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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BIFF]'히치하이크' 감독, 열 여섯 소녀의 성장 그리다(인터뷰)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우리나라 모든 감독의 바람"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열 여섯 소녀는 포기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소녀는 그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행복을 찾으려 한다. '히치하이크'는 그녀의 여정을 느리지만, 깊게 따라가는 영화다.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조이뉴스24와 '히치하이크'(감독 정희재) 정희재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히치하이크'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 비전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히치하이크'는 열여섯 살 소녀 정애(노정의 분)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엄마를 찾으러 친구 효정과 길을 나서면서 시작한다. 정애는 친구 효정의 친부로 의심되는 남자를 만나고 그의 가족이 되고 싶어 하는 내용이다.

메가폰을 잡은 정희재 감독은 "촬영 기간은 한 달이었다. 회차로는 20회차였다. 빠듯하게 찍었다"며 "작업을 마무리할 때까지는 미련이 많이 남았는데 관객들을 만나니까 좀 그런 미련이 없어지는 것 같다. 내 손을 떠났다는 마음이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히치하이크'에는 노정의를 비롯, 박희순과 김학순 등 연기파 배우들이 등장한다. 정희재 감독은 "주인공 정애가 여정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내용이다 보니 그런 사람들을 실력 있는 배우들로 캐스팅 하고 싶었다"고 욕심을 밝혔다. 특히 노정의와 박희순을 캐스팅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정희재 감독은 "극 중 정애의 나이가 열 여섯이었다. 성인 배우를 캐스팅할지 비슷한 나이대의 배우를 캐스팅 할지 고민했다. 그런데 성인 배우는 자연스럽지 않아서 그 나이대인 배우들로 오디션을 봤다"며 "노정의가 큰 소속사에 있고 작품도 많이 해서 오디션 현장에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노정의가 영화와 드라마에서 위기에 처하고, 영웅적인 인물이구해줘야 하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죠. 실제 만났을 때도 여려 보였고 기침도 많이 했어요.(웃음) 그런데 노정의가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걸 보여주는 등 연약한 모습이었다가 단단한 인물로 돼가는 게 재밌을 것 같았어요. 또 오디션을 볼 때, 다른 10대 배우들은 상황에 감정적으로 몰입을 했는데 그게 좀 부담스러웠어요. 노정의는 그걸 차갑게 받아들이고 표현했어요. 그런 게 좋았어요."

노정의가 캐스팅된 후, 다른 캐릭터들이 순차적으로 작품에 합류했다. 특히 박희순의 캐스팅은 정희재 감독과의 과거 친분에서 시작됐다. 정희재 감독은 "10년 전에 박희순이 주인공이었던 사극 '혈투'에서 막내 스태프였다. 그때 얼굴 본 거를 핑계 삼아 박희순에게 '저 기억나세요. 제가 연출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며 "캐릭터 현웅은 박희순에게 처음 보여줬다. 다행히 당시 촬영 중인 '남한산성'의 휴차 시기였다. 그 기간에 '히치하이크'를 촬영했다"고 말했다. 박희순은 극 중 효정의 친부로 의심되는 남성, 현웅을 연기한다.

"현웅은 상대방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그런 감정을 잘 보여주는 캐릭터죠. 하지만 친절하고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가진 사람이 그런 이미지를 표현하면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스크린에서 비춰지는 박희순의 모습은, 최근작까지도 모든 걸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죠. 여기에다가 제가 10년 전 봤던 박희순은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이었어요. '혈투'라는 촬영이 저예산이라서 모두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 상황에서도 스태프들을 배려하고 인간적으로 챙겼어요. 그 모습이 현웅과 같았죠. "

영화에서 정애는 엄마를 찾아나서지만, 다른 아빠인 남성에게서 부모의 사랑을 갈구한다. 보통, 엄마에 대한 사랑이 결핍된 인물이 다른 여성, 엄마에게서 찾는 것과 다른 설정이다. 정희재 감독은 "성별이 정확하게 매치되지 않아도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정애가 엄마를 찾는다는 건 자신의 행복과 연결돼 있다. 엄마를 찾아가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게 행복이다. (여기에 집중하면) 정애의 감정이 향하는 인물의 포지셔닝은 상관 없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행복'을 말하지만 동시에 '포기'라는 화두를 던진다. 정희재 감독은 "시나리오도 잘 안 되고 있을 때 아빠가 '포기하면 쉽다'고 말했다. 그날 아빠와 식당에 갔는데 박찬호 선수가 은퇴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아버지는 그걸 보면서 '나도 박찬호처럼 사람들 환호 받으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포기하면 편하다'고 말한 아빠가 그런 마음을 가졌다는 게 되게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포기'가 영화의 화두"라고 영감을 받았던 경험을 밝혔다.

'히치하이크'는 정애를 둘러싼 어두운 현실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정애의 '성장'을 그린다. 영화의 제목 '히치하이크'에도 이런 의미가 담겼다. 정희재 감독은 "인물의 성장을 보여주는 영화들은 대부분 주인공의 이름에서 가져온다"며 "이 영화는 아이가 방황하는 여정 끝에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 흐름이 중요했다. 단어 '히치하이크'의 이미지는 인물이 여정 위에 있고 그 속에서 능동적으로 뭔가 하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히치하이크'는 여성으로, 인물의 성장 드라마를 보여준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물었다. 정희재 감독은 "감정이나 표현을 디테일하게 담고 싶었다"며 "그동안 여성 이야기를 많이 했으니 이번에는 남성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제가 여성이다 보니 남성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면 극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잡기 힘들었다. 디테일하게 접근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소감을 전했다. 정희재 감독은 "제가 영화학교 영상원을 나왔는데 1학년 때 관객으로 여기에 왔었다. 그때도 너무 좋았다"며 "자신의 작품을 들고 부산국제영화제에 와서 관객을 만나는 건 우리나라 모든 감독의 바람이다. 그만큼 너무 기쁘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편,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12일 개막해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75개국 298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월드 프리미어로 100편(장편 76편, 단편 24편)의 영화가,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29편(장편 25편, 단편 5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개막작은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 폐막작은 실비아 창 감독의 '상애상친'이다.

조이뉴스24 부산=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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