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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 태극기 물결친 칭다오 한민족 경제권


 

태풍 '민들레'가 맹렬한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는 뉴스가 계속 전해졌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대신 태극기가 큰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칭다오(靑島) 한국주간'이 개막된 3일 중국 청도 시내.

서울로 치면 강남 테헤란로 쯤에 해당되는 청도 향항로(香港路) 10차선 대로를 태극기가 점령하고 있다. 누가 봐도 한국 축제가 벌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향항로 뿐 아니다. 시내 유명 호텔은 물론이고 좁은 골목길에도 태극기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와 나란히 나부끼고 있다.

'이곳이 과연 중국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거리 곳곳의 한글 간판도 부쩍 늘었다. 웬만한 상가 거리에서는 두 집 걸러 한 집에 한글 간판이 내걸려 있을 정도이다. 한국인 10만여 명과 중국 조선족 20만여 명이 지난 10년 동안 일구어놓은 피와 땀의 결정(結晶)이다.

태극기 물결은 2일 공항에서부터 실감할 수 있었다.

2일 오전 9시40분 청도 국제 공항 출구. 수백 명의 중국 10대 소녀들은 '제1회 청도 한국주간' 개막 공연을 위해 방중한 'JTL'과 '장우혁'을 외치며, 출구를 가로막고 태극기를 흔들어댔다. 한류(韓流)다. 말로만 듣던 한류가 중국 청소년의 마음 속에 깊이 아로새겨졌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한류는 비단 10대 중국 소녀의 몫만은 아닌 듯했다.

시내 곳곳에 '한국인의 청도 방문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행사장마다 한류를 실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3일 오전 10시 청도시 북구 한국성(韓國城) 앞 길.

한국 민요와 부채춤이 끝날 때마다 박수 소리가 우레같다.

바로 옆에서는 중국인들이 북춤으로 흥을 돋구고 있다.

중국 조선족 사업가인 정헌조씨는 "한국 기업과 자본을 토대로 한국인과 중국 조선족이 크게 한 덩어리로 뭉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씨 말대로 10만 한국인과 20만 조선족이 한 덩어리가 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자리인 '청도 한국주간'은 이번이 첫 번째 행사이다.

중국과 한국 두 나라 사이의 우호적인 발전과 상호 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청도시정부와 청도 주재 한국 총영사관이 공동 주최했다. 또 한국의 기업 단체 및 조선족 단체들이 이 행사에 직간접적으로 대규모로 참가하고 있다.

청도시 대외무역경제합작국 형립민 처장은 "이번 한국주간은 경제무역, 과학기술교류, 문화교류와 스포츠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기술, 문화, 체육, 오락, 교육 등 많은 영역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경제무역, 과학기술교류행사에는 한국제품 전시회, 청도 대표 한국기업 방문 등 17개 프로젝트, 문화교류 행사에는 우수 한국기업과 한국인 표창, 한국인 사진 전시회 등 19개 프로젝트, 스포츠 행사로는 중한 골프경기, 패션쇼, 한국영화상영 등 11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청도시 정부는 특히 한국과 청도 사이의 상호 협력적인 관계 조성을 위한 영구적인 방안으로 한국거리를 조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리는 청도시에서도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해있는 성양구에 조성될 예정이다.

한국과 청도는 그야말로 긴밀한 관계 속에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청도시 시민 33만여 명이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청도시 인구 10분의 1이 한국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그도 그럴 것이, 1988년 한국 기업이 처음 청도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뒤 지금까지 5천545개 한국 기업이 청도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 한국 기업이 창출한 법인세만 해도 누적해서 10억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청도를 다녀간 한국관광객은 48만명에 달한다. 청도에서는 현재 서울, 부산, 대구로 항공기가 취항하고 있다. 또 말레이시아 리싱선박(향항)유한회사가 최근 평택-청도간 관광코스항로를 개통해놓고 있는 상황.

인천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청도.

지리적 이점을 토대로 이곳에 '한민족 경제권'이 한창 무르익고 있다.

칭다오(靑島)=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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