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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이 그린 시대와 사람…칸에서 풀어놓은 작업기(종합)


스티븐연 "한국 작업, 놀라운 경험…'버닝' 자유롭게 연기"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영화 '버닝'의 주역들이 제71회 칸국제영화제 프리미어를 마치고 세계 언론과 만나 작업기를 돌이켰다. 이창동 감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을 영화화한 '버닝'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원작 단편 '헛간을 태우다'는 2018년 지금의 한국 사회 속 청년들의 분노에 주목한 감독의 시선을 거쳐 영화라는 새로운 예술로 확장됐다.

17일(이하 현지시각) 제71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 팔레드페스티벌에서는 경쟁부문 초청작인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 제작 파인하우스필름, 나우필름)의 공식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영화를 연출한 이창동 감독과 배우 유아인, 스티븐연, 전종서가 참석했다.

지난 16일 칸 프리미어로 공개된 '버닝'은 세계 언론의 극찬을 얻으며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스크린과 르필름프랑세즈 등 주요 매체의 경우 오는 18일자 소식지에서 '버닝'에 대한 별점을 공개할 예정이지만, 그에 앞서 16일 프리미어 직후 평점을 공개한 아이콘시네마에서 일부 취합된 평론가 별점은 현재까지 공개된 영화들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 분)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분)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 분)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이다.

이날 이창동 감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을 영화화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내가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라며 "'밀양'도 한국 소설가의 단편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은 일본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원작이 가진 미스터리한 부분들이 영화적으로 다른 미스터리로 확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알렸다.

보다 자세하게는 NHK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영화화할 것을 먼저 제안해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제작 과정에 대해선) 이야기가 복잡하다"며 "최초로는 일본 방송사 NHK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을 영화화해 줄 수 있는지 요청을 받았다"고 알렸다.

이어 "내가 연출하기보다 젊은 감독들에게 기회를 주고 나는 제작을 하려 했는데 사정 상 이뤄지지 못했다"며 "('버닝'을 쓴) 시나리오 작가 오정미가 영화화를 제안했고 처음에는 조금 쉽게 영화화할 수 없는 소설이라 생각했지만 그 소설 속 미스터리함을 요즘 세상 이야기, 젊은이들 이야기로 확장할 수있겠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극 중 종수 역의 유아인은 이창동 감독과 첫 작업을 통해 칸국제영화제에 첫 초청되는 기쁨을 안았다. 지난 16일 영화가 칸에서 첫 공개된 뒤 현지 언론은 종수 역 유아인을 향해 호평을 보내는 중이다.

간단히 설명할 수 없는 이유들로부터 촉발된 분노는 종수라는 인물의 행동에 동기가 된다. 하지만 종수는 크게 소리치거나 싸움을 걸어 이 감정을 해소하는 유형의 인물은 아니다. 말수가 많지도, 감정 표현이 크지도 않은 이 인물은 글을 쓰는 행위, 그리고 자신이 품은 의심과 경계를 조용히 따라가는 캐릭터다.

감정을 삼키는 캐릭터를 그린 배경을 알리며 유아인은 "감정을 외적으로 폭발시킨다기보다 내적으로 연쇄적 폭발이 일어난 지점이 있는 것 같다"며 "외적인 것에서 일어나는 것보다 갈팡질팡하는 흔들림과 분노가 느껴지는 것이 저에겐 더 현실적이라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그렇게 분노를 표현하며 살지 않는다"며 "그게 나에게 훨씬 더 현실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극 중 벤 역을 맡아 미스터리한 인물의 모습을 그려낸 스티븐연은 지난 2017년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옥자'로 초청된 데에 이어 2년 연속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한국 감독과의 작업으로 2년 연속 칸 경쟁부문의 러브콜을 받았다.

영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스티븐연에게 한국어가 유창한 극 중 벤 역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겠지만, 그는 100% 한국어 대사로 이뤄진 벤의 연기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영화에서의 활약을 칭찬하며 한국에서의 작업이 갖는 의미를 묻는 질문을 받자 그는 "감사하다"며 "놀라운 경험이었다. 두 문화를 오가며 작업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두 나라 중)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것은 아마 다른 한국계 미국인들도 느끼는 감정일 것"이라며 "다른 나라에서 내 얼굴은 아시안의 것으로 인식되지만 한국에선 나로 인식된다"고 덧붙였다.

"정말 멋진 경험을 했다"고 '버닝' 작업 당시를 돌이킨 스티븐연은 "매우 자유롭고 안정된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며 "용기 역시 얻었다. 훌륭한 배우들이 내가 연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 덕"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신예 전종서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해미 역에 캐스팅돼 생애 첫 영화로 칸 경쟁부문에 초청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날 그는 세계적 거장으로 인정받아 온 이창동 감독과 첫 작업 소감을 묻는 외신의 질문에 "작업 자체가 이창동 감독과 함께 한 이번이 처음이라 다른 것과 어떻게 달랐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영화를 촬영하며 너무 즐거웠다"며 "그게 영화에 잘 담긴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연기한 해미 역에 대해선 "내가 해미라면 그렇게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 같진 않다"며 "누군가 한 명에게는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창동 감독은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그리고 싶었던 것에 대해 알리며 청년들이 느끼고 있는 분노와 무력감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이유로, 종교나 국적 등을 초월해 분노를 품고 있는 것 같다"며 "그 중 특히 젊은 사람들이 뭔가 표현할 수 없는 마음 속 분노를 가지고 있고 현실에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그 분노가 무엇인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며 "뭔가가 공정하지 못하다 생각해 분노하는데 그 원인을 분명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 세계의 문제가 그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과거는 왠지 모르게 대상과 이유가 분명했는데 지금은 '세상은 점점 좋아지고 편리하고 세련되어지고 있는데 나는 미래가 없는' 이런 시대 아닌가"라며 "그런 것이 젊은이들 감정 같다. 그래서 젊은이들에게 이 세계 자체가 하나의 미스터리로 보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중요한 소재로 언급되는 비닐하우스에 대해선 "비닐하우스는 농사짓는 농촌에서 굉장히 흔히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그것이 불타고 있는 걸 종수의 어린 시절이 바라본다는 것은 자신이 살고 있는 자기 자신(이 타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감독은 "영화에는 사회적 경제적 측면에 대해, 그리고 예술과 음악, 문화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많은 코드가 숨겨져있지만 그것을 설명하기보다 굉장히 단순하게 영화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관객도 단순하게 한 편의 스릴러 영화 보는듯한 영화적 방식으로 받아들이길 바랐다"고 의도를 알렸다.

칸국제영화제는 오는 19일 폐막식을 열고 수상작(자)을 발표한다.

조이뉴스24 칸(프랑스)=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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