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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해지는 법] <5> 커뮤니티를 정성스레 챙겨라


잦은 병치레로 또래와 어울리지 못했던 워홀은 주로 침대에서 잡지와 TV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유명한 스타들의 세계를 동경한 그는 잡지와 TV의 주인공들에게 팬레터를 보냈다. 정성껏 꾸민 팬레터에 반했을 것이다. 아득히 멀어보이던 스타들이 반응을 보였다. 당시 유명했던 동갑내기 아역 스타 셜리 템플은 자신의 사진에 서명을 넣은 답장을 보내줬다. 얼마나 반가왔을까?

유명해지고 싶다는 야망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으로 가서 바로 일자리를 잡았다. 일찌감치 잡지사나 백화점의 미술감독을 만나 작품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면서 예쁜 선물을 정성스럽게 건넨 덕이다. 크리스마스 카드나 부활절 달걀을, 동유럽이나 일본 풍으로 깜찍하고 재치있게 꾸민 디자인 소품이다. 미술감독들에게서 일감이 쏟아졌고, 불과 2년만에 신문광고 부문에서 미술감독클럽상을 받았다.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왼쪽)과 허두영 라이방 대표.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왼쪽)과 허두영 라이방 대표.

미술감독 커뮤니티에서 유명해진 워홀은 자신이 주도하는 커뮤니티를 꿈꿨다. 일감이 몰려들자 1964년 아예 공장을 차린 뒤, 상업예술에서 순수예술로 도약할 아지트를 꾸몄다. 그의 예술을 대량생산 하기 위한 '더팩토리'(The Factory)다. 온갖 젊고 톡톡 튀는 화가, 가수, 작가, 모델들이 공장에 모여들어 동성애나 마약 같은 금기를 넘나들며 아슬아슬한 화제를 생산해냈다.

워홀의 후광을 업으려는 '보헤미안'들이 몰려든 공장에서 그는 탁월한 프로듀싱으로 그들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장-미셸 바스키야, 키스 해링 같은 걸출한 팝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애숭이 모델 에디 세즈윅을 매력적인 잇걸(It Girl)로 키워냈으며, 록밴드 '벨벳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의 리드싱어 루 리드를 데뷔시키기도 했다. 그들의 찬사에 취해 살았던 시절이다.

이 무렵 워홀에게 '드렐라'(Drella)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갑자기 등장하는 캐릭터인 드라큘라(Dracula)와 신데렐라(Cinderella)를 합친 말이다. 차갑고 계산적인 성격과 상냥하고 매력적인 성격이 순간순간 변덕스럽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때 영혼의 뮤즈처럼 애지중지 아꼈던 에디 세즈윅이 약물중독으로 서서히 망가져갈 때 비정하게 돌아섰던 그다.

당시 유명했던 동갑내기 아역 스타 셜리 템플은 자신의 사진에 서명을 넣은 답장을 워홀에게 보내줬다. [사진= Andy Warhol Museum 인스타그램]
당시 유명했던 동갑내기 아역 스타 셜리 템플은 자신의 사진에 서명을 넣은 답장을 워홀에게 보내줬다. [사진= Andy Warhol Museum 인스타그램]

별의별 사회적 부적응자들이 득실거리는 개방적인 해방구에서 골목대장 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보헤미안'에 중독돼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스스로 '사회적 질병'(Social Disease)이라 불렀던 터다. 1968년 급진적인 페미니스트 작가에게서 어이없는 총상을 입고나서, 워홀은 '부랑자'들이 득실거리는 '더팩토리' 커뮤니티를 싸늘하게 멀리했다.

개인적인 친분보다는 사회적으로 유명한 인사가 중요하다. 이른바 셀럽(celeb)을 만나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다. 총상의 충격에서 서서히 회복하면서 워홀은 유명인사들의 근황을 다루는 잡지 '인터뷰'(Interview)를 창간했다. 또 음악방송 MTV에 자신의 이름을 건 '앤디워홀의 15분'을 진행하면서 워홀은 세계 최고의 스타, 예술가, 부자, 정치인들끼리 모이는 폐쇄적인 커뮤니티로 스며들었다.

워홀이 원한 것은 돈도 권력도 명예도 아니다. '유명해지는 것' 그 자체다. 가난한 동유럽 이민자 출신의 자녀로 태어나 잦은 병치레 때문에 친구조차 제대로 사귀지 못했던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작품을 칭찬해주고 자신을 추켜세워줄 커뮤니티가 간절했다.

손수 꾸민 정성스러운 소품으로 자신의 커뮤니티를 가꾸기 시작해서, 커뮤니티와 함께 프로듀싱 했으며, 마침내 최고의 셀럽과 어울리는 명성(Fame)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은 IBM, 보안회사, 테크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재단, 감리법인에서 중간관리자, 임원,대표이사, 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지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벤처창업을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프로세스/프로젝트/IT컨설팅을 강의하고 있다. 또 프로보노 홈피에 지적 자산을 널어 놓는다.

◇허두영 라이방 대표는 전자신문, 서울경제, 소프트뱅크미디어, CNET, 동아사이언스 등등에서 기자와 PD로 일하며 테크가 '떼돈'으로 바뀌는 놀라운 프로세스들을 30년 넘게 지켜봤다. 첨단테크와 스타트업 관련 온갖 심사에 '깍두기'로 끼어든 경험을 무기로 뭐든 아는 체 하는 게 단점이다. 테크를 콘텐츠로 꾸며 미디어로 퍼뜨리는 비즈니스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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