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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디스플레이 떠받드는 중국 vs 홀대하는 한국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반도체, 배터리 등을 생존의 문제로 접근하는 국가들이 많아지면서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주요 글로벌 국가들이 전략 기술을 경제 성장과 안보의 핵심 축으로 다루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소외되고 있는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우리나라 산업의 지렛대 역할을 해 왔던 '디스플레이'다.

한국은 지난 2004년 디스플레이 종주국인 일본을 제치고 사상 처음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꾸준히 고속 성장해온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4.4%를 차지하며 반도체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축 산업이 됐다.

LG디스플레이 투명 OLED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투명 OLED [사진=LG디스플레이]

한국은 LCD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와 함께 독보적 기술을 보유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에 빠르게 뛰어들면서 디스플레이 강자가 됐다. 삼성, LG 등 국내 업체들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기술 인재를 적극 영입하고 몇 년간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K-디스플레이'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덕분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애플과도 돈독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에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BOE, CSOT, 티엔마, 비전옥스 등 중국 기업들이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저가 공세를 펼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중국 기업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린 국내 업체들은 LCD 시장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었고, 결국 삼성은 사업 철수를 선언하며 '백기'를 들었다. LG 역시 LCD 생산라인을 줄이고 있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수익성이 떨어진 LCD 대신 새로운 먹거리로 고부가 제품인 OLED를 꺼내들었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OLED 시장을 장악했지만 이마저도 최근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으면서 점유율을 야금야금 뺏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주로 사용되는 중소형 OLED의 경우 BOE, 티엔마 등이 2년 뒤에 생산량에서 한국을 따돌릴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이처럼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천문학적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중국 정부 덕분이다. 공장을 건설할 때 토지와 용수, 전기 등 인프라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은 물론, 제조 설비 대부분도 보조금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목표 수율 달성 시에는 격려금, 적자 발생 시에는 보조금까지 정부에서 지원한다. 지난해부터는 업체들이 원자재, 소모품을 수입할 때도 관세를 면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세계 최대 LCD 제조사가 됐다. 지난해 LCD 매출은 286억 달러(약 35조원)으로, 전체 LCD 시장의 26.3%를 차지했다. CSOT 등 다른 중국 기업들의 매출 역시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위기를 맞았다. 17년간 이어졌던 '1등 신화'도 무너졌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점유율 41.5%로 한국(33.2%)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업계는 LCD에 이어 OLED까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이어질까 불안해 하고 있다. LCD에서 세계 점유율 10% 달성에 10년이 걸렸던 중국이 OLED에서 6년 만에 10%대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위기는 LCD 때보다 더 빨리 찾아올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제대로 된 지원책 없이 넋놓고만 있다. 공장 건설에선 정부 혜택이 전무한 데다 제조 설비도 최대 6% 세액공제가 전부다. 정부의 관심은 오로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뿐이다. 오는 8월 시행되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도 디스플레이는 쏙 빠졌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세수 감소를 이유로 디스플레이를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한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해선 뚜렷한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차세대 반도체 산업 육성, 기술인력 10만 명 양성 등 구체적 공약이 담긴 반도체 정책과 대비된다.

중국은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정부가 알아서 전폭적으로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에 나서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찬밥 신세다.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이해나 중요성을 정부가 너무 모르고 있다는 한탄도 쏟아진다. 반도체, 자동차 등과 함께 국내 수출을 지탱하는 핵심 산업임에도 기업들에게만 짐을 던져놓은 모습이다.

업계는 지난달 말 OLED와 QD-OLED, 마이크로 LED 등 4가지에 대해 '국가첨단전략기술' 후보군으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중국에 주도권을 뺏긴 LCD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민간 부문의 투자를 장려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에도 정부가 '골든 타임'을 놓쳐 또 다시 중국에 자리를 내주는 일을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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