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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핫스팟] 주인 바뀐 열여덟살 롯데카드 점프업!…'조좌진 스타일' 앞세워 혁신 드라이브


"일할맛 나게 해주자" 사옥 이전 후 7개층 모두에 업무+휴식공간 워킹라운지 설치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권위' '수직' '보수'. 금융회사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이미지들이다. 합리적이고 신속한 의사 결정이라는 대의를 위해 직원들은 상사의 말에 무조건 따라야하고, 의견 피력은 되도록 자제해야만 했다. 대표가 아무리 혁신을 부르짖어도, 내부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한 이유다.

금융권의 이미지를 부수고 있는 회사가 있다. 사무실 어디에도 '상석'을 찾아볼 수 없다. 금요일 오후 5시부터는 사무실에서 치맥 파티를 벌이며 타부서 직원과 친목을 다진다. 업무가 얼추 마무리되면 휴게실에서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핀테크 회사냐고? 아니다. 올해 열여덟살이 된 롯데카드의 이야기다.

 롯데카드 신사옥 26층에 마련된 접견실에서 직원들이 외부손님들과 미팅을 하고 있다. 멀리 북악산이 한 눈에 보이는 등 뷰 핫플레이스다. [정소희 기자]
롯데카드 신사옥 26층에 마련된 접견실에서 직원들이 외부손님들과 미팅을 하고 있다. 멀리 북악산이 한 눈에 보이는 등 뷰 핫플레이스다. [정소희 기자]

롯데카드가 조좌진 대표 체제에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가 공을 들이는 건 '업무 환경'. 환경이 바뀌면 사람도 바뀐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뿜을 수 있도록 환경 디자인에 열을 쏟는 조 대표. 그의 손길이 묻어있는 광화문 롯데카드 신사옥을 지난 15일 방문했다.

◆금요일 네시 반? 롯데카드에선 치맥 타임

 롯데카드 본사 사무실 입구에 신규 BI 'LOCA'가 적용돼있다.  [정소희 기자]
롯데카드 본사 사무실 입구에 신규 BI 'LOCA'가 적용돼있다. [정소희 기자]

롯데카드는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76에 위치한 콘코디언 빌딩으로 사옥을 이전했다. 2010년 남대문 인근 소월로 롯데손해보험 빌딩에 입주한 지 10년 만에 옮긴 것이다.

26층 접견실에 올라가보니 가히 '뷰 핫플레이스'라고 할 만 했다. 전방으로는 청와대, 그리고 북악산까지 훤히 보였고, 옆으로는 멀리 잠실 롯데월드타워까지 눈에 들어왔다. 종로 거리도 한 눈에 들어왔다. 알고 보니 롯데카드 사옥은 고도제한이 풀리기 시작하는 구역 중 가장 높은 건물이다.

다락방 테마로 꾸며진 롯데카드 워킹라운지. 자유롭게 회의를 할 수 있다. [정소희 기자]
다락방 테마로 꾸며진 롯데카드 워킹라운지. 자유롭게 회의를 할 수 있다. [정소희 기자]

벽면은 '미디어월'로 꾸며졌다. 롯데카드의 지향점 등을 홍보하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접견실 답게 최신식 커피머신은 덤이다. 한 쪽엔 '유튜브존'이 마련돼있다. 사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개인방송·콘텐츠 제작 용도다. 롯데카드는 직원들 중 끼가 넘치면서 전문 지식을 갖춘 이들을 사내 크리에이터로 선발했다. 이들에겐 공식 채널 업로드 기회는 물론 콘텐츠 이용료도 제공할 예정이다.

접견실의 백미는 '수면캡슐'이다. 일반적인 회사라면 수면실에 침대 몇 개가 전부였겠지만, 롯데카드는 수면캡슐을 비치했다. 산소발생기 등 갖출 건 모두 갖추고 있었는데, 일본 등에서 유행하는 캡슐호텔 못지않은 수준이었다. 직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롯데카드 신사옥에 마련된 수면캡슐. [정소희 기자]
롯데카드 신사옥에 마련된 수면캡슐. [정소희 기자]

한 개 층만 둘러봤음에도, 결코 대충 꾸미지 않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카드 신사옥 인테리어는 모두 조 대표 손길을 거쳐 결정됐다. 하나하나 보고받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손수 챙겼다고 한다. 이미 만들어진 인테리어 초안조차 갈아엎었을 정도다.

조좌진표 인테리어의 정수가 바로 '워킹라운지'다. 롯데카드 사옥 사무실 7개 층엔 워킹라운지가 조성돼있다. 업무를 뜻하는 '워킹'과 휴식하는 장소를 의미하는 '라운지'의 합성어로 업무와 휴식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각 워킹라운지는 P.O.C.H.A(Positive Thinking, Obsession with Detail, Challenge and Learn, Have Fun, Agility in Strategy)를 테마로 꾸며졌다. 조 대표가 강조한 '롯데카드의 5가지 일하는 방식'의 앞 글자를 땄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워킹라운지는 22층의 'Arcade H'였다. 라운지에는 다트 게임기 2대와 유명 콘솔게임기가 비치돼있다. 넓은 소파와 원형 의자도 다수 마련 돼있어 여러 명이서 콘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다트 게임의 경우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직원들끼리 점심 내기 용도로 많이 이용된다고 한다. 다트게임 뒤편엔 옛날 향기가 풀풀 풍기는 오락기 두 대가 자리했다.

