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이균성] 미인대회로 본 '자본주의 중국'


 

중국의 엄청난 변화는 '미인대회'에서도 읽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의 미(美)는 역사의 한 축이었다. 굵직굵직한 세계사 치고 배경에 절세가인이 없었던 적이 드물 정도다.

인류 4대 문명 가운데 하나를 만들었던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인에 관한 담론에서 중국을 제외하면 외려 섭섭할 이야기다.

중국에서는 침어(浸魚) 서시(西施), 낙안(落雁) 왕소군(王昭君), 폐월(閉月) 초선(貂蟬), 수화(羞花) 양귀비(楊貴妃)를 4대 미인으로 친다. 이들 모두 다 나라 운명을 좌지우지 하였던 절세가인들이다.

'(너무 예뻐)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잊어버렸다'고 해서 '침어'로 불렸던 서시는 오(吳)나라 가 월나라에 망하게 했던 장본인이다.

'달이 부끄러워 얼굴을 가릴 정도로 예쁘다' 해서 '폐월'로 불렸던 초선은 동탁과 여포를 이간질 시켜 동탁을 죽게 만든 장본인이다.

당명황(唐明皇)에 간택된 양귀비는 '꽃이 부끄러워 잎을 말아 올릴 정도'(羞花)였다 하니, 여성에 대한 중국인의 생각이 어땠는지 짐작된다.

하지만 사회주의 중국은 이를 더는 허락하지 않았었다.

개발 독재 시절,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한국 사회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던 때, 중국은 여성의 미에도 '죽의 장막'을 쳤었다.

물론 '성의 상품화'에 반대했던 당의 정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죽의 장막'은 걷히고, 중국식 사회주의는 완전히 바뀌었다. 환골탈태다. 매춘이 활개치는 것은 물론, 여성의 상품화에 도전적일 정도다. 다채롭게 진행되는 미인대회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중국은 '서구 부르주아의 퇴폐 행사'라는 반대 여론 속에서도 지난해 처음으로 '미스 월드 선발대회'를 개최한데다, 올 12월4일에는 중국 최고의 휴양 도시인 하이난다오(海南島)의 싼야에서 이 대회를 다시 개최키로 했다.

격세지감을 느낄 뿐이다. 그 뿐 아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최초로 오는 11월 '제1회 성형미인대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이미 미국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참가키로 했다. 또 얼마 전 신화통신은 "55세 이상 중년남녀를 대상으로 미남미녀를 뽑는 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며칠 전에는 중국 동포(조선족)도 자체적으로 미인대회를 열었다.

"매스미디어가 미의 기준을 획일화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에 따라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TV 중계가 중지되고, 미의 기준을 다양화하기 위해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가 열리고 있는 한국을 생각할 때 당혹스러울 정도이다.

이 정도면 앞서는 자와 뒤쫓는 자의 상황이 헷갈릴 만도 하다.

미인대회는 본질적으로 두 가지 속성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획일성'과 '상품성'이 그것이다. 각종 상업적 스포츠 대회처럼 미인대회는 국가 주도의 개발 시대에 더 없이 딱 맞아떨어지는 아이템인 셈이다.

그래서, 중국은 '사회주의 혁명 전통'을 뒤집으면서까지 여성을 상품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든 팔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한국보다 더 상품 자본주의에 경도돼 있다. 그것이 지금의 중국이다.

그것은 결코 만만디((慢慢的, 천천히)일 수 없다. 외려, 압축성장을 향한 속도 경쟁으로 봐야한다.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이균성] 미인대회로 본 '자본주의 중국'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