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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선 축하 현수막, 다른곳은 고발전…'신통기획' 뭐길래 [현장 써머리]


서울시, 압구정3구역 설계사 선정 과정서 용적률 과도하다며 고발 조치
조합원들은 총회 업무 방해 혐의로 서울시 관계자 맞고발하며 '난타전'
서초 진흥아파트 재건축 '신통기획' 확정하자 기대감에 축제 분위기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서울 강남 재건축 최대어 압구정3구역 설계권이 접전 끝에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이하 희림)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지난 15일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은 총회를 열고 희림을 설계 업체로 낙점했습니다. 희림은 1천507표를 얻으며 경쟁사 해안건축(1천69표)을 438표 차이로 앞섰네요.

희림이 최종 설계사로 선정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물론 서울시가 "설계사 재공모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면서 논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강남권 핵심 입지인 압구정에서도 규모가 가장 크고 한강변을 끼고 있어 상징성이 높은 사업장인만큼 설계사 두 곳 사이의 난타전이 이어졌습니다.

이달 초 희림과 해안은 압구정3구역 설계 공모를 위한 홍보관을 꾸려 각각 설계안을 홍보했습니다. 그러던 중 투표 일주일 여를 앞두고 해안 측이 희림이 제시한 설계안에 반발하며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희림은 각종 인센티브를 적용해 서울시가 정한 신통기획 상한 용적률(300%)보다 높은 360%를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일원 진흥아파트 인근에 신통기획안 확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김서온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일원 진흥아파트 인근에 신통기획안 확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김서온 기자]

희림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인센티브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조합원의 수익성 제고를 위한 설계안을 제안했다는 반면, 해안은 '공모 지침을 어긴 것'이라며 한 때 홍보관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서울시까지 설계 수주전에 참전해 '희림이 공모 지침을 어겼다'며 지난 11일 희림을 사기미수와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일각에선 시가 나서 민간업체를 고발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비판도 제기됐죠.

이에 조합원들도 반발했습니다. 지난 13일과 14일 양일간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원들은 서울 중부경찰서와 남대문경찰서에 서울시 관계자를 맞고발한 것입니다. 고발인(조합원)들은 "서울시가 확정되지 않은 공모안을 문제 삼아 조합의 확인도 없이 민간업체를 고발한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시야말로 정상적인 총회 업무를 방해했다"고 고발 사유를 밝혔습니다.

이어 총회 전날인 지난 14일 서울시는 긴급 브리핑을 열고, 압구정3구역 조합에 "공모 절차를 중단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민간 사업장이라 시의 시정명령은 강제력이 없어 조합은 예정대로 총회를 열었고, 동시에 희림은 용적률을 300%로 낮춘 안을 제시했습니다.

같은 날 서울시는 서울 서초구 일원 진흥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대한 신통기획 안을 확정 지었습니다. 단지는 지난해 1월 시의 신통기획에 참여했고요, 50층 안팎 825가구 규모의 복합주거단지로 탈바꿈하게 될 예정입니다. 신통기획 안을 확정 짓자마자 단지 인근에는 이를 반기는 축하 현수막이 속속 설치되며, 고발전이 난무한 압구정3구역과 달리 사업 초기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습니다.

신속통합기획과 공공참여정비사업 비교표. [사진=서울시]
신속통합기획과 공공참여정비사업 비교표. [사진=서울시]

압구정3구역에서는 서울시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과 일부 조합원들이 직접 서울시 관계자를 고발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과 대조적으로 갓 신통기획에 입성한 진흥아파트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던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희망이 교차한 것이죠.

서울시에 따르면 신속통합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서울시가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이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공공지원계획'을 의미합니다. '서울시-자체구-주민'이 원팀(one team)이 되어 복잡한 정비사업 프로세스를 하나의 기획으로 엮어내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좀 더 세부 사항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신통기획은 민간 재개발과 재건축에 적용되는 정비지원계획입니다. ▲사업 시행 ▲건축계획 수립(설계자 선정) ▲시공사 선정 등은 주민이 주체가 되어 진행하며, 정비계획수립은 주민과 자치구가 함께 합니다. 여기서 서울시는 계획 가이드를 제공, 사업절차를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도시계획 특별분과의 심의, 건축+교통+환경 부문 통합 심의를 거치게 되며 용도지역과 층수, 공공기여 등에 따라 도시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원팀, 조화, 유연성' 등을 내세운 신통기획에서 무려 설계사 선정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시가 개입하자, 일부 조합원들과 업계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애초 신통기획은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원칙으로 내세워 서울시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홍보해왔다"며 "그러나 조합 주체로 이뤄져야 할 설계사 입찰단계서부터 민간업체를 고발하는 등 서울시가 인허가권자의 지위를 내세워 과도하게 개입하는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원 압구정3구역 내 단지 전경. [사진=김서온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원 압구정3구역 내 단지 전경. [사진=김서온 기자]

지난 17일에는 압구정3구역 조합이 희림을 설계사로 최종 선정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무효'라며 '재공모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네요.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무효라고 판단한다"며 "설계사 선정 과정 소명 작업이 필요하며, 설계사 선정도 다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조합은 희림 측이 신통기획에 맞춰 총회 당일 '용적률 300%안'을 제시,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다는 견해지만, 서울시가 '투표 결과는 무효'라고 밝히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분위깁니다.

한 조합원은 "그간 논란에 대해선 누구보다 조합원들이 잘 이해하고 있지 않겠냐. (희림이) 신통기획에 맞춰 용적률을 다시 제시했고 설계 지침 위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른 품질 요소 등으로 인해 해안이 표를 더 많이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 않냐"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처음엔 신통기획 안착을 위해 시가 무리한다는 데서, 시가 나서 조합이 투표로 선정한 결과에 무효라고 선언까지 하자 다들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며 "의혹만 생기는 상황에서 월권행위로 개인재산권을 침해한 것은 아닌지, 앞으로 시의 입맛에만 따라야 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도 전해왔습니다.

업계 전문가는 결국 신통기획을 통해 서울시는 공공성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고, 이에 따라 민간의 자율성도 제약받을 수밖에 없게 되면서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신통기획 홍보 시에는 민간 주도에 정비 구역 지정 절차 시간을 줄여주는 혜택만 있는 제도라고 했지만, 실제 공공의 입맛에 맞게 재개발·재건축을 운영하려고 하는 시도가 가시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금 혜택을 주는 것처럼 해도 향후 공공기여분에 관한 명확한 규정도 없어 서울시 재량에 따라 정해지다 보니 혼란이 다수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조합원이 서울시 관계자를 상대로 맞고발에 나선 것은 신통기획이라는 명목하에 인허가권자의 무리한 개입에 어쩔 수 없는 대응이라고도 하네요.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도 합니다.

김예림 변호사는 "인허가권자가 규정을 너무 엄격하게 해석하거나, 인허가 권한이 있다는 위치를 이용해 강압적으로 조합 행정절차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면 사업을 진행하는 조합으로서는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다"며 "신통기획 관련해 좀 더 명확하고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서울시가 희림 설계안이 지침 위반이라며 경찰 고발까지 한 데 이어 설계 업체 선정 절차도 중단할 것을 권고한 상황에서 조합은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조합원들의 민심이 반영돼 결론이 나온 상황에서 시가 이를 무효라고 다시 압박하면서 조합과 서울시간의 잡음이 향후 인허가 등의 과정에도 불가피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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