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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Feel']축구협회, 과거와 과감하게 단절하라


문체부 조사로 과거 수장 비리 드러나…적극적인 조치 필요해

[이성필기자]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가 축구협회 전·현직 임원 23명의 부적절한 예산집행 사실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축구협회에 부당 사용액 환수와 징계를 요구한 것은 물론 수사도 의뢰했다.

전임 축구협회장 A씨가 가장 큰 문제였다. A씨는 2011~2012년 3차례 해외출장에 부인을 동반했다. 2011년 콜롬비아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 출장에 부인을 동반하는 등 총 3차례 동안 3천만원의 공금이 집행됐다.

A씨의 퇴임 후에는 자문 계약을 한 뒤 매월 5백만원씩 17개월 동안 지급하고 차량과 전담기사까지 제공했다. 이 기간 A씨는 한 번도 자문을 한 적이 없었다. 논란이 커졌지만 조용히 넘어갔다.

동시에 협회 전·현직 임직원 18명은 안마시술소, 노래방, 피부미용실, 골프장, 백화점, 주유소 등에서 법인카드를 무려 1천496회에 걸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액만 2억여원에 달한다.

이런 행위들이 드러난 이면에는 회계직원 B씨가 있었다. B씨는 2012년 비리와 횡령 혐의가 드러났고 퇴직 처분을 당했다. 놀랍게도 축구협회는 B씨에게 권고사직 조치하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위로금 1천4천여만원을 지급, 논란을 만들었다. 일종의 입막음이었다. 이후 B씨와 축구협회는 법정 다툼을 벌였다. 축구협회는 위로금 반환에 실패했고 B씨는 복직에 실패했다.

B씨가 문체부에 제보하면서 모든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B씨는 축구협회 C전 국장의 비위 사실도 함께 폭로했다. 공교롭게도 C국장은 축구협회 인사위원회를 통해 B씨의 징계를 요청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B씨가 C국장까지 엮어 버렸다. 국·실장급 인사들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 B씨다.

일련의 사례들은 과거 축구협회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방만하고 아마추어처럼 운영됐는지를 보여준다. 2013년 1월 정몽규 회장 체제가 출범한 뒤 앞서 열거된 전임 집행부의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는 점에서 후진적인 행정에서 빠져나오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음을 알 수 있다.

다수의 축구팬은 정 회장 체제에서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협회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 회장은 축구협회 발전 정책을 세세하게 제시하는 등 산업적인 구조를 갖춘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생활축구를 흡수해 통합 축구협회가 출범하면서 프로부터 아마추어까지 디비전 시스템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시장성의 확대 가능성을 보여줬다.

물론 완벽하게 만족하기에는 부족하다. 정 회장은 재임 중 A씨를 조용하게 자문역으로 임명했다. 이는 회장 재선 과정에서 일종의 보험 성격이었다는 소문이 정설처럼 나돌았다. 정 회장의 경쟁자로 꼽혔던 D후보가 A씨의 사람이었고 투표권을 가진 다수의 축구인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A씨의 축구 인맥과 경륜을 활용해 D후보를 달래려는 성격의 인사라는 게 축구계 인사들의 전언이다.

결과적으로 감투를 좋아하는 옛 축구인들이 산업, 상업적인 체육 단체로 변신하려는 축구협회에 흠집을 낸 셈이다.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하고 온 인재가 수두룩한 현재 축구협회가 과거에 젖은 인사들을 끊어내지 못해 초래한 결과다. 시대는 진보하는데 구태에 젖었던 인사들을 솎아내지 않아서 일을 잘하고도 도매금으로 욕을 먹은 것이다.

축구협회 한 고위 인사는 익명을 전제로 "현재의 협회는 선진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문제가 발생한 것을 세세히 뜯어 보면 구시대 축구인들이 저지른 것이 태반"이라며 "정 회장은 앞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의원 출마도 고려하는 등 국제적인 입지를 서서히 넓히고 있지 않나. 이제는 축구협회가 어느 정도 기반이 구축됐고 또 통합축구협회 출범 당시 만장일치 투표로 선임됐기 때문에 과거와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인사 말대로 축구협회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 무거운 책임이 주어진다. 각종 정책 실행을 위해서는 수많은 회의와 프리젠테이션을 거쳐야 한다. 전 세계와 교류하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국제적인 감각도 필수다. 과거 자리만 차지했던 조직과는 180도 다르다.

축구협회는 조만간 조직 개편을 통해 혁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A대표팀을 통해 중계권, 후원사 유치 등 돈을 버는 구조는 여전하지만 생활 축구와의 연계를 통해 또 다른 가능성도 확인할 계획이다. 장밋빛 미래로 가기 위해서라도 더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과문도 자주 발표하면 면역이 되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최근 '아무개 게이트'에 따른 3차례의 '담화'에서 확인했다. 축구협회의 새 출발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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