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홍수현 기자] 코끼리가 의족이라니. 언뜻 생각하면 낯선 조합이지만 슬프게도 세상에는 꽤 많은 코끼리가 의족을 착용한 채 살아가고 있다. 지뢰를 밟아서, 덫에 걸려서, 학대당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의족을 착용한 코끼리 '모샤'는 올해 18살이 됐다. 지난 2006년 생후 7개월일 때 태국과 미얀마 국경에서 지뢰 폭발로 앞다리를 잃었다.
모샤는 천만다행으로 태국 서북부 람팡에 있는 코끼리 병원인 '아시아 코끼리의 친구 재단(FAE) 병원'으로 옮겨져 인공다리를 얻었다. 발견 당시 600kg이었던 모샤가 2천kg 넘게 훌쩍 자라며 그동안 더 튼튼하고 긴 의족으로 교체 작업도 꾸준히 해왔다.
코끼리는 보통 20~25살까지 체중과 몸집이 계속 자라기 때문에 의족도 필수적으로 바꿔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척추와 다리에 문제가 생겨 심할 경우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2007년 밀렵꾼이 설치한 덫에 한쪽 발을 잃은 캄보디아 코끼리 '축'도 새 삶을 살아가고 있다. 축은 1살도 되지 않은 새끼였을 당시 어미 없이 홀로 덫에 걸린 채 발견됐다. 축도 성장하며 여러 차례 의족을 교체했다.
사육사는 "축은 의족이 없으면 굉장히 불편해한다"면서 "특히 의족 안에 먼지가 쌓이면 화를 낸다"고 웃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비극은 계속됐다. 지난 11일(현지시각) 태국 코끼리 구조·재활센터 엘리펀트네이처파크는 새롭게 의족을 착용하게 된 코끼리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왼쪽 앞다리에 자줏빛 보철을 착용하고 있는 녀석의 이름은 '카부'다. 카부는 학대당하다 구조돼 이곳으로 오게 됐다.
카부는 아직 의족이 낯선 듯 좀처럼 발을 떼지 못한다. 때때로 친구 코끼리들이 그의 곁으로 다가오지만 카부는 큰 귀를 펄럭일 뿐 어찌할 바를 모른다.
단체 측은 "시간이 흘러 카부가 의족에 익숙해지면 더 잘 걷게 될 것"이라며 "우리 수의사와 조련사들은 장애 코끼리들이 의족 착용을 익숙해하고 받아들일 때까지 돕겠다"고 전했다.
/홍수현 기자(soo00@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