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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이란…이진영이 LG에 남긴 무거운 질문


2차 드래프트 1순위로 kt행…정답 없는 베테랑 활용법 놓고 시선 엇갈려

[정명의기자] 이진영(35)이 7년 간 정든 줄무늬 유니폼을 벗는다. 그동안 쌓아온 명성과 비교하면 조금은 초라하게 팀을 떠난다. 떠나는 이진영은 LG 트윈스에게 무거운 질문을 하나 던졌다.

지난 27일 서울 The-K호텔에서 열린 '2015 KBO 2차 드래프트'. 시작 전부터 파다했던 소문은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이진영이 LG의 보호선수 40인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것. 1순위 지명권을 가진 kt는 망설임없이 이진영을 낚아챘다.

떠나는 이진영은 별다른 말이 없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주장 역할까지 맡으며 애착을 가졌던 팀을 타의에 의해 떠나게 된 것이 어찌 기분 좋은 일이랴. 그저 "LG 구단에 섭섭한 것은 없다. 새로운 팀에서 잘 하겠다"고 이진영은 말할 뿐이었다.

연차가 쌓일수록 힘이 생기고 또 그만큼 책임이 따르는 것은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라도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효용 가치가 소멸됐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떠나야 한다. 이진영도 그렇게 LG를 떠난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보여준 민첩한 다이빙 캐치, 레이저빔을 연상시키는 홈 송구로 '국민 우익수'라는 칭호까지 얻은 이진영이다. FA 계약을 벌써 2차례나 체결, 부(富)도 손에 쥐었다. 하지만 현재 이진영은 40인의 보호선수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한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주장 1. 세대교체에 베테랑은 걸림돌

베테랑의 은퇴와 활용법에 관한 논의에는 잡음이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아직 밀려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선수, 하루 빨리 미래를 대비하려는 구단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 LG 역시 이진영의 기량이 하락세라고 판단했고, 반대로 이진영은 아직 자신감이 넘친다.

이진영의 이적을 두고 LG는 "새로운 팀 컬러를 만들기 위해 마음 아픈 선택을 했다"며 "현재 우리 팀에는 출전 기회를 늘려줘야 할 젊고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 이진영의 경우 내년 시즌 후 FA 자격을 얻게 돼 풀타임 출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젊고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경기에 내보내 새로운 팀 컬러를 만드는 것이 LG가 추구하는 팀 운영 방향이다. 이진영이 그대로 LG에 머문다면 아무래도 젊은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진영은 이진영대로 풀타임 출전이 보장되지 않아 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베테랑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벤치만 지킨다면 팀 분위기는 무거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수의 경력이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아직 뛸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면 강할수록 분위기가 가라앉는 폭도 커진다.

따라서 구단과 감독은 하루 빨리 노쇠화가 진행되는 베테랑 선수들의 대체 자원을 찾으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은퇴를 포함해 해당 베테랑의 정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때론 과감하게, 때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매우 민감한 문제다. 세대교체, 리빌딩이라는 단어가 가장 좋은 명분이 된다.

◆주장 2. 쳐내는 것만이 능사 아니다

세대교체를 위해 베테랑은 불필요하기만 한 존재일까. 반대로 이상적인 세대교체에는 베테랑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쳐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베테랑들에게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은퇴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앞면이라면, 오랫동안 뛴만큼 그만한 실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은 뒷면이라 할 수 있다. 앞면만 보면 쳐낼 생각을 하겠지만, 뒷면을 보면 베테랑들을 활용해 팀 전력을 끌어올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베테랑들의 활약이 팀 성적에 보탬이 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투수보다 선수 생명이 짧은 편인 야수 쪽만 살펴봐도 삼성의 이승엽(39), NC의 이호준(39)은 여전히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LG의 또 다른 베테랑 이병규(41)도 불과 2년 전까지는 최고령 타격왕에 오르며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베테랑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팀 성적은 크게 달라진다. 베테랑을 정리할 궁리를 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그들을 춤추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 모 베테랑 선수는 "베테랑이 활약하기 위해서는 감독과 선수 사이에 신뢰감이 형성돼야 한다"고 감독의 역할을 강조했다.

