀장 박태상 부사장, DX부문 MX사업부 스마트개발1그룹 손왕익 상무, DS부문 메모리사업부 D램 PA1팀 박세근 부사장, DS부문 CTO 반도체연구소 플래시공정개발팀 황희돈 부사장 등도 모두 기술 한계 극복을 위해 적극 나섰던 점을 인정 받아 모두 승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소프트웨어와 신기술 분야 인재를 다수 승진시켜 미래 성장 동력 강화에 나섰다"며 "젊은 리더와 기술 인재 발탁을 통한 세대교체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DX부문 VD사업부 마이크로 LED팀장 손태용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DX부문 VD사업부 마이크로 LED팀장 손태용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기술 경영'을 강조하고 나선 이재용 회장의 영향이 컸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유럽 출장을 다녀온 후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 같다"고 소감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발언은 10박 11일의 긴 여정 동안 네덜란드 ASML, 독일 BMW 등 최고경영진을 만난 뒤 마주한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 회장은 같은 해 10월 25일 사장단 간담회에서 밝힌 회장 취임 각오에서도 기술 인재의 중요성을 재차 역설했다. 이 회장은 "창업 이래 삼성이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강조했다.

이병철 창업 회장과 이건희 선대회장 때도 '인재제일' 경영 철학은 삼성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다. 이 회장의 '기술 경영'도 이의 일환이다. 이 회장은 좋은 인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취임 후 우수 인재 확보에 전사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2018년 3년간 4만 명 채용 계획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5년간 8만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까지 제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기술을 강조하는 것은 삼성이 주력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가전 등 전 영역이 기술 변곡점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며 "급변하는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연초부터 최근까지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애플, 인텔, 에릭슨 등 글로벌 기업 핵심 기술 인재를 전방위로 영입했다"며 "앞으로 기술 인재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인사 제도와 외부 인재 유치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 ]

삼성전자보다 먼저 주요 계열사 정기 임원 인사에 나섰던 LG그룹도 이번에 '기술 인재'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22일부터 시행된 202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주요 계열사의 CEO를 대부분 '기술 인재'로 선임한 것이다.

'정통 LG맨'으로 불리던 권영수 전 부회장의 자리를 차지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가장 대표적인 LG의 기술 인재로 꼽힌다. 김 사장은 1998년 LG화학 배터리 연구센터로 입사해 연구개발(R&D), 생산, 상품기획, 사업부장 등 배터리 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에 맞춰 LG에너지솔루션은 제품 관련 C레벨 경영진도 모두 교체하며 '기술'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진용을 갖췄다. 김제영 셀 선행개발센터장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면서 신임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선임됐다. 최고생산책임자(CPO)는 손창완 소형전지사업부 생산센터장 전무가 새로 맡았다.

LG디스플레이도 '재무전문가' 정호영 사장 대신 IT 분야의 제품 전문성을 갖춘 정철동 신임 사장이 부임했다. 정철동 신임 사장은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해 LG반도체에 입사했다.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 담당 상무, 생산기술 센터장과 최고생산 책임자 등을 지냈다. 당시 원천기술 확보와 생산공정 혁신을 주도해 OLED 등 디스플레이 생산 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했다는 평을 받는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 [사진=LG디스플레이]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 [사진=LG디스플레이]

정 신임 사장이 LG디스플레이로 이동하며 생긴 LG이노텍 CEO 자리는 사업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광학기술솔루션 분야에 특화된 문혁수 부사장이 채웠다. 문 부사장은 카이스트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98년 LG전선에 입사했다. 2009년 LG이노텍에 합류한 이후 광학솔루션 개발실장, 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이미 '기술 인재'가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계열사의 CEO는 그대로 유임됐다. 글로벌 사업 운영 역량과 소재·부품 사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또 LG화학은 기술 인재 확보에 힘을 싣기 위해 현재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최고지속가능전략책임자(CSSO)를 맡고 있는 이종구 LG화학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LG그룹 전체 임원 인사에서도 기술 인재의 존재감은 높았다. 그룹 내 R&D 임원 규모는 지난해 196명에서 올해는 203명으로 확대됐는데, 이는 역대 최대다.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강조해 온 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ABC) 16명, 소프트웨어(SW) 8명 등 신성장동력 분야에서 24명의 R&D 인재가 승진해 눈길을 끌었다.

외부 기술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LG는 홍관희 LG유플러스 사이버보안센터장(전무), 진요한 LG CNS AI센터장(상무) 등 올 한 해에만 총 15명의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

LG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차별화된 미래 사업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31명의 R&D 인재를 승진시키며 기술 리더십 확보에 집중했다"며 "외부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고 전문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외부 인재에도 적극 나섰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LG 모두 엔지니어와 R&D 출신 등 필드형 임원을 대거 등용시킨 것은 미래 먹거리 발굴 차원에서 기술로 승부를 보겠다는 메시지"라며 "경영 환경 악화로 임원 인사폭은 예년보다 축소된 분위기지만, 신기술을 주도하는 이공계 출신 임원은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도 더 전진 배치되고 약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그래픽=조은수 기자]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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