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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 먹을 것 많았던 '슈퍼 파이널'


수원은 명예회복-신뢰 재확인 성공…서울은 젊은피 윤승원으로 미래 봤다

[이성필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았다.

역사상 최고의 슈퍼매치로 꼽아도 손색없는 경기였다. 수원 삼성이나 FC서울 모두 한 판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우승과 준우승으로 결과는 가려졌지만 종합선물세트처럼 모든 것을 압축해 보여줬다.

수원과 서울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6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을 치렀다. 두 팀의 대결에 슈퍼매치라는 명칭이 붙어 있는데 사상 첫 FA컵 결승에서 만나 '슈퍼 파이널'로 명명된 최고의 경기였다.

1차전에서 수원이 2-1로 이겼지만, 슈퍼매치라는 점에서 쉽게 승부를 점치기 어려웠다. 예상대로 서울이 2-1로 2차전을 이겼고 3-3 동률이 되면서 연장전을 지나 승부차기까지 갔고 골키퍼까지 키커로 나서 10-9, 수원의 승리로 끝났다.

수원은 이로써 내년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획득했다. 올해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충분히 덜 기회다.

공격수 부재에 땅을 쳤던 수원이었지만 내년은 다르다. 올 7월 임대 영입한 조나탄의 존재 때문이다. 조나탄은 클래식 14경기 10골 2도움으로 강등권까지 떨어졌던 수원이 7위로 마치는 데 공을 세웠다. FA컵도 마찬가지, 울산 현대와의 4강 멀티골을 시작으로 결승 1·2차전 모두 골맛을 봤다.

조나탄의 완전 이적 가능성이 살아 있다는 점에서 수원이 자존심을 살릴 명분도 얻었다. 수원은 올해도 구단 운영비가 축소됐다. 이 사실은 해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FA컵 우승으로 이 부분이 가려지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수원이 명문 구단으로 아직 쓰러지지 않았음을 알려줬다.

서정원 감독이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젊은 선수들의 정신력과 가능성도 봤다. 권창훈을 중심으로 구자룡, 이종성, 장호익 등 모두 20대 초, 중반의 젊은 피가 염기훈, 양상민, 이상호 등 선참들과 조화를 이뤘다. 이들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대혈투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는 무려 15장의 경고가 나왔다. 수원이 4명, 서울이 9명이었다. 수원 이정수와 서울 다카하기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10대10으로 싸우는 여건에서 수비수 한 명이 사라진 수원이 좀 더 불리했지만 한 발 더 뛰었다. 1차전에서 어설프게 볼 처리를 하던 장호익에게 다가가 "정신 안 차리느냐. 결승전이다"라고 소리친 홍철만 봐도 수원 정신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올해 수원은 악몽이었다. 별다른 선수 영입 없이 성적운 곤두박질쳤고 구단 프런트 물갈이를 외치는 팬들과는 대립했다. 불신이 팽배했지만 조나탄 영입을 기점으로 경기력이 살아났고 FA컵 우승으로 신뢰 회복에 성공했다. 경기 후 우승 세리머니에서 서정원 감독과 팬들이 함께 흘린 눈물은 내년을 위한 자산이나 마찬가지다.

서울도 황선홍 감독 체제의 6개월을 나쁘지 않게 보냈다. K리그 클래식 우승이라는 선물을 받았지만, 황 감독은 선수들을 더 압박했다. 서울이라면 2관왕, 3관왕 욕심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승부사 기질이다.

황 감독의 집념은 클래식 전북 현대와의 최종전이나 수원과의 2차전에서 신예 윤승원 투입으로 확인됐다. 윤승원은 올해 R리그(2군리그)에서 뛴 것이 전부였지만 전북전에서 깜짝 카드로 등장해 가능성을 남겼고 수원전에서는 후반 43분 교체로 나서 45분에 극적인 헤딩골로 2-1을 만들어 승부를 연장과 승부차기로 몰고 갔다.

더욱 놀라운 장면은 심리적 압박감이 큰 승부차기에서 대담하게 골대 중앙으로 가볍게 차 넣는 파넨카 킥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일반 결승전도 부족해 슈퍼 파이널이라는 성격까지 보태졌지만,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젊은 선수를 선호하는 황 감독이 내년 구상에서 윤승원이라는 보물을 제대로 발견했음을 증명했다.

이날 서울은 데얀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해 중요한 공격의 한 축 없이 경기했다. 그렇지만 윤승원을 통해 희망을 봤다. 황 감독은 "어린 나이지만 발전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기대된다. 본인 스스로 발전을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그런 선수가 많이 나타나면 서울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출전 명단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심제혁, 김정환, 임민혁 등도 황 감독의 시야에 있다. 윤승원을 통해 서울의 미래를 확인한 황 감독은 젊은 원석 발굴에 더 힘을 쏟을 계획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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