◆LG의 특수한 상황도 고려해야

LG만의 특수한 상황도 고려돼야 한다. LG는 2002년 이후 10년 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던 팀이다. 그 사이 당장의 성적에 목을 매야 했던 구단은 세대교체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결국 이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2013년, 그토록 기다렸던 가을야구에 초대받았지만 젊은 피들의 성장은 더디기만 했다. 특히 야수 쪽이 그랬다. 이진영 등 베테랑들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문제점은 올 시즌까지 이어졌고, 결국 세대교체를 이유로 이진영을 떠나보내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승엽과 이호준은 팀 내 최고참이다. 그 밑으로는 중견 선수들의 세력이 단단히 형성돼 있다. 쉽게 말해 삼성과 NC는 허리가 튼튼하다. 그러나 LG는 다르다. 이진영과 이병규, 박용택(36), 정성훈(35)의 뒤를 받칠 중고참들이 부족하다. 그것이 바로 LG가 처한 특수한 상황이다.

특히나 정성훈을 제외한 3명은 모두 포지션이 외야수다. 따라서 그동안은 LG의 젊은 외야수들의 출전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이진영을 떠내보낸 LG의 결정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김기태 스타일 vs 양상문 스타일

전임 사령탑 김기태(46) 감독(현 KIA 감독),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양상문(53) 감독의 성향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도 한 번은 생각해 볼 문제다. 두 감독의 차이는 베테랑들을 대하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김 감독은 소위 '형님 리더십'을 앞세워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베테랑들은 상당히 존중하며 베테랑이 살아야 팀이 산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지도자다. 이진영과 정성훈은 FA 자격을 얻고 LG에 잔류하면서 "감독님을 떠날 수가 없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반면 양 감독은 선수들을 살갑게 대하는 편이 아니다. '부산 사나이' 특유의 무뚝뚝함이 있다. 또한 롯데 감독 시절 젊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며 리빌딩에 초점을 맞췄던 경력이 있다. 박정태, 최기문 등이 양 감독 체제에서 은퇴를 하거나 주전에서 밀려났다.

김 감독에게 익숙해져 있던 LG의 베테랑들에게는 양 감독이 스타일이 서운하게 느껴졌고, 양 감독 입장에서는 그런 베테랑들의 서운함이 못마땅했을 수 있다. 냉정히 말해 올 시즌 팀 베테랑들과 양 감독의 관계는 좋았다고 할 수 없다.

김 감독과 양 감독의 서로 다른 스타일을 놓고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다. 어느 쪽이 LG에 적합한 지도법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뿐이다. 김 감독은 2013년 베테랑들의 힘을 빌려 LG를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지난 시즌 도중 바닥권에 있던 팀을 맡아 포스트시즌까지 이끌었던 양 감독은 올 시즌에는 베테랑들의 부진과 함께 9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평가는 이르다. 김 감독은 팀을 옮겼고, 양 감독에게도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정답은 없고, 평가는 역사가 한다

정답은 없다. 성적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근거를 통해 역사가 평가할 뿐이다. 이진영의 kt행 역시 결과에 따라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다. LG와 kt의 윈-윈이 될 수도, 또 한 번의 '탈 LG 효과'로만 남을 수도, LG의 성공적인 세대교체만 부각될 도 있다.

베테랑의 기준도 애매하다. 이진영이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풀린 것과 대조적으로, 이진영보다 불과 한 살 어린 유한준(34)은 넥센에서 FA 자격을 획득해 잭팟이 예상되고 있다. 이진영이 LG를 떠나게 된 이유는 베테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평가가 뒤집히는 경우도 프로야구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1년 LG가 넥센에 박병호(29)를 내주고 송신영(38)을 영입했을 당시, 여론은 넥센이 뒷돈을 받고 즉시 전력감인 송신영을 내줬다는 쪽으로 흘렀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당시 트레이드의 승자는 누가 봐도 넥센이다.

이진영을 떠나보내는 결정을 내린 양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이들이 있는 반면, 옳은 결정이라고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 역시도 역사가 평가할 문제다. 감독은 결과를 책임질 뿐이다. 찬사 역시 감독의 몫이다.

분명 현재 LG는 세대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며, 세대교체를 위한 수많은 방법 중 한 가지를 선택했다. 그로 인해 이진영은 '베테랑이란 무엇인가'라는 복잡하고도 쉽게 답을 내리기 힘든 질문을 던지며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벗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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