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그야말로 '용두사미'다. 처음은 뭔가 될 것처럼 발표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고 큰 성과가 나오지 않자 포기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백신·치료제 개발을 선언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이야기다.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팬데믹으로 선언하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백신·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국산 코로나 백신 개발에 뛰어든 회사 10곳 중 3곳이 개발 중단을 알렸다. 제넥신이 지난 3월 코로나 백신 GX-19N 임상2·3상을 자진 철회한 데 이어 HK이노엔도 공식적으로 개발에 '백기'를 들었다. 대웅제약도 지난해 코로나 백신으로 개발 중이던 'DWJ1248정'의 개발을 중단한 바 있다.
HK이노엔이 제시한 직접적인 임상 포기 이유는 백신 개발의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이유에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늦어도 올해 하반기 자체 개발한 국산 코로나 백신 'GBP510'을 식약처 허가를 거쳐 정식 출시가 예정된 상황에서 개발의 필요성은 더 낮아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코로나 치료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GC녹십자, 대웅제약, 부광약품 등 주요 제약·바이오사들이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가 돌연 포기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코로나19 치료제 대신 인도 자이더스카딜라의 DNA 백신인 '자이코브-디'를 동남아시아, 남미 등에 공급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문제는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더는 진행하지 않고 있음에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고 침묵하는 이들이다. 주가 하락과 기업 신뢰도 및 이미지 타격을 우려해 쉬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일부 기업은 임상 환자 모집 난항 등을 이유로 임상시험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일부 기업이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를 '주가 부양책'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주식투자자 일부는 이런 주가 부양책의 피해자로 회사에 지속적인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임상에 나섰다 '포기'하는 일은 개발 과정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포기했다고 해서 심각한 비판 받을 일 또한 아니다. 임상시험 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받을 확률은 통계적으로 약 10% 수준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공익사업이고 주가가 크게 요동치는 사안인 만큼 투명하게 사업 진행 상황이 공유되는 건 필요하다. 별다른 말 없이 '유야무야' 임상 포기가 반복되면 제약바이오 기업이 결코 신뢰받을 수 없을 터. 지금과 같은 불신을 털어버리고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신뢰받는 '주식회사'로 거듭나길 바라본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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