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HDC그룹] 정몽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毒으로 작용


대형참사 관련 비용부담에 아시아나 계약금 소송까지 부담요인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HDC그룹이 모빌리티 기업으로 한 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선정된 지난 2019년 11월 12일 정몽규 회장이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9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야심차게 던진 말이다.

당시 정 회장은 "HDC는 앞으로 3, 4년 동안 상당히 좋은 이익과 재무구조를 가져갈 것"이라며 "좋은 기업을 인수하기에 좋은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한 지 3년째인 현재 정 회장의 생각과는 반대로 흐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를 만나 인수가 좌초되고 수천억원의 계약금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이 사업다각화 일환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후폭풍이 그룹의 독(毒)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 회장은 HDC현산이 주택시장에만 치우친 비중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지난 2019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했다.

당시 경영난에 봉착한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자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경쟁사보다 5천억원 이상 많은 2조5천억원을 제안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낙점됐다.

정몽규 HDC 회장이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HDC현대산업개발]

2019년 12월 27일 주식매매계약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으나, 2020년 9월 11일 금호산업이 HDC현대산업개발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 금액은 2천515억원이다.

정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HDC그룹을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으나, 인수 계약이 무산되면서 결국 HDC현산에 남은 건 2천515억원 규모의 계약금 반환 소송이다.

주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말 열린 현대산업개발 주총에서는 연이은 사망사고 역시 결과적으론 실패로 돌아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만 혈안이 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주총장에 나온 한 주주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소송 진행 상황을 알려달라고 요구한 뒤 "이번 사고는 회사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한눈을 팔아서 생긴 결과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대형 참사로 위기에 내몰린 HDC현산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소송까지 장기화할 땐 적지 않은 부담요인이다.

원고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이 무산된 원인이 HDC현산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계약 선행조건을 충족했지만, HDC현산이 10개월간 거래 종결을 미루고, 재실사를 요청하는 등 협상을 지연시켰다며 재차 인수무산의 책임을 HDC현산으로 돌렸다.

반면, HDC현산은 원고 측이 동의 없이 영구전환사채 발행, 추가자금 차입 등 선행조건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HDC현산은 이번 진행되는 청구소송에서 지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광주에서 연달아 발생한 건설 현장 참사 여파와 더불어 성급히 추진한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 소송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붕괴 사고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행정소송, 길어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소송과 이행보증금 몰취 가능성, 시공사 지위를 획득한 정비사업 현장에서 발발할 수 있는 소송 등 비용 부담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