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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속에 펼쳐지는 화려한 영상


HMD가 새로운 세상을 연다

영화 '토탈 리콜'은 현실과 가상의 기묘한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다. 그런데 그 출발점은 안경이다. 가상현실로 안내해주는 안경을 쓰는 것에서 시작된다. 1990년 처음 개봉된 이 영화는 최근 리메이크 버전이 나오면서 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자, 이제 시선을 현실로 돌려보자. IT업계에서도 '안경'이 주목받고 있다. 안경처럼 착용하는 전자기기로 사용자의 눈 바로 앞에 화면을 띄우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기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는 것. 이런 제품들을 보통 'HMD'(Head Mounted Display)라 부른다. 말 그대로 머리에 쓰는 기기다.

TV,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을 통해서만 영상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젠 안경만 쓰면 눈 앞에 대형 스크린이 펼쳐진다. 1990년 '토탈 리콜'이 보여준 바로 그 장면이 우리 눈앞에서 펼쳐진다. HMD의 유쾌하고 화려한 세계 속으로 한번 빠져들어가 보자.

글| 김현주-박웅서-백나영 기자 사진 | 정소희 기자

<소니 HMD-Z1 체험기>

소니 'HMD-T1'은 그동안 여러 제조사들이 내놓은 제품들 중 단연 돋보이는 모델이다. 국내 미출시 모델이라 소비자 입장에선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지난 2011년 9월 열린 독일 'IFA'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됐으니 벌써 1년이나 됐다. HMD 특집을 위해 엠톡에서 소니 'HMD-T1'을 어렵게 공수했다.

01. SF영화에서 본 것 같은 디자인

"내가 오타쿠가 된 거 같애, 어? 근데 엄청 좋다!" 제품 성능을 불신하던 기자의 지인이 이 제품을 써보고 한 말이다. 이 지인은 제품 착용 후 그 자리에서 영화 한편을 모두 감상해 버렸다.

소니 HMD는 사실 안경보다는 '모자'에 더 가깝다. 겉에서 보면 날렵한 타원형 디자인으로 SF 영화 같은데서 많이 본 듯한 세련된 디자인이다. HMD는 착용 형식에 따라 안경형과 고정형으로 나뉘는데 소니 제품은 고정형이다. 때문에 착용감이 조금 무겁게 느껴진다.

02. 착용법. 머리에 쓰고 조여라!

착용법은 간단하다. 머리에 쓰고 머리 위와 뒤쪽을 고정시켜주는 끈을 조이면 된다. 끈 길이는 충분히 조절 가능해 기자처럼 머리가 큰 사람도 얼마든지 착용할 수 있었다.

소니 HMD는 3D 기능을 지원한다. 사람마다 눈의 위치가 다른 점을 고려해 양쪽눈의 화면 위치를 조절해 3D 정확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제품에 내장된 오픈형 헤드폰 역시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팁 하나. 착용을 완료해도 조금 무겁게 느껴진다면 의자나 소파, 침대에 살짝 기대보자. 바로 그 자세가 소니 HMD의 가장 올바른(?) 사용자세다.

03. 750인치 화면…"영화관이 따로 없네"

소니는 이 제품과 관련해 "20미터 거리에서 750인치 3D 화면을 보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니 일반적인 영화관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과 얼추 비슷한 수준으로 느껴졌다.

소니 HMD를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연결해 봤다. '나니아 연대기:새벽출정호의 항해'를 재생했는데, 영화관에 혼자 앉아 영화를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소니 HMD는 두 개의 OLED 패널을 사용하는데, 확실히 노트북보다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연결했을 때 화면이 더 선명했다. 내장형 헤드폰은 5.1채널 서라운드 사운드를 재생한다. 더불어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연결되면 소니 HMD에서 영화 재생, 정지, 빨리 감기, 음량 등을 바로 조작할 수 있다.

04. 집에선 보물, 밖에선 애물

'소니 HMD를 가지고 다니면서 쓰면 얼마나 좋을까?' 제품을 사용해보고 기자가 가진 생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점은 거의 불가능하다.

소니 HMD에는 기본적으로 '트렌스퍼'가 따라붙는다. 셋톱박스 정도 크기의 트렌스퍼는 HMD를 블루레이 플레이어나 플레이스테이션처럼 다른 입력기기와 연결할 때 꼭 필요하다. 여기에 국내에선 한 단계가 더 추가된다. 소니 HMD는 국내 출시되지 않아 일본식 110V 전압을 사용하기 때문에 변압기가 필요하다. 유선 연결만 가능하다는 점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가장 큰 단점은 역시 '국내 미발매'라는 점일 것이다.

05. 발전 가능성

소니 HMD 차기작에 대해 기대하는 점은 역시 '이동성'에 대한 부분이다. 일단 국내 정식으로 출시되면 변압기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트렌스퍼와 무선 연결은 소니가 풀어야 할 숙제다. 어차피 가정용 기기라면 트렌스퍼가 하나 더 있는 건 크게 문제될 게 없지만 무선 연결이 가능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편리할 것 같다. 착용감도 제품 소형화 및 경량화가 이뤄지면 지금보다 더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엡손 모베리오 BT-100 체험기>

HMD는 안경처럼 착용하는 전자기기로 사용자의 눈 바로 앞에 화면을 띄우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기다. 기자가 엡손이 개발한 모베리오-BT100(이하 모베리오)을 처음 접했을 때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왔다. 뭔가 작동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은 사라졌다.

