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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또 중국했네"…사사건건 발목잡는 반도체 M&A, 삼성도 '고심' [유미의 시선들]


美와 갈등 속 中 '어깃장'에 대형 M&A 줄줄이 무산…반도체 시장 몸집 키우기 잇단 제동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미국과 힘겨루기 중인 중국이 반도체 기업 간 인수합병(M&A)의 가장 큰 걸림돌로 급부상했다. 퀄컴에 이어 인텔까지 굵직한 M&A를 추진할 때마다 중국이 딴지를 걸어 잇따라 무산되고 있어서다.

인텔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 [사진=인텔]
인텔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 [사진=인텔]

17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15일(현지시간) 결국 이스라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타워세미컨덕터(타워) 인수를 접었다. 지난해 2월 15일 54억 달러(약 7조2천억원)를 들여 타워를 인수하겠다고 밝혔으나, 유독 중국의 시장 규제 관리국(SAMR)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던 탓이다.

인텔은 당초 주요 국가 승인에 1년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계약 기한을 올해 2월 15일로 설정했다. 하지만 중국의 움직임 때문에 합병 기한을 2월 15일에서 6월 15일, 8월 15일로 두 차례 연장하며 기다렸다.

그러나 중국이 꿈쩍도 하지 않자 인텔은 결국 합병 계약 종료를 이번에 선언했다. 대신 타워 측에 3억5천만 달러의 수수료를 지불키로 했다. 5천억원 가까운 비용을 내더라도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텔은 타워 세미컨덕터를 인수한 후 파운드리 시장에서 입지를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타워의 시장 점유율은 1.3%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전문성과 보유 고객의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량용 반도체와 무선 주파수, 전력관리 반도체, 이미지센서 등을 주로 생산하는 타워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미국·일본 등에 제조 공장을 두고 있는 등 입지를 단단히 구축한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 기업결합의 경우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반도체 이해 당사국 반독점 기관의 심사 통과가 필요하다"며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 기술과 관련한 대중국 수출 및 투자를 제한하자, 중국은 미국 기업들의 M&A를 가로막는 방법으로 맞대응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이 무산되며 인텔의 파운드리 영토 확장이 어려움에 처했다"며 "중국의 '몽니'에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고 덧붙였다.

퀄컴 본사 전경 [사진=퀄컴]
퀄컴 본사 전경 [사진=퀄컴]

중국이 반도체 M&A 움직임에 훼방을 놓은 건 인텔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지난 2021년 일본 반도체 기업 고쿠사이일렉트릭를 인수하려다 포기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심사 고의 지연 기간 동안 반도체 업황이 호전되면서 인수대금이 크게 늘어나자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모든 절차를 중단했다.

미국 퀄컴도 중국의 '어깃장'에 몸살을 앓았다. 세계 2위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네덜란드 NXP를 인수하려고 했지만 중국 당국이 2년 넘게 승인을 내주지 않아 결국 2018년에 거래가 중단된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독점 우려'라는 복병도 M&A를 막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 그래픽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을 인수하려다 실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엔비디아의 M&A 실패는 전 세계 각국 경쟁당국의 우려와 IT 기업들의 반대 영향 때문이지만, 당시 모든 문턱을 넘었다고 해도 중국에서 결국 승인을 받지 못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앞으로 M&A를 빌미로 기업들에게 무리하게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사업부 인수 발표 1년 2개월 만인 2021년 12월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았는데, '제3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도우라'는 등 이례적인 6가지 조건이 붙었다. 당국은 특정 기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중국 기업의 차세대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 진출을 지원하라는 것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심사 대상 8개국 중 가장 마지막으로 허가를 내면서도 자국 기업을 위한 단서 조항을 요구한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미국 기업에 M&A를 승인해주는 조건으로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상품을 자국에도 팔거나 자국 기업에 이득이 될 만한 사안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본사에 걸린 삼성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서울 본사에 걸린 삼성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이로 인해 삼성전자 역시 미중 갈등 국면에서 앞으로 M&A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1년에 3년 내 대형 M&A를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시점은 한정치 않겠다고 말을 바꿨지만 M&A 의사는 철회치 않았다. 이후 ARM,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 네덜란드 NXP 등이 삼성전자의 M&A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기도 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M&A는 잘 진행되고 있으니 좋은 소식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아직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외국 기업들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줄어드는 가운데 글로벌 인수합병에 대한 중국 당국의 승인을 얻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서 M&A는 가장 중요한 성장 전략인 만큼 앞으로 중국의 규제 심사는 M&A 추진 시 응당 겪어야 할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텔의 타워 인수까지 무산되면서 앞으로 반도체 업계에서 굵직한 M&A를 보기 힘들 것이란 게 증명된 셈"이라며 "주요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M&A를 지렛대 삼아 크게 주목 받는 것을 서로 원치 않기 때문인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그래픽=조은수 기자]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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