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말이지?] '오픈액세스'와 '약탈적 학술지'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고등학생 자녀가 해외 학술지에 실은 논문들이 논란이다. 특히 한동훈 후보자가 '오픈액세스 저널에 올린 것이라 문제 없다'는 식으로 해명하자 학계가 이를 '오픈액세스 운동을 폄훼한 발언'이라며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연구자들과 학술단체들은 한 후보자 자녀가 논문을 게재한 학술지는 오픈액세스를 표방한 '약탈적 학술지'라며 한 후보자가 학술생태계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오픈액세스'와 '약탈적 학술지'. 무슨 뜻이고, 무엇이 문제일까?

'오픈액세스(Open Access, OA)', 말 그대로 '열린 접근'은 학문을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하며, 타 연구자의 논문을 열람하는 학술생태계가 보다 개방적으로 운영되기를 요구하는 운동, 개념, 전략 등을 일컫는 말이다.

2002년 부다페스트 선언(Budapest Open Access Initiative.BOAI)을 통해 처음 공식화된 용어로, '인터넷상에서 이용자 누구나 비용 지급 없이 학술지 논문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허가 절차 없이 최대한 재사용이 가능한 상태'로 정의된다. 당시 참여자들은 "모든 학문 분야의 학술 논문을 일반인이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오픈액세스 운동이 일어난 배경은 학술출판사들의 과도한 구독료 인상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세계적인 학술지 출판사들은 연구자들이 제출한 논문을 선별해 저널에 게재하고 이를 유료로 판매하는 민간 영리기업이다. 우수한 논문을 선별 게재함으로써 영향력을 높이며 이를 기반으로 수익도 늘리는 것이 학술지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지만 출판사들이 해마다 구독료를 큰 폭으로 인상하자 이대로는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국내 대학도서관이 2019년 한 해 동안 지불한 해외 저널구독료는 약 1천623억 원으로, 2년 동안 무려 71억 원이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급격히 상승하는 구독료로 인해, 일부 대학도서관은 구독하는 저널 종수를 줄이거나 저널구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기도 했다.

이같은 사정으로 오픈액세스 운동이 시작됐지만 진정한 오픈액세스의 실현은 요원하다. 학술출판사들이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영리활동을 강제할 방법도 제한적이다. 현재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가 오픈액세스 운동을 이끌고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가 '오픈 사이언스 선언'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정부 차원의 법적·제도적 지원은 미흡한 상황이다.

오픈액세스(OA)를 실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다. 하나는 저자가 논문 출판비용(APC, Article Processing Charge)을 선 부담하고, 독자는 논문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또 하나는 저자가 자신의 논문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사이트(DB, 아카이브)에 올리는 방법이다. 전자를 Gold OA, 후자를 Green OA라고 부르며, 출판사마다 허용하는 OA정책이 다르다.

'약탈적 학술지 (Predatory Journals)'는 돈만 지불하면 무조건 게재해주고 출판 윤리를 어기는 학술지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부실학술지' 또는 '의심 학술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오픈액세스와 함께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는 오픈액세스 운동이 약탈적 학술지의 출현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약탈적 학술지가 횡행하게 된 밑바탕에는 '논문 게재 실적'이 필요한 연구자와 부실한 연구윤리가 깔려 있지만, 오픈액세스 운동의 확산이 '오픈액세스 저널'을 빙자한 약탈적 학술지 시장의 배경이 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오픈액세스 저널'과 '약탈적 학술지'는 기본적으로 저자로부터 논문출판비를 받고 독자에게는 무료로 열람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오픈사이언스 운동의 연장선 상에 있는 건전한 '오픈액세스 저널'과 동료심사없이 논문 게재 실적 장사에 주력하는 '약탈적 학술지'의 경계를 때때로 모호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고의로든 무지로든 한동훈 장관 후보자가 '오픈액세스'를 거론할 수 있게 만든 이유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오픈액세스 연구자들에게 부실학회/학술지를 사전에 안내하고, 연구자들의 제보와 집단지성을 활용해 부실학회/학술지를 검증하는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 (https://safe.koar.kr/)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가 논문을 게재한 것으로 알려진 'ABC Research Alert'를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SAFE)에서 조회한 결과 화면 [출처=safe.koar.kr]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가 논문을 게재한 것으로 알려진 'ABC Research Alert'를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SAFE)에서 조회해 보면 이 학술지는 방글라데시에서 발행하는 'GOLD(하이브리드)' 유형의 저널이며 안전등급은 '주의' 단계로 나타난다.

SAFE의 설명에 따르면, 'GOLD(하이브리드)' 는 저자가 논문출판비를 지불한 논문에 한해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저널에 출판된 논문을 말하며, '주의' 등급은 '체크리스트 검토 결과 투고시 주의가 요구되는 학술지'다. SAFE는 안전등급을 '특이사항 없음-논쟁중-주의-부실'의 4단계로 구분한다. '부실'학술지는 '6개월간 5회 이상 신고된 학술지로, 한국연구재단의 조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부실학술지로 최종 판정된 학술지'다. 이 기준으로는 아직 '부실'학술지는 아닌 셈이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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