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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홍 실형 선고…SK그룹 '오너리스크' 현실화?


횡령 관여 인정, 최종심 여파 우려…그룹 최대 위기 올 수도

[정기수기자] 최태원 SK㈜ 회장의 횡령의혹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재판부가 이번 횡령사건에 김 전 고문과 함께 최 회장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이 관여했다는 점을 인정함에 따라, 이르면 내달 말께 내려질 최 회장 형제의 대법원 판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설범식)는 28일 오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원홍 전 고문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김 전 고문은 최 회장 형제와의 사이에서 지배적인 영향력 혹은 특수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주도적 지위에 있었고, 횡령사건 범행의 시작과 진행 등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SK계열사에 펀드출자금 선지급을 지시하고 이를 가능하게 한 건 최 회장 형제지만 그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건 피고인으로 보인다"면서도 "최 회장 형제는 김 전 고문의 조언에 따라 투자에 신중하지 않고 선지급해 계열사에 피해를 입혔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전 고문과 최태원, 최재원, 김준홍 등 4명은 SK 계열사의 펀드 출자 선지급금이 피고인에게 보내질 옵션 투자금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 과정에 본질적으로 기여한 점을 인정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고문에 대한 이번 판결은 앞서 최 회장 형제에 대한 항소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공소사실과 거의 유사하다. 최 회장 형제가 이번 횡령 사건에 관여했다는 검찰의 구형 사유를 재판부가 받아들인 셈이다.

앞서 김 전 고문은 2008년 10월 최 회장 등이 SK그룹을 통해 투자자문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1천억원대 펀드자금을 투자하도록 하고, 투자금 가운데 465억원을 선물옵션 자금으로 빼돌리는 데 관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날 김 전 고문은 일부 무죄를 인정받아 이 가운데 15억원은 증거불충분으로 양형에 포함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고문은 횡령한 자금 중 상당부분을 보험료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고, 옵션투자와 관련해서도 수익은 커녕 원금마저도 반환하지 않았다"며 "이 사건 수사와 재판을 피하기 위해 국외로 도피한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은 점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최종심 결과 '주목'…오너 리스크 장기화 되나

김 전 고문은 그동안 465억원이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개인적인 금전거래일 뿐이라며 횡령 혐의를 부인하고 최 회장 형제의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김 전 고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이날 김 전 고문의 주장대로 이번 사건을 김 전 고문과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의 개인적 금전거래로 판단할 경우, 최 회장 형제는 대법원 판결에서 집행유예가 가능한 감형 수준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관련 사건으로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동생 최재원 부회장은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각각 선고받고 상고한 상태다. 김 전 고문의 증언 없이 선고가 이뤄져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 상고심에서 심리 미진 등을 이유로 파기환송될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가 김 전 고문에게 징역 3년6월의 중형을 선고함에 따라 최 회장 형제의 대법원 판결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법원 안팎에서도 이번 김 전 고문의 실형 선고로 최종심에서 최 회장 형제의 감형을 기대하기 힘들 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그룹 역시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분위기다.

재벌 일가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이 갈수록 엄격해지는 추세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국내경제에 대한 기여와 기업경영 안정 등을 내세워 '정상 참작' 판결은 찾아보기 힘들다. 1심보다 항소심의 형량이 더 가중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김 전 고문의 선고 결과는 최 회장의 대법원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최 회장의 최종심 결과에 따라 장기적인 경영 공백은 물론, 그룹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 그룹 창립 이후 최대 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의 역할을 대신할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는 점은 그룹 내에서도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최 회장의 경영공백이 길어질 경우 그룹 성장은 물론이고 현 상태를 유지하기에도 힘든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회장 수감 만 1년…그룹실적 악화-투자동력 상실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31일 구속돼 오는 31일이면 수감된 지 만 1년이 된다. 이는 대기업 총수 중 최장 기간 수감이다. 그동안 대기업 총수들이 구속돼 재판을 받은 경우는 있었지만 1년의 수감생활을 한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현재 SK그룹의 경영은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장을 비롯해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대표와 하성민 SK텔레콤 대표 등 그룹 내 최고경영자(CEO) 6인으로 구성된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이끌고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됨에 따라 지난해 그룹의 양대 주력 사업인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모두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SK네트웍스, SK증권, SK건설, SK해운 등 계열사들의 실적도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악화됐다.

특히 오너만이 해결할 수 있는 미래 성장동력 발굴이나 굵직한 글로벌사업 추진은 사실상 '올 스톱' 상태다.

SK그룹 관계자는 "집단경영체제가 실행되고 있어 자율 경영의 책임이 커진 만큼 주요 계열사 경영과 일상적인 사업 전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최 회장의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한 해외 사업 추진이나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지장을 초래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실제 SK그룹 계열사들의 최 회장의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한 각종 투자계획이나 해외사업 추진이 무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SK에너지는 지난해 11월 호주 유류 공급업체인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UP) 지분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나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최종 방침을 변경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STX에너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가 9월 항소심 선고가 나온 뒤 인수전 불참을 선언했고, ADT캡스 인수도 중도에 포기했다.

SK종합화학과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대규모 석유화학공장을 합작해 건설하는 우한프로젝트도 최 회장의 주도 아래 7년간 협상과 사전준비 작업을 거쳤다.

SK종합화학과 시노펙은 지난 6월말 우한에틸렌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연초에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최 회장의 부재로 계약 체결 시기가 6개월여 연기된 바 있다.

특히 이번 김 전 고문의 실형 선고에 따라 최 회장의 최종심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경우 경영복귀가 수년 이상 걸려 오너리스크 장기화에 따라 SK그룹이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사업 추진이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는 그룹 총수의 역할이 절대적인 만큼, 최 회장의 경영공백을 메우지 못할 경우 SK가 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최 회장 형제가 동시에 징역형을 선고받아 SK그룹 전체에 미칠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대법원이 심리 중인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선고는 오는 2월말~3월초께 내려질 전망이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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