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창간 21주년] ⑥ 자본시장에 부는 'ESG' 바람…발굴부터 투자까지


[ESG 경영 패러다임] ESG 콘트롤타워 구축해 전략 수립…ESG 경영 DNA 각인

기업의 사회적 요구와 역할이 점점 커지는 시대다. 과거 이윤 추구가 주목적이던 시대는 저문지 오래다. 사회적 기업의 출현은 기업의 역할을 바꾸는 전기를 마련했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로 기업의 역할을 높였지만 광범위한 주문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CSR의 핵심만을 다룬 경영 준칙인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가 나온 배경이다. ESG는 경영 패러다임에 엄청난 변화를 주고 있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거래처 설정의 척도로 적용 중이고 세계적 평가기관인 무디스는 국가별 ESG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나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기관뿐 아니라 국민연금도 ESG를 중요한 투자지표로 삼고 있다. [편집자 주]
 ESG는 경영 패러다임에 엄청난 변화를 주고 있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거래처 설정의 척도로 적용 중이고 세계적 평가기관인 무디스는 국가별 ESG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나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기관뿐 아니라 국민연금도 ESG를 중요한 투자지표로 삼고 있다. [그래픽=아이뉴스24]
ESG는 경영 패러다임에 엄청난 변화를 주고 있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거래처 설정의 척도로 적용 중이고 세계적 평가기관인 무디스는 국가별 ESG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나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기관뿐 아니라 국민연금도 ESG를 중요한 투자지표로 삼고 있다. [그래픽=아이뉴스24]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ESG 관련 위원회 설립과 조직개편 등을 통해 ESG 맞춤형 몸만들기에 나섰다. 기관투자자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이 투자 프로세스에 ESG 전략을 도입할 것을 천명하는 등 ESG가 국내 자본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 ESG 콘트롤타워 구축 및 조직개편…ESG 경영 DNA 심는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ESG 관련 위원회 설립, 부서 신설 등 ESG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ESG 위원회 설립을 결의했다. 위원회를 통해 ESG 관련 정책을 검토하고 승인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ESG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의 SRI(사회책임투자) 전문 리서치 기관인 서스틴베스트(SUSTINVEST) ESG 등급평가에서 증권사 최고 등급인 'A등급'을 획득했다. 앞서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DJSI) 월드 지수에 9년 연속 선정되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 평가 A등급을 받기도 했다.

KB증권은 지난해 10월 전략기획부 내 ESG 전략팀을 신설한 데 이어 연말에는 ESG 정책 의사결정 기구인 ESG 위원회(이사회 산하)를 신설했다. 동시에 ESG 분석을 통한 투자전략 제공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로 리서치센터 안에 'ESG솔루션팀'을 신규 편성했다. 전사적 차원에서 ESG 조직체계를 강화해 ESG 경영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1월 리서치센터 산하에 ESG 연구소를 설립했다. 설립 후 'ESG, 자본시장의 뉴노멀', '성공적인 ESG 채권 발행 전략' 등 심층적인 ESG 리포트를 발간하며 ESG 경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증권 ESG 연구소는 특히 기업들을 대상으로 ESG 관련 자문과 전략을 발굴하는 등 ESG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이후 기업들이 실제 ESG 투자나 채권발행 등 실행이 필요할 경우 IB 관련 부서까지 연결해 주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한다. 일률적인 자문에서 벗어나 애널리스트들의 견해를 종합해 업종별 ESG의 주요 이슈와 특징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ESG 총괄 전담부서를 지정하고, 전사 단위 협의 조직인 ESG 협의회를 운영 중이다. NH투자증권은 업계 최초로 'NH ESG 리포트'를 발간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인덱스 사업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 ESG 지수 개발에 나섰고, 지난해 3월부터는 투자 리포트에 ESG 인덱스 평가 내용을 기재하고 있다. 애널리스트의 전문성을 활용해 기업분석 자료에 ESG 관련 내용을 심층적으로 기재해 투자자들에게 보다 많은 ESG 정보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이 업계 최초로 ESG 관련 IR행사를 개최한 것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19년 홍공, 싱가폴 등 아시아지역 투자자를 대상으로 국내 기업 ESG 현황 포럼과 설명회를 개최했고, 지난해 12월에는 ESG 성과와 경영전략을 기관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ESG 콥 데이'를 진행하기도 했다.

증권사 뿐 아니라 한국거래소도 지난해 11월 ESG 자문위원회를 발족하고, ESG 투자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 수립과 제도마련에 관한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 증권사 ESG 채권 발행 봇물…연기금·운용사 투자 수요 확대 대응

증권사들의 ESG 경영 전략은 ESG 채권의 직접 발행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4일 총 4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이 중 1천100억원을 ESG 채권으로 발행했다. 해당 자금은 녹색사업에 대한 차입금 차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9일 3천억원의 회사채를 공모하며 이 중 1천억원을 ESG 채권으로 발행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한국신용등급평가에서 인증평가를 받은 결과 사회적 채권 가운데 최고 등급인 'SB1'을 획득했다. 확보한 자금은 사회적 채권의 차환과 ESG 관련 신규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앞서 미래에셋대우는 2019년 증권사 최초로 원화 ESG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1천억원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당초 700억원 규모를 계획했지만, 수요예측에서 자금이 대거 몰리는 등 투자 수요가 높아 300억원을 증액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1천1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NH투자증권이 녹색 사업과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의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높은 투자 수요에 기존 1천억원이었던 발행 예정액을 100억원 가량 더 늘렸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ESG 관련 위원회 설립, 부서 신설 등 ESG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ESG 관련 위원회 설립, 부서 신설 등 ESG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투자 전략에도 변화 바람…'탈석탄' 선언부터 신재생에너지 투자까지

