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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생아특례대출은 저출산 대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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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서울 집값이 워낙 비싸 신생아 특례대출 기준에 맞춰 9억원짜리 아파트 구하기 힘들어요."

최근 서울 직장을 다니며 만 2세 아이를 키우는 지인이 한 말이다. 오는 29일 출시하는 주택 구입용 신생아 특례대출은 9억원 이하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사면 연 1.6~3.3%(5년간 지원)의 금리로 최대 30년간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 준다. 지난달 기준 은행들의 평균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방식) 금리가 4~5%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저리다. 전세용 신생아 특례대출의 금리는 3억원 한도로 1.1~3%의 금리를 적용한다.

이날 기자와 지인은 대출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근본적으로 맞벌이든, 외벌이든 한 아이를 길러내는 육아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상품 때문에 출산을 고민하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출산으로 신생아 특례대출의 혜택을 받는다고 해도 걱정이다. 9억원으로 수도권에서, 특히 서울에서 내 집 장만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5145만원이었다. 수도권으로 넓히면 6억6537만원, 전국 평균은 4억4953만원이다. 적어도 서울에선 신생아 특례대출로 한 가족이 지낼 웬만한 아파트 구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5억원 한도까지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아 '영끌'로 주택을 산다고 해도 문제다. 부부 합산 연 소득이 8500만원 이하인 차주가 최대 30년 동안 최저 금리 1.6%(원리금 균등 상환)로 상환한다고 가정하고 단순 계산하면 매월 174만9695원을 갚아야 한다. 이마저도 1.6%는 5년간만 특례 지원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빚이 많으면 삶의 질은 떨어지는 법이다.

절대적인 집값이 높은 상황에서, 또다시 신생아 특례대출이 저출산 극복의 구원투수가 되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아직 뚜껑도 안 열어 본 상태에서 섣부른 비판이란 지적도 있기는 하다. 신생아 특례대출로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반대로 신생아 특례대출로 그간 숨어있던 수요가 늘어 가계대출을 자극해도 이 또한 문제다.

지난해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은 추락하던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한 원흉 중 하나였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특례보금자리론처럼 가계대출을 늘리고, 다시 집값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신생아 특례대출과 관련해 "제도가 좋다고 해서 소득 수준이 안 되는데 많은 돈을 빌려주는 게 젊은 층을 도와주는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이유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저출산 대책이 아니다. 탁상행정이다. 정부가 매번 반복하는 '빚내서 집 사란 대책'이 아닌, 집값 안정부터 꾀해주길 기대한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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