01. 눈 앞에 대형 화면이 '떡~'

우선 묵직한 검은 안경을 쓰고, FBI가 사용할 것만 같은 투박한 콘트롤러를 작동하는 순간 눈 앞에 대형 화면이 '짠'하고 나타났다. 가까운 곳을 응시할 땐 화면이 작았는데, 멀리 바라보니 화면이 커졌다. 모베리오는 20미터 밖을 바라보면 320인치의 화면을 바라보는 효과를 낸다.

02. 안드로이드 플랫폼, 익숙한 사용환경

놀라운 건 평소 익숙한 안드로이드 태블릿 바탕화면이 눈앞에 나타난 것. 콘트롤러 상단의 검은 공간이 뭔가 했더니, 마우스 포인터로 사용할 수 있었다. 마우스포인터를 이리저리 움직여봤더니 금방 사용법을 익힐 수 있었다. '갤러리' '인터넷' 등 익숙한 항목에 클릭만 하면 원하는 대로 작동했다.

03. 마치 영화관 처럼

갤러리 안에 미리 저장해놓은 영화를 재생해봤다. 320인치 화면, 돌비 사운드가 몰입도를 더했다. 금방 영화 한편을 뚝딱 봤다. 몇 가지 아쉬운 점만 빼면 영화관에 있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였다.

04. 프로젝터 방식 '일장일단'

'모베리오'는 좌, 우 안경 다리 부분에 내장된 초소형 프로젝터가 반사유리에 영상을 투사하는 방식으로 단순한 LCD와는 다르다. 그 덕분에 외부 환경과 겹쳐 영상을 볼 수 있다. 앞에 움직이는 물체가 있으면 영상을 보는 데 방해된다. 하지만 누가 내게 접근하고 있는지 모르는 위험은 없으니 일장일단이다.

05. 휴대성

프로젝터 방식 안경이라는 점뿐 아니라 컨트롤러에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을 미뤄볼 때 엡손은 '모베리오'를 휴대용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든 저장해서 재생할 수 있고 와이파이가 되는 지역에서는 인터넷 서핑도 할 수 있다.

06. 아쉬운 점

최대의 단점은 무게다. 240g의 안경 무게는 영화가 길어질 수록 고통을 줬다. 코가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일반 안경이 10g이하인데, 그 정도로 가벼워진다면 구매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실제 안경처럼 디자인도 개선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 제공되는 외장 메모리가 4GB에 불과하다는 점도 아쉽다. 내장 메모리는 1GB에 불과하다. 3D 영화 한편이 최소 10GB 정도라는 점을 엡손이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국산 HMD '마이버드' 체험기>

평소 부족한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기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백기자. 영어학습 앱을 다운받아 이동시간에 틈틈이 동영상 강의를 본다. 아큐픽스의 HMD '마이버드'로 동영상 강의를 보면 집중력을 높아진다는 이야기에 혹한 기자는 직접 체험해보기로 마음먹는다.

01. 지하철서 켰더니... 나만의 강의실

퇴근길.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에 마이버드를 스마트폰에 연결하고 기기를 착용한다. 기기를 쓰니 외부의 노출은 모두 차단되고 오로지 영상만이 보인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 옆의 광고도, 오가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고 검은색 바탕에 동영상 화면만 보이니 '나만의 강의실'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겠다. 집중도도 좋다.

02. 이런 점 불편했다

하지만 기기를 착용하면 앞이 보이지 않아 불편한 점들도 있었다. 집에서만 사용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언제 어디서나 사용하기에는 주위의 시야가 모두 가려져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기기를 벗었다 썼다 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스마트폰을 조작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앞이 보이지 않아 기기를 들어 올리고 스마트폰 화면을 본채로 조작을 해야 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아큐픽스에서는 마우스패드도 출시했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동을 하면 화면에 마우스 포인터가 생기고 이를 통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갤럭시S2, 갤럭시 넥서스, 베가 LTE만 지원된다.

03. 오락용으로 최적화

스트리밍 동영상이나 학습용 강의 동영상보다는 콘솔게임과 영화감상에서 더 큰 매력을 발산한다. 고화질의 영화를 다운받아 감상하니 동영상 강의보다 화질이 더 좋아서 인지 몰입감도 더 뛰어나다. 마이버드는 일반 2D 영상도 3D로 변환해주는 기능이 탑재돼 있어 입체감을 조절하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3D 변환기능은 특히 게임에서 빛을 발했다. 3D 영상으로 자동차 경주게임을 하니 2D영상에서는 밋밋하기만 하던 장애물들이 입체적으로 나타나고 상대 자동차들이 옆에서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을 줘 보다 박진감 넘치는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04. 가볍긴 했지만… 오래 쓰기엔 부적격

아큐픽스가 마이버드를 개발하면서 가장 노력했던 점은 무게의 경량화다. 마이버드의 무게는 78g. 지난해 출시된 제품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소니 HMD HMZ-T1의 무게(420g)의 1/5이고 지난달 출시된 엡손의 모베리오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콧대로만 지지하기에는 78g의 무게도 부담스러웠다. 마이버드를 착용한 후 약 20분 정도가 지나자 기기가 콧대 아래로 흘러내렸다.

05. 선을 없애는 게 과제

마이버드는 게임 콘솔, PMP, 스마트폰과도 연동이 되는 호환성 높은 HMD다. 하지만 기기에 연결을 하기 위해서는 콘트롤박스에 1차, HDMI케이블이나 휴대폰 케이블로 2차 연결을 해야 한다. 아이폰의 경우 어댑터가 또 따로 있어 마이버드, 컨트롤박스, 케이블, 어댑터, 휴대폰 이렇게 복잡한 유선 연결의 과정을 거쳐야한다. 이동하면서 사용한다고 했을 때 모두 챙겨 다니기 번거로운 구성이다. 유선 연결이 더 간결해지거나 무선으로 발전한다면 매우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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