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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산실 '게임'…알고 보니 창의성 가득


[다시보는 게임]①창의력·기술력의 산물 '게임'…이미 '오락' 벗어나

전 세계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이끈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만든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는 10대 때부터 게임을 만들었던 게임 개발자 출신이다. 창의력과 첨단 기술력이 조합돼 만들어지는 게임은 그가 인공지능(AI) 분야 선구자로 거듭나기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정보기술(IT)의 집약체이자 다양한 영감의 산실인 게임산업만의 특징과 향후 비전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문영수기자] '인간 최고수' 이세돌 9단을 4대1로 꺾어 화제를 모은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

알파고는 기존의 바둑 기보에 얽매이지 않은 창의로운 수와 전술을 펼치며 더이상 바둑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님을 알렸다. 멀게만 느껴졌던 인공지능이 어느새 우리 곁으로 훌쩍 다가왔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한국형 인공지능을 위해 향후 5년간 인공지능 기술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알파고가 우리 사회에 미친 파장은 결코 작지 않았다.

알파고와 함께 세간의 이목을 끈 인물이 있다. 알파고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데미스 하사비스다. 영국의 인공지능 과학자이자 구글 딥마인드의 대표인 그는 2011년 인공지능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딥마인드를 창업해 3년 뒤 구글에 약 4억 유로(약 5천300억원)에 매각해 화제를 모았다. 그가 34세 때의 일이다.

◆알파고 만든 데미스 하사비스, 알고 보니 게임 개발자

데미스 하사비스의 주요 이력 중 놓쳐서는 안될 것이 있다. 바로 게임 개발자였다는 점이다. 그는 게임광이었다. 불과 네 살에 체스를 시작한 그는 영국 체스 챔피언, 세계 유소년 체스 2위까지 올라 '체스 천재'로 불렸다.

체스를 정복한 그의 다음 시선은 게임에 닿았다. 남들보다 2년 빠른 15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하사비스는 세계적 게임 개발자 피터 몰리뉴가 설립한 불프로그에 입사하며 본격적인 게임 개발에 뛰어든다. 그가 만든 첫 게임은 '신디케이트'. 2096년 디스토피아 미래를 배경으로 신경칩을 장착한 이들이 거대 기업 신디케이트와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었다.

그에게 첫 상업적 성공을 안겨준 '테마파크'는 신디케이트 이후 1년 뒤 낸 게임이다. 자신만의 놀이기구를 배치하고 관람객들을 끌어모으는 재미를 부각시킨 테마파크는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히트작이 됐다.

하사비스와 게임과의 인연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불프로그를 떠나 케임브리지 대학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8년 라이언헤드 스튜디오에 입사한다. 이곳에서 피터 몰리뉴와 재회한 그는 신작 '블랙앤화이트' 개발에 참여했다.

블랙앤화이트는 전능한 신의 시점에서 세상을 조망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 따라 게임 속 인간들(NPC)의 달라지는 행동, 즉 인공지능이 관건이었다. 하사비스는 이러한 인간들의 반응을 담당하는 인공지능을 만들었다. 게임을 통해 알파고의 첫 단추를 꿴 셈이다.

게임업계를 떠난 2005년 이후에도 게임에 대한 하사비스의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는 알파고가 나오기 전인 2015년 2월 비디오 게임을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DQN(deep Q-network)'을 만들었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이후 실시간 전략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인공지능 대결을 펼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IT 거물들 배출하는 '게임'의 숨은 힘

알파고를 만든 데미스 하사비스가 게임 개발자 출신이라는 사실이 회자되면서 게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데미스 하사비스 이전에도 게임과 연을 맺은 IT 인사는 많았다. 고(故)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창업하기 전 게임사 아타리에서 게임을 개발했고, 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를 개발 중인 존 카멕은 슈팅 게임 '둠'으로 유명한 이드소프트를 창업했다. 한국의 경우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만든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한게임 설립 멤버다.

게임의 어떤 면이 IT업계를 이끄는 이들의 토대가 된 것일까? 사실, 게임은 창의력과 상상력,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개발 기술이 접목돼야 만들어 낼 수 있는 콘텐츠다. 고성능 그래픽은 물론, 다수의 이용자 접속을 가능하게 하는 서버 기술까지 요구된다.

현재 게임의 발전상은 상상 그 이상이다. '갤러그'로 대변되던 조악한 게임은 어느새 고품질 그래픽을 넘어 가상현실(VR) 분야 총아로까지 대두되는 모습이다. 요즘에는 생동감 넘치는 환경을 위한 약 인공지능(weak AI)까지 속속 도입되고 있다.

게임은 공장을 지어야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이른바 '굴뚝산업'과 달리, 사람이 전부인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이를 구현하는 것 역시 기계가 아닌 사람의 몫이다. 홀로 게임 개발에 도전하는 이들이 나올 수 있는 이유도 이러한 특성에서 비롯된다.

게임산업은 그래서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지출되는 고정비가 적어 이익률이 매우 높다. 일례로 넥슨 계열사인 네오플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78.3%에 달했을 정도다.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내기가 매우 어려운 제조업과 확실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게임산업은 틀에 얽매이지 않은 독특한 문화를 지닌 것도 특징이다. 출·퇴근이 자유롭고 복장에 대한 제약도 없는 편이다. '수트와 넥타이'로 대표되는 일반 기업의 복장은 게임산업에서 되레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가령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로 유명한 미국 라이엇게임즈 개발자들은 저마다 바퀴 달린 책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담당 프로젝트에 따라 언제든 편히 이동할 수 있다. 팀단위로 파티션이 고정돼 있는 굴뚝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다. 모두 게임 개발자들의 창의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다.

한국의 게임산업은 어떨까. 90년대 말 온라인 게임으로 태동한 한국 게임산업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 등은 모두 한국 게임사가 내놓은 대표적 게임들이다.

한국 게임사들 역시 개발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환경 조성에 아낌없는 노력을 쏟고 있다. 직원들의 창의력 발달을 위해 명사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하는가 하면, 자유로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내부 직급과 호칭을 폐지하는 게임사들도 늘고 있다. 게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가상현실 등 고도의 기술력을 갖추기 위한 투자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알파고의 원천 '게임'에 다시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이제 "게임을 다시 주목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각종 IT 기술의 집약체인 데다 다양한 분야로 파생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게임이 우리 생활에 깊숙히 파고든 만큼 기존의 좁은 개념으로만 볼 게 아니라, 보다 포괄적인 정의를 내릴 때가 왔다는 시선도 있다. 게임의 재미 요소를 교육과 결합한 지러닝(Game Learning), 군에서 사용되는 '워 시뮬레이션(war simulation)' 등 이미 게임이 산업과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강신철 회장은 "알파고의 사례를 보듯 모든 아이디어는 놀이로부터 시작한다"며 "창의력의 산물인 게임을 단순한 게임으로 보는 것이 아닌, 미래 산업과 문화로서 새로운 가치를 조명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장(중앙대 교수)은 "과거 게임은 시간이 날 때 즐기는 오락의 성격이 강했지만 이제는 생활의 한 부분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며 "미래 사회에서 게임은 소비재가 아닌 생산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큰 틀에서 게임에 대한 관점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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