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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의 질문과답] “현대판 ‘주홍글씨’, 10년 동안 원자력연은 고통의 장소였다”


[단독] 퇴직 직원의 ‘갑질’ 소송, 그는 왜?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질문: “퇴직한 이후 이른바 상사와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을 상대로 ‘갑질’ 관련 소송을 했다. 이유가 있는가?”

답: “약 10년 동안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에서 일했다. 퇴직하고 싶었는데 그것도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 끝내 퇴직하면서 ‘갑질 당사자들의 사과와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사측에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회사 측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사과와 재발방지대책만 내놓았어도 소송까지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원자력연의 전 직원이 최근 상사 3명과 원자력연 등을 상대로 직장내 괴롭힘이 있었다며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사진=뉴시스]
원자력연의 전 직원이 최근 상사 3명과 원자력연 등을 상대로 직장내 괴롭힘이 있었다며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사진=뉴시스]

원자력연에서 약 10년을 일한 A 전 직원이 퇴사이후 상사 3명과 원자력연, 원장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사로부터 ‘낙인’ ‘휴가직전 또는 휴가 중 업무지시’ ‘신체적 괴롭힘’ ‘협박성 발언’ 등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원자력연에 요구했는데 이조차 무시했다고 밝혔다.

A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A 씨는 소장에서 자신이 당한 직장 내 ‘괴롭힘’을 이렇게 적었다.

A 씨의 상사 B 씨는 2012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성적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의 허위사실에 근거한 부당한 업무평가, 휴가직전이나 휴가 중 업무지시 반복, A 씨 차량에 대한 사적이용, A 씨에게 할당된 활동비의 임의사용, 업무인수인계 거부, 중요정보 배제, 반복적 폭행, 박사과정 진학 방해 등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등으로 괴롭혔다고 A 씨는 주장했다.

A 씨는 “B 씨는 나에게 ‘그래서 어쩔건데?’와 같은 말을 자주했고 회식자리에서 배나 머리를 손으로 툭툭 치는 행위를 반복했다”며 “‘하지 말라’는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음에도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휴가를 내면 휴가 직전이나 휴가 중에 B 씨가 업무지시를 하는 일을 상습적으로 반복해왔다”며 “휴가 직전이나 휴가 중에 연락해 발표자료 준비 등을 시켜 결국 휴가 중에도 업무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호소했다.

부서를 옮긴 뒤 A 씨는 전 상사(B씨)에게 당한 괴롭힘 피해사실을 회사에 신고했다. A 씨는 “너무 힘들고 우울증 약까지 복용하면서 B 씨의 괴롭힘 사실을 신고했다”며 “그러자 당시 상사였던 D 씨가 나의 피해사실에 대해 은폐하고, 회유하고, 협박하는 등 괴롭혔다”고 전했다.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했다는 것이다.

A 씨는 “D 씨는 도리어 나로부터 피해사실을 듣고도 B 씨와 화해를 종용하는가 하면 화해를 할 경우 내년 인사평가를 통해 승급을 시켜주겠다는 등 이야기를 하며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D 씨에게 제대로 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돌아온 것은 ‘무시’와 ‘회유’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해결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A 씨는 회사의 고충처리절차를 통해 부서이동을 권고 받아 부서이동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서도 D 씨는 ‘가려는 부서장과는 같은 랩실 선후배인데 이야기해서 못 가게 하겠다’, ‘진정인에게 척지면 이 업계에서 다니기 힘들다’라는 등 협박성 발언을 들었다고 소장에 적시했다.

A 씨에 대한 ‘주홍글씨(낙인)’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A 씨는 2017년 12월 다른 연구원으로 파견을 가게 됐다. 파견을 간 연구원의 선임이 뜬금없이 ‘네가 선배 등에 칼 꽂고 왔다는 애구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A 씨는 주장했다.

2019년에는 C 상사로부터 “나와 척지면 끝까지 괴롭힌다”라는 등의 발언을 듣는 등 끊임없이 상사들의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A 씨는 주장했다.

A 씨는 “2020년 2월 20일쯤에는 상사 C 씨의 부당한 업무지시 등이 극에 달했다”면서 “원자력연 원장이 2020년 2월 19일 서울 내 존재하는 액체폐액 현황과 관리를 위해 서울을 방문했다”고 기억했다.

C 씨는 서울연구로에 위치한 액체폐액이 해체계획서에 근거해 방류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했다는 것이다. A 씨는 이에 대해 “인허가 담당자로서 액체폐액 방류 인허가는 잘못된 해석이니 이에 대한 회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서울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원자력연 여러 관계자로부터 ‘액체폐액 방류가 앞으로 위법 사항이 될 수 있으며 해체 추진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정리해 C 씨에게 메일을 보냈다.

이에 대해 C 씨는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소리를 지르면서 “A를 빨라 잘라라”고 말했다고 A 씨는 주장했다.

A 씨는 “(여러 상사의 계속된 괴롭힘에)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휴직이든, 퇴사든 해야겠다고 결심할 정도로 근무환경이 극도로 악화했다”고 회고했다.

퇴직을 결심한 A 씨의 퇴직 절차도 쉽지 않았다. A 씨는 “사측이 휴직과 복직, 퇴직절차에 대해 고의로 부당하게 지연시키고 업무 처리에 필요한 면담조차 거부해 업무처리에 고충을 겪었다“고 말했다. 퇴직하는 과정에서 조차 사측은 ‘갑질’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A 씨는 “이 모든 것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들이었다”며 “원자력연조차 2021년 9월 심의위원회에서 소극적 관점에서 지극히 일부에 대해서이긴 한데 나의 피해사실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A 씨는 “연구원의 관리자급이나 인사 관련 간부들이 이를 고지 받고도 은폐하고 외면하면서 오히려 나를 두고 ‘배신자’ ‘조직 부적응자’와 같이 낙인찍어 수군거리고 조직 내에서 조리돌림했다”고 소장에서 울분을 토했다.

A 씨의 소송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A 씨에 대한 가해는 여럿에 의해 저질러지고, 한번 가해하기 시작하면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여럿이 오래 저지르면서 그 죄책감마저 N분의1 한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마음에 심각한 상처를 남겼다”며 “이 사건은 더 나아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중책을 짊어지고 있는 원자력연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A 씨는 잊고 싶은 과거를 머리 한구석에서 게워내는 대신 ‘이래도 괜찮은 것인지’ ‘자신이 겪은 일들이 정신적으로 강건하지 못해 견뎌내지 못한 사소한 일상사에 불과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인지’ 등 긴 시간을 고민 끝에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며 “개인과 사회모두 안전함을 위해 엄정하고 공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최근 직장내 괴롭힘 의혹으로 손배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사진=원자력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최근 직장내 괴롭힘 의혹으로 손배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사진=원자력연]

한편 원자력연 측은 A 씨의 소송에 대해 질문하자 “B, C, D를 특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개인 정보에 해당돼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원자력연 또한 진행 중인 소송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언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다만, 원자력연은 해당 갑질 피해 민원신고에 대해 4개월에 걸쳐 외부 전문가와 함께 자세히 조사하고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를 했다”며 “대전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사업장에서 조사 및 당사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한 사실을 확인받은 바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해명했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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