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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륜차 공제조합發 배달앱 vs 배달대행…100억원 출자금 '촉각' [IT돋보기]


사전출자금 납입 거의 완료되며 첫발은 떼…본출자금 납입 방식 등 놓고 논의 지속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국토교통부와 9개 배달업체들이 추진하는 '소화물 배송대행업 공제조합(이륜차 배달업 공제조합)'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2월 협약식을 맺은 이후 최근 사전출자금 납입이 대부분 완료됐고, 본출자금 납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공제조합에 참여하는 배달업체들은 총 156억원의 금액을 납입, 내년부터 소속 라이더에게 민간보험 대비 저렴한 유상운송 보험을 만들어 판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값비싼 보험료에 따른 라이더들의 부담을 줄이고 사고 발생 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현재 라이더 대다수가 가입한 가정용 이륜차 보험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지만, 사고 발생 시 보상에 한계가 있다.

다만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9개의 업체가 분담해 내야 함에 따라 어떤 업체가 더 많이 낼 것인지를 두고 향후 눈치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특히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 배달앱들을 운영하는 업체들과 생각대로·바로고·부릉 등 배달대행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 간 출자금 납입 방식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 20일 우아한형제들·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 플랫폼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경찰청과 함께 '배달 플랫폼 종사자의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윤선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 20일 우아한형제들·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 플랫폼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경찰청과 함께 '배달 플랫폼 종사자의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윤선훈 기자]

29일 업계에 따르면 소화물공제조합 협의체는 지난주 정기 회의를 통해 총 14억원의 사전출자금 납입을 대부분 마무리하고, 142억원 규모의 본출자 방식을 논의했다. 본출자는 내년 이뤄질 예정인데, 사전출자금이 대부분 납입되면서 본출자와 관련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사전출자금의 경우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쿠팡(쿠팡이츠 운영사)·위대한상상(요기요 운영사) 등 3곳의 통합형 배달 플랫폼 업체들과 바로고·로지올(생각대로 운영사)·메쉬코리아(부릉 운영사) 등 6곳의 분리형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각각 7억원을 분담해 지불했다. 통합형과 분리형 내부에서 이를 다시 각각 n분의 1로 나눴다. 현재 대다수 업체가 납부를 완료한 상황이며 늦어도 7월 안에는 사전출자금 납입을 완전히 마칠 계획이다.

사전출자금 납입 방식을 정하는 과정에서 논란도 있었다. 통합형 업체들은 통합형·분리형 관계 없이 14억원을 나눠 내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표결 결과 현행 안이 통과되면서 통합협 업체들이 반발했으나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열린 정기회의에서는 본출자금 납입 방식에 대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형 업체들은 9개 업체들이 똑같은 금액을 분담해야 한다는 견해인 것으로 전해졌다. 납입 시 통합형과 분리형을 굳이 구분하지 말자는 얘기다. 반면 분리형 업체들은 전체적으로 규모가 더 큰 통합형 업체들이 조금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인 것으로 파악된다.

배달 플랫폼별 '규모'를 어떻게 산정하느냐도 한창 논의되고 있는 부분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을 비롯해 활동 중인 라이더 수, 주문 콜 건수 등의 기준에 대해 의견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기업별 규모 산정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업체들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배달 라이더들이 오토바이를 몰고 운전을 하고 있다. 현재 라이더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대부분 가정용 이륜차 보험에 가입했는데, 이 경우 보상 규정상 사고 발생 시 제대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왔다. [사진=뉴시스]
배달 라이더들이 오토바이를 몰고 운전을 하고 있다. 현재 라이더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대부분 가정용 이륜차 보험에 가입했는데, 이 경우 보상 규정상 사고 발생 시 제대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왔다.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본출자금 납입과 관련해 업체 간 공방전 '2라운드'가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칙적으로 배달업체들도 라이더 안전망 강화라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업체당 10억원이 넘는 금액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기싸움이 팽팽할 전망이다.

공제조합에 참여하는 배달업체 중 대다수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배달 특수'에도 영업손실을 내는 데 그쳤다. 선두업체로 꼽히는 우아한형제들 역시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넘었음에도 757억원의 적자에 머물렀다. 공제조합에 참여한 배달대행(분리형) 업체 중에서는 기업 규모가 영세한 편에 속하는 곳들도 있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 엔데믹 등의 요인으로 전체적인 배달 건수가 줄어들면서 배달업체 상당수가 향후 성장성에 대한 고민이 심각한 상황이다.

한 분리형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소규모 업체들 입장에서는 공제조합에 출자하는 금액이 굉장히 부담되는 금액인 것이 사실"이라며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주문 건수가 많고, 또 향후 공제조합에 참여하는 업체들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통합형 업체들이 보다 많은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통합협 업체들의 견해는 다소 다르다. 한 통합형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배달대행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에서 조금 더 많이 부담을 해야 한다는 기조"라며 "물론 통합형 업체들이 규모가 큰 것은 맞지만 함께 참여하는 배달대행 업체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언급했다.

국토부와 소화물공제조합 추진단(단장 주용완)은 올해 안으로 공제조합 설립 인가 신청을 하는 것이 목표다. 즉 예정대로 일정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올해 하반기 중으로는 반드시 이 같은 사항에 대한 조율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금전적인 문제 등이 얽혀 있어 합의가 쉬운 부분은 아니지만, 추진단은 정기적인 논의를 통해 최대한 빠르게 합의점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협의체 내에서 업체들에 의해 여러 기업 규모 산정 기준이 제시가 됐고 각 사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아직은 의견을 모으는 단계이며 국토부는 회의에 지속 참여하면서 논의가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용완 추진단장(강릉원주대 교수)은 "공제조합을 운영할 때 출자금을 만들려면 각 회사의 규모와 서비스 패턴, 매출·영업이익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야 한다"라며 "가급적 공제조합에 가입한 9개사가 다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중심으로 업체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 단장은 "통합형·분리형을 떠나서 결국 상대적으로 큰 업체가 어디인지, 배달 생태계를 누가 더 키웠는지 등을 기반으로 각 업체의 입장을 들어보고 있다"라며 "어찌 됐든 라이더의 사회적 안전망 강화를 위해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만든 공제조합이니만큼 굉장히 의미가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라고 짚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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