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경쟁기반의 수요창출 정책이 유효"...고현진 SW진흥원장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장은 적어도 SW업계에서 만큼은 첫손에 꼽힐 '2004년 뉴스메이커'였다.

한국MS 사장 출신이라고는 믿기 어려울만큼, 공개SW 정책을 밀어부치며 직설적인 발언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고현진 원장은 국가차원에서 SW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하는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 제조업 공동화 이후에도 한국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려면 SW산업 기반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아이뉴스24가 진행한 연중기획 'SW산업을 살리자' 결산과 함께 2004년 국내 SW산업을 돌아보자는 취지에서 고현진 KIPA 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현진 원장은 인터뷰에서 "공개SW 기반 생태계 구현이야말로 한국 SW산업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확률높은 게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운영체제(OS)보다는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하는게 유리하다는 다국적 기업 논리에 대해서도 "플랫폼 경쟁력없이 추진되는 애플리케이션 육성 정책은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SW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환경 개선과 관련해서는 의미있는 시도들이 있었다는 평가와 함께 업체들이 체감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제2의 벤처활성화 정책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스타기업 집중 지원' 요구에 대해서는 완곡하게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특정 기업을 팍팍 밀어준다고 해도 세계적인 SW업체로 올라서기가 쉽지 않다"면서 "그 보다는 현재로선 건전한 경쟁에 기반한 수요창출 정책이 SW산업 발전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고현진 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2004년 우리나라 SW산업을 어떻게 평가하나.

"IT투자가 너무 위축됐다. 이로 인해 중소업체들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대기업들은 그나마 자기 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익 위주 경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소업체의 경우 일부 콘텐츠 관련 업체들만 겨우 숨을 돌린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에겐 어려운 한해였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보면 2004년은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대기업 입찰 제한제도, 분쟁조정위원회 설립, 기술평가제 도입, 용역 대가 산정 기준 선정 등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제도의 경우 SW업체들이 겁이 나서인지 잘 활용하지 않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기업 입찰제한제도 등은 제대로 시행되고 있다.

2004년 SW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던진 것은 물론 공개SW였다. 시범사업도 했고, 관련 업계나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주의를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 대기업 입찰제한 제도로 인한 혜택을 체감하기 힘들다는 평가도 많은 상황이다.

"제도라는 게 원래 시장 활성화가 담보돼야 효과를 발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올해는 수요가 워낙 위축되다 보니 제도 자체가 가져다주는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당초 대기업 입찰제한 제도로 인해 중소업체들에게 돌아가는 시장 규모를 2천억원 정도로 봤다. 그러나 수요가 5천억원 줄어들었다면, 2천억원이라는게 의미가 있겠나. 이를 감안하면, 시장 수요 감소가 정부 제도의 약발을 떨어뜨렸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 그럼에도 SW업체들은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구조적인 모순이 아직도 건재하다고 지적한다. SI업체들과의 불공정한 '갑을관계'가 대표적이다.

"대기업과의 하청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하기 어렵다. 대기업도 많이 남아야 상생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자기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허리띠 졸라맬수 밖에 없다. 대기업과의 하도급 문제는 결국 분쟁조정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풀어야할 사안인데, 아직까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 아이뉴스24가 최근 개최한 좌담회에서 CEO들은 정책 당담자에 대한 인티브 부여, 정책의 평가 및 관리 시스템 등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정책도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정부가 퍼붓는 돈은 개별 업체 입장에서 보면, 적은 규모다. 또 정책만으로 직접 효과를 보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생각이다. 정부 정책으로 직접적인 수혜를 못봤다고 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잘못된 기대치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정부와 기업은 기본적으로 시각차이가 있을수 밖에 없다. 기업이 아닌 산업 육성인데, 단기간에 효과가 나오겠나.

물론 정책의 파급 효과가 어디까지 가는지를 측정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또 정권 교체가 5년마다 한번 일어나고, 담당 공무원들의 교체도 수시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일관된 정책 추진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전문기관인 정부 산하기관들이 좀 더 영속적이고, 독립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 2004년 공개SW육성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과거보다 공개SW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 전자정부위원회에서 최근 공개SW 사용 권고안이 통과됐다. 얼마나 도입되는가 여부를 떠나, 의미있는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들이 공개SW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공개SW가 확산되려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은게 사실이다. 특히 공개SW에 대한 공공기관 전산 담당자들의 인식은 바뀔 필요가 있다."

- 2004년 MS는 공개적으로 공개SW 육성정책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한 입장은.

"MS가 공격적으로 나오는 것은 공개SW가 가장 위협적인 미래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놓고 반대하고 나오는 것은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다른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본다."

-최근 유럽 제 1심재판소(ECFI)는 MS에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의 명령을 즉시 이행하라고 명령했다.