ESG 경영이 화두로 자리 잡으며 증권사의 투자 전략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잇단 '탈석탄' 선언에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가 대표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석탄 관련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친환경 펀드를 개발하는 등 ESG 경영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9월에는 한국수력원자원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풍력발전단지 4곳의 지분 49.9%를 인수해 신재생에너지 공동개발에 나섰다.

금융지주 차원에서 '탈석탄'을 선언한 KB증권은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채권 인수를 중단하기로 했다.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등도 잇따라 석탄발전 투자에서 손을 떼고 있다.

특히 KB증권은 최근 열기가 뜨거운 ESG 채권 발행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SG 채권 발행 시장에서 KB증권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019년 49%에서 2020년 58%까지 크게 높아졌다. KB증권은 올해 들어서도 9천억원에 달하는 ESG 채권 발행 주관을 맡으며 선두를 유지 중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한 직접 투자와 금융 자문, 주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친환경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이슈인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칠레의 105MW 태양광 에너지 발전 프로젝트와 국내 거금도 25MW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자문과 주선 서비스를 진행한 바 있다.

최근에는 2년 연속으로 한국전력의 원화 ESG 채권(2천억원) 발행을 주관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부터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한국임팩트금융에 1조9천억원을 출자했다. 사회적 금융에 대한 지원을 제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NH-아문디(Amundi) 자산운용과 함께 북유럽 현지 자산운용사인 캡맨인프라를 통해 스웨덴 에버튜링엔 풍력 발전소 지분 50%를 매입했다. 에버튜링엔 풍력 발전소는 완공 시 연간 26만5천가구의 아파트에 친환경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풍력 발전 단지다.

◆ 자산운용사, 앞다퉈 ESG 펀드 출시…ESG, 중요 투자의사 결정 요인

주요 자산운용사들도 ESG 테마를 앞세워 펀드 라인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현재 국내주식평가액 1천억원 이상인 자산운용사 27개 기관 중 16개 기관이 주식형 ESG 펀드를 운용 중이다. 마이다스, NH아문디, 신한, KB 자산운용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후발주자들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주식형 ESG 펀드는 연초 이후 4천300억원의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SG'라는 명칭이 붙은 펀드뿐만 아니라 녹색성장과 그린뉴딜, 사회책임투자(SRI)까지 ESG 테마에 포함하면 ESG 관련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올해 들어서만 8천억원이 증가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이어지며 설정액이 올해 1조2천억원의 자금이 순유출 된 것과 대조적이다.

채권형 ESG 펀드도 활황이다. 지난해 3월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ESG 채권 펀드 출시를 시작으로 지난해 말 3개의 ESG 채권 펀드가 신규 출시됐다. 우리자산운용은 기존 채권형 펀드에 ESG 투자를 접목해 ESG 채권 펀드로 변경했다. 지난 1월말 기준으로 신규 설정도니 ESG 채권 펀드 규모는 3천150억원으로, 이 외에도 여러 자산운용사에서 ESG 채권 펀드 출시를 준비 중이다.

ESG 펀드가 다른 주식형 펀드와 달리 활황을 보이는 것은 국내 기관투자자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 등이 ESG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투자 프로세스에 'ESG 통합' 전략을 도입해 올해부터 해외주식과 국내 채권에도 책임 투자를 적용한다. 또 2022년까지 책임투자 적용 자산군 규모를 기금 전체 자산의 약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책임투자 원칙 중 '원칙6'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위탁운용사 선정 및 평가 시 책임투자 관련 사항을 고려하고, 위탁운용사의 책임투자 이행현황에 대해 모니터링을 수행"으로 명시돼 있다. 자산운용사가 국민연금의 국내채권 위탁 운용 자산(43조원)의 위탁자산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책임투자를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ESG 투자 시장은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평판 제고와 탄소배출권거래 제도 등에 대응 할 수 있고, 최근 투자자들의 수요 확대에 따라 조달금리도 유리하다"며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도 ESG 전용펀드를 설정함으로써 정부 기관 자금을 유치하고, ESG 채권은 물론이고 우량 기업의 채권을 선 확보하는 등의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정부와 기업 주도로 ESG 경영을 확대하는 것과 동시에 투자기관과 투자자도 ESG 투자가 투자의사 결정에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과거 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 선정에 있어 최우선 기준으로 이윤창출 극대화와 신용위험 회피를 꼽았다면, 최근에는 사회적 책임투자(SRI)가 투자 대상 선정의 기본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실질적인 ESG 경영과 투자가 시작되는 큰 걸음을 시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특히 한국판 뉴딜정책 시행과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책임투자 확대는 ESG 시장이 균형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창간 21주년] ⑥ 자본시장에 부는 'ESG' 바람…발굴부터 투자까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