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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도 '꽁꽁' 언 빙과업계, 정찰제로 해결될까


빙과류 대체제 증가로 소비자 '외면'…반값할인에 수익성 악화로 '이중고'

[장유미기자] 폭염으로 푹푹 찌는 날씨 속에서도 빙과 업체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아이스크림을 비롯한 빙과류 특성상 더울수록 판매량이 증가해야 하지만 최근 커피, 생과일주스, 아이스 요구르트 등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디저트 제품이 많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 빙그레, 해태제과, 롯데푸드 등 빙과업체들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업체별 지난달 빙과류 매출은 롯데제과가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한 600억원, 빙그레가 6% 하락한 460억원, 해태제과가 2% 줄어든 270억원을 기록했고 롯데푸드는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한 330억원으로 집계됐다. 빙과업계의 전통적 성수기인 여름인데다 연일 계속되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빙과류 매출은 '꽁꽁' 얼어붙은 셈이다.

반면 아이스 요구르트, 커피, 빙수 등 빙과류 대체제로 꼽히는 디저트류의 매출은 급증했다.

CU에 따르면 커피 등 아이스 드링크 제품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38.9% 증가했다. 또 세븐일레븐이 지난 5월 선보인 'PB 아이스요구르트'는 첫 출시 후 일 평균 2만5천개 이상 꾸준히 팔리며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200만개를 기록, 하절기 아이스크림 판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도 얼려먹는 세븐과 얼려먹는 야쿠르트를 출시한 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얼려먹는 세븐은 지난달 130만개, 얼려먹는 야쿠르트는 전월 보다 15% 증가한 530만개가 판매됐다. 이 제품들은 소비자들이 직접 얼려먹어야 하는 약간의 불편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 간식'이라는 인식 덕분에 꾸준히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빙과류뿐만 아니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이 시원함만 강조한 기존 빙과 제품에 식상함을 느낀 것 같다"며 "특히 아이스 바 제품은 그동안 동네 슈퍼에서 미끼상품으로 판매되면서 싸구려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해져 소비자들이 제품 가격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은 일반 제품들과 달리 판매가와 중간 유통마진을 맞추기 위해 출고가를 조정해야 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며 "그동안 최종 판매처인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이 판매가를 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어 결국 제조사가 어쩔 수 없이 출고가를 내리는 식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 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2000년 후반까지만해도 각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12~13%까지 나왔다. 그러나 대형마트나 동네슈퍼에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빙과제품을 거의 반값에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수익성은 급격하게 떨어지며 시장 질서가 무너졌다.

이후 빙과업체들은 4년 전부터 가격표시제 등을 시작하며 아이스크림 가격 안정화에 나섰지만 점주들의 반대로 매번 실패했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로 더 이상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한 업체들은 이달부터 일제히 아이스 바 제품에 권장소비자가를 표기하고 일부 소매점에 대해 빙과류 납품 단가를 조정했다.

롯데푸드는 현재 50여개 빙과제품 중 아이스 바를 중심으로 14개, 롯데제과는 아이스 바 13개에 가격을 표시했고 빙그레도 아이스바 제품 위주로 이달부터 정찰제를 시행하고 있다. 작년부터 순차적으로 제품에 가격을 표시해 온 해태제과는 이달 4개 제품을 추가로 적용, 총 10개의 아이스 바 제품에 가격을 표시했다. 또 나머지 4개 아이스 바 제품도 차기 생산일정에 맞춰 이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간 출혈 경쟁이 심해지며 가격 결정권이 시장으로 넘어가면서 원가 이하의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까지 진행돼 각 업체들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됐다"며 "빙과업체들이 이번엔 모두 적극적으로 가격정찰제 확대 및 안정화를 위해 나서고 있지만 반발이 심해 지금 분위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날씨가 더워도 아이스크림보다 커피나 주스를 찾는 사람이 많아져 여름 특수가 사라졌고 인구 감소와 동네슈퍼 수가 줄어든 것도 빙과업계에 커다란 타격을 줬다"며 "가격정찰제가 정착하기까지 시간은 더 필요하겠지만 이번 기회를 기점으로 혼탁한 제품가격과 시장을 바로 잡고 브랜드 가치도 제고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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