"MS에게 문제는 6억달러가 넘는 벌금이 아니라 후속 제품 개발 방법과 마케팅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유럽과 유사한 사례가 다른 나라에서도 뒤따른다는 것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 한다.

유럽연합위원회는 MS의 시장 지배력 때문에 공정 경쟁이 저해되고 있다고 판단, 제재 조치를 내린 거다. 이런 상황이 아시아에서는 안일어날 것인가. 일본과 한국도 마찬가지다. 다른 아시아 국가 정부들도 이번 사건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를 감안하면 유럽과 유사한 사례가 뒤따를 수 있다. 이는 대안 솔루션을 갖고 있는 업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 아직도 공개SW가 KIPA가 말하듯, SW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않다.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는 후진국이 하는 거다. 노동 집약적이다. 온라인 게임 역시 100억원을 투입해도, 소비자 기호가 바뀌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그런데도 글로벌 업체들은 한국은 이런것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 속셈이 있다.

우리도 플랫폼 업체들을 키워야 한다. 공개SW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공개SW를 밀면 성공한다는 뜻이 아니다. 확률적으로 어떤게 가능성이 높은가를 보는 것이다. 지금 외국 SW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상황에서 어떤 접근 방식이 성공 가능성이 높은가를 따져보면 공개SW 기반으로 가는게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OS에 대한 인식은 지금 바뀌고 있다. IBM이 리눅스 주장하는거나, 통신 업체들이 심비안 키우는 것은 플랫폼 업체 입장에서 보면 운영체제 같은 것은 이제 전기 스위치처럼 돈받지 말자는 거다. 대신 수익의 원천을 유틸리티컴퓨팅이나 아웃소싱 전략으로 돌리고 있다."

- SW산업 육성에 있어, 평등주의보다는 경쟁력있는 업체들을 집중적으로 키워줘야 한다는 논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스타기업 육성론'이다.

"대표 SW기업이 하나 나오면 파급효과가 크다. 부정하지 않는다. 또 스타기업육성이라는게 과당 경쟁을 줄이고 전문기업이 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라는 것이라면 동의한다. 그러나 특정 업체들만 집중적으로 키워주자는 것에는 반대한다. SW기업은 돈만 있다고 성장하는게 아니다. 1천억원주면 MS되나. 1조원줘서 된다고 하면 주겠다.

그러나 SW사업은 기술 개발이나 시장 환경에 대한 연륜이 필요하다. 돈으로만 되는게 아니다. MS와 오라클이 왜 성장했는가. 그것을 받쳐주는 기업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기업은 건강한 중소기업이 많이 존재할때 나오는 법이다. 특정 기업을 밀어준다고 해서 단기간에 나오는게 아니다. 이를 감안하면 정부 정책은 과당 경쟁을 방지하면서, 경쟁력 있는 업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수요 확대 정책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2005년 화두는 쓸만한 기업들이 죽지 않게 하는 것이다. 내수 활성화와 고용 창출이 핵심이다. 이를 감안하면 단기간에 시장에 충격을 주는게 필요하다. 시범사업이 효과적이다. 기업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을 만들려면 수요를 만들어주는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쳐야 한다.

물론 무분별한 수요확대 정책은 잘못된 것이다. 분야별로 유효한 공공 프로젝트를 많이 만든 뒤 그안에서 의미있는 경쟁이 일어나도록 돈을 풀어야 한다. 직접 자금 지원한다고 그 업체가 경쟁력을 갖게 되는게 아니다. 실력이 없는데도, 돈이 없어서 안된다고 하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수요자가 이를 제대로 가리도록 하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 2005년 진흥원의 주요 계획은.

"SW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은 계속 추진한다. 올해보다 좀더 강화하려고 생각하는 것은 크게 3가지다.

첫번째, 유효 적절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겠다. 사실, 공공기관들이 하는 세미나중 상당수가 예산이 남아서, 하는게 많다. 숫자만 채우면 그만이란 인식도 강하다. 이를 감안, 2005년에는 평가 기준를 계량화하는 것은 물론 많은 서비스를 유료화할 것이다. 여기서 서비스란 책이나 세미나 등을 의미한다. 비용을 받겠다는 의미보다는,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된 가치를 전달하겠다는 것으로 봐달라.

다음은 국제화다. 우리는 수출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술 트렌드나 표준화와 관련 국제적인 감각을 갖는게 중요하다. 몇몇 SW기업들은 이제 해외로 나갈 때 됐다. 스타기업도 결국 밖으로 나가야 나온다. 이에 2005년은 국내 SW업체들의 국제화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

세번째는 중소기업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들을 많이 할 계획이다. 지금 정부가 내보내는 핵심 메시지가 내수 활성화와 고용 창출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예산이 얼마나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뉴딜이나, 벤처 자금 등이 확보된다면 중소기업을 위한 수요 창출에 적극 나서겠다."

황치규기자 delight@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