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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공정위 통신정책 정면 충돌


 

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정책을 놓고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공정위는 정통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해 밀어붙인다는 계획이어서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양측의 상반된 입장은 결국 정책 수요자인 기업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는 통신요금정책과 단말기 보조금 정책 등 정보통신정책의 골격인 중요한 정책에서 정보통신부와 정반대의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국감은 이융웅 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음에 따라 큰 이슈없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반대 상황이 연출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은 통신 시장 경쟁 정책에 대해 질문 펼쳤고, 이에 대해 강철규 공정위원장은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통부와 정반대의 답변을 거침없이 내놓았다.

특히 이날 정무위 의원들의 발언을 보면 '공정위 편들기 식' 내용도 많아 세심한 분석 없이 '민원성 질문'을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채수찬(열린우리), 이승희(민주), 나경원(한나라) 의원 등 정무위 소속 의원 대부분은 공정위가 주장하는 요금인가제 폐지에 동조했다. 심지어 이상경 의원(열린우리)은 통신시장은 공정위에서 관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까지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오는 21일로 예정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정통부 종합감사 때로 이어져 ▲현재의 통신시장 경쟁 상황에 대한 인식 ▲통신요금 조정 정책 ▲공정위·통신위간 업무 분장 문제 등이 핫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통신 시장 경쟁 정책에 대해, 정무위와 과정위 등 2개 상임위가 통신위와 재경부 관계자를 교차 증인으로 출석시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쟁 철학과 현실 인식의 차이

정통부는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선 독과점을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는 요금 조정에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통부는 유효한 경쟁환경을 만들기 위해 선발 사업자에 대한 규제와 후발사업자에 대한 배려를 정당화하는 '유효경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유효경쟁 정책'은 요금인가제와 단말기보조금 지급금지, 접속료 및 전파사용료 산정 등 세부 정책에 반영돼 있다.

이날 증인 출석한 김인수 통신위원회 사무국장은 "아직 이동전화 시장에서도 유효경쟁 체제가 확립되지 않았다"면서 "지난 해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이 59.6%이나 돼 거의 독과점적인 상황이며, 충분한 유효경쟁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다는 게 정통부의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통부는 통신시장에서 충분히 유효경쟁에 도달했다고 판단했을 때 요금인가제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부가 담합 여부와 법 위반만 조사할 수 있으며, 직접 가격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줘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국감장에서 "통신산업이 발달한 데에는 정통부의 노력도 있었지만 통신산업이 발전해 나가는데 시장에서 공정경쟁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후발사업자의 영업이익을 위한 요금인가제보다는 자율적인 가격결정이 돼야 경쟁이 활성화된다"면서 요금인가제를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후발사업자를 배려해 완전 자유화보다는 (가격상한제라는) 간접적인 경쟁체제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결국 정통부는 요금인가제가 독과점에서 경쟁체제로 가는 데 필수적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는 반면, 공정위는 가격결정권을 통신업체에 주는 게 오히려 경쟁을 활성화시킨다는 전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요금인가제 폐지 여부, 여론이 압박할 듯

정통부는 요금인가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공정위는 요금인가제와 신고제를 폐지하고, 요금상한제와 요금공시제를 택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통부는 이동전화와 시내전화 요금 모두 아직까지 요금인가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동전화는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시내전화는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금인가제란 시장 지배적 통신사업자(KT, SK텔레콤)의 경우 정부가 요금을 인가해 주는 것이고, 가격상한제는 물가수준 등을 반영해 요금이 일정수준 이상 올라가지 못하도록 하되 가격결정권은 통신회사가 갖는 것이다.

요금공시제는 일정요건을 갖춰 알리는 것으로,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 KTF나 LG텔레콤 등 후발사업자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현재 정통부에 요금을 신고해야 했지만, 공시제가 되면 대외에 알리기만 하면 된다.

이같은 통신시장 경쟁 정책에 대한 정통부와 공정위간 갈등은 21일 국회 국정감사 때 다시 한번 부딪힐 전망이다.

21일 과정위 국감장에 허선 공정위 경쟁국장과 옥화영 경쟁촉진과장이 증인으로 나오는 만큼, 과정위원들이 어떤 입장을 보일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대다수가 정무위원들처럼 공정위 '요금인가제 폐지'에 동조할 경우, 정통부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전망이다.

당장 '요금인가제 폐지'로 돌아서지 않는다고 해도 통신 시장 경쟁 상황에 대한 재평가와 소비자 권익 보호 문제 등을 처음부터 검토해야 할 지도 모른다. 정부는 국감 지적 사항을 향후 정책 수립때 적극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21일 과정위원들의 지적사항은 참여 정부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무위원들의 인식이 공정위 정책 지지로 모아진 상황이어서, 과정위원들의 발언 하나하나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정통부는 먼저 경제장관회의에서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에 대해 부처간 입장을 조율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공정위는 곧바로 국무회의에 상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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