롯데카드의 워킹라운지 '아케이드 H' [정소희 기자]
롯데카드의 워킹라운지 '아케이드 H' [정소희 기자]

조용하게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직원들은 21층 'Theater. H'를 찾는다.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도록 쇼파가 길다랗게 놓여있다. 아무리 시설이 잘 돼있어도, 이용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롯데카드는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시간대를 나눠 출근하는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일찍 업무가 끝난 직원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영화관 테마로 꾸며진 롯데카드 워킹라운지 [정소희 기자]
영화관 테마로 꾸며진 롯데카드 워킹라운지 [정소희 기자]

영화관 테마로 꾸며진 롯데카드 워킹라운지 [정소희 기자]
영화관 테마로 꾸며진 롯데카드 워킹라운지 [정소희 기자]

회의를 꼭 회의실에서 해야 할까. 동료들과 차 한 잔 마시면서 업무 이야기를 하면 그것도 회의다. 조 대표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도서관과 다락방 느낌의 워킹라운지를 조성했다. 물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롯데카드 사옥에선 매주 금요일 오후 5시부터 치맥 파티가 열린다. 즐겁게 한 주를 마무리하고 더 나은 다음 주를 기약한다는 의미의 '베러 프라이데이' 행사다. 해당 층 직원들이 모두 워킹라운지에 모여 일주일치 회포를 푼다. 같은 층에 근무해도 말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타부서 직원들과도 친목을 다질 수 있다.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를 변화시킬 수 있다"

롯데카드 사무실 풍경. 팀장석을 따로 구분하기 어렵다. [정소희 기자]
롯데카드 사무실 풍경. 팀장석을 따로 구분하기 어렵다. [정소희 기자]

롯데카드 신사옥은 언뜻보면 ICT 기업으로 착각할 정도로 직원친화적으로 꾸며졌다. 이는 조 대표의 경영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조 대표는 신사옥 이전 당시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를 변화시킬 수 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일하는 환경을 개선하면 사고도 바뀌고 행동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사무실 배치에서도 조 대표의 철학을 느낄 수 있다. 롯데카드 사옥 사무실엔 팀장석이 없다. 아니, 팀장석은 있을지언정, 어느 자리인지는 구별하기 어렵다. 소위 말하는 '상석'이 없다는 뜻이다. 사무실 환경을 수평적으로 개선한 것만으로도 직원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이전 사옥엔 팀장석과 팀원 자리가 명확히 구분돼있어,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듣기 위해선 팀장석으로 가야만 했다"라며 "신사옥으로 이전하고 나선 더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게 돼, 직원들이 심적으로 편해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사실 지난해 만해도 롯데카드는 안팎으로 어수선했다. 금산분리 규제를 피하기 위해 롯데그룹이 매각 방침을 밝힌 지 약 5개월 만에 국내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됐다. 매각을 통한 차익 실현이 사모펀드의 주된 목적인지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됐다.

그러나 조 대표 취임 후 롯데카드는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 3월 말 조 대표를 정식으로 선임했다. 현대카드 마케팅총괄본부장, 전략본부장, 올리버 와이만 한국 대표 등을 거친 카드업계 전문가다.

취임 이후 조 대표는 롯데카드의 부흥을 위해 많은 것을 바꿔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게 회사의 상징인 BI다. 구불구불한 선을 독특하게 표현한 '아르누보' 형식의 'LOCA(로카)'다. 롯데카드의 줄임말이자, 스페인어 '라 비다 로카(미친 듯이 행복한 삶)'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롯데카드의 신규 BI [이미지=롯데카드]
롯데카드의 신규 BI [이미지=롯데카드]

직원 명함도 교체했다. 특이하게 1950년 초창기 신용카드를 모티브로 했다. 신용카드 회사 직원으로서의 자부심을 고취시키면서, 신용카드업의 본질에 집중해 고객에게 최고의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다양한 양식을 띄는 신생 명함과 다르게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두 가지 모두 조 대표가 손수 챙겼다.

고용과 관련된 잡음도 들리지 않고 있다.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여느 카드사와 비슷한 규모로 진행됐다.

초창기 신용카드를 모티브로 한 롯데카드의 새 명함 [정소희 기자]
초창기 신용카드를 모티브로 한 롯데카드의 새 명함 [정소희 기자]

이제 내부 환경은 다잡았으니, 실력으로 보여줄 일만 남았다.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의 분위기가 좋은 건 아니다. 중소형사로 분류되는 롯데카드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올 1분기 롯데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68.5% 증가한 509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조만간 롯데카드는 회사의 비전이 담긴 신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옥 각 공간에 맞는 다양한 조직문화 개선 활동을 통해 직원들의 만족도를 제고하고 창의성과 혁신을 견인하는 등 롯데카드만의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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