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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정통부의 용기있는 선언에 박수를


 

정보통신부가 'SW 제값받기'에 앞장서겠다고 공개 선언을 했다. 무엇보다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선언문 내용을 곱씹어보면 더 그렇다.

정통부와 산하기관들은 앞으로 가격보다는 기술점수를 더 높이 평가하고, 소규모 프로젝트는 중소 벤처기업 제품을 우대하는 것은 물론 SW는 분리발주를 적극 권장하겠다고 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함께 들어올 때는 하도급 과정에서 불공정한 계약은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했고, 유지보수 대가도 엄정히 지급하겠다는 약속이다.

내용만 보면 우리나라 SW업계가 10년넘게 끙끙 앓아 온 문제들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들을 고스란히 정리해놓았다. 문제가 무엇인지 담당 주무부처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증거 아닌가.

지난 21일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4회 SW 인사이트 세미나'의 식전행사로 마련된 선언식을 통해 정통부 및 산하기관 관계자들은 이 엄청난 '약속'을 공개 선언했다. 500여명의 업계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명까지 하고 말이다.

행사장 주변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에게 물었다. "선언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고. "이후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무엇이냐"고. 그의 대답이 걸작이다. "선언했으면 바로 지금부터 그렇게 하는 거죠. 그리고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요란하게 선서까지 해놓았는데, 나중에 후환을 어쩌려구요. 스스로 발목을 묶었으니 지켜보세요."

'선언'이라는 형식을 놓고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둥 하는 말로 깎아내릴 생각은 버렸다. 아니 결코 그러고 싶지 않다. 정말 믿고 싶고, 그렇게 지켜줄 것을 믿기로 했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가장 큰 문제를 꼽으라면 뭘까.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하나는 'SW는 제값을 안주려 하는 사회적 인식'이다. "날로 먹으려 한다"는 소리가 요란하다. SW는 이제 서비스 시대라는 데 서비스에 대한 가치 인식은 더 형편없는 게 현실이다.

또 하나 시장에 '공정한 경쟁의 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벌그룹 중심의 우리 경제구조 아래에서 각 그룹사들이 너나없이 SI 업체를 두고 있고, 이들이 모두 자신들의 계열사를 독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유로운 경쟁 환경에 놓여있는 거의 유일한 시장이 '정부, 공공시장'이다. 여기에 모든 업체들이 달려들어 과열경쟁을 벌이게 됐고, 결국 '공정 경쟁'은 책에나 나오는 얘기가 된 지 오래다.

중소 SW업체들은 이 같은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비굴한 하청업체의 삶을 연명해야 하고. 게다가 외국 SW와 공공연한 차별대우까지 감수하면서 말이다.

누구나 다 아는 문제지만, 또 누구나 쉽게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넘기고 근근히 버텨온 게 우리나라 SW 산업의 현실이라면 너무 과한 말인가.

물론 쉽지않은 일이다. 문제는 알지만 그 해결책을 당장 내놓기가 솔직히 쉬운 일인가. 그런데 정부가 나서 '총대를 메갰다'니 이 보다 더 환영할 일이 있겠는가. 자신은 지키지 않으면서 남들에게 지키라 거룩한 말씀만 늘어놓는다면, 어디 '말빨'이 먹히겠는가.

시작이 절반이라 했다. 정통부의 이번 선언은 그래서 큰 출발인 셈이다.

SW산업의 주무부처로써 정통부는 올초 이미 올해를 SW산업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한 바 있다. 그 약속을 이번에 재차 확인한 것이라 믿는다.

다시한번 정통부의 용기있는 선언에 박수를 보내며, '선언'이 '식언'이 되지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상범기자 ssanb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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