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인기 게임들 어떻게 한글화되나 살펴보니...


외산 게임이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한글화 잘 마쳐야"

[문영수기자] 우리가 즐기는 인기 게임들의 외국말들은 어떻게 한글로 재탄생될 수 있었을까.

특히 한글화 작업을 필히 거쳐야 하는 외국 게임들은 사용하는 언어와 문자에 담긴 정서가 한국과 달랐던 만큼 보다 세심한 한글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한글화 작업을 잘 마쳐야 한다는 점 또한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무려 167주간 PC방 인기순위 1위(게임트릭스 기준)를 이어오는 라이엇게임즈(한국 대표 이승현)의 '리그오브레전드'를 비롯, 최근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아이덴티티모바일(대표 전동해)의 '파이널판타지14'는 인기 못지 않게 알기 쉽고 재미있기까지 한 한글화 서비스로도 주목받고 있다. 두 게임 모두 단어 하나를 한글화하는 작업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입롤 장난 아닌데?" 리그오브레전드의 이색 한글화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서비스하는 라이엇게임즈는 체계적 한글화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100종이 넘는 다양한 챔피언(영웅)들이 외치는 각종 맛깔스러운 대사는 게임의 몰입감을 높여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게임 속 챔피언 중 하나인 '자크'는 "입롤 장난 아닌데?"라고 외치기도 한다. 게이머들 사이에 익숙한 '입롤(말로는 다 이긴다는 은어)'을 과감히 게임내 대사로 차용한 것이다. 라이엇게임즈의 이같은 한글화 전략은 게임에 대한 친숙함을 높여 흥행을 이끄는 원동력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한글화는 사내 로컬리제이션팀(이하 로컬팀)이 담당하고 있다. 로컬팀은 한글화 외에도 챔피언의 목소리 녹음을 비롯, 각종 게임 콘텐츠와 알림 내용 등에 대한 한국화 업무도 수행한다. 다양한 콘텐츠와 대사들을 한국 플레이어들이 만족스러워할 수준으로 원활하게 전달하는 데 힘을 쏟는다는 설명이다.

한글화 대상은 다양하다. 챔피언의 각종 기술 설명과 배경 이야기의 한글 번역, 게임 내에 들어가는 각종 음성을 한글화시켜 녹음하는 역할 등도 포함된다. 게임 내 모든 텍스트를 한글화하고 각종 동영상의 자막 작업이나 기타 콘텐츠에 대한 공지 역시 한글화 대상이다.

라이엇게임즈는 "개발을 총괄하는 본사에서는 각 지역의 현지화에 대해 현지의 의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한국에 어울리고 또 한국 플레이어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한글화가 진행되는지 고민하고 콘텐츠 기획 시점에서의 의도가 잘 전달되는지 함께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쉽지만은 않다. 외국어 번역이 어색하지 않으면서 직관적이고 본래의 뉘앙스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각종 기술 설명이 짧은 시간 내로 바로 이해가 가능하도록 정보를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e스포츠 중계까지 고려해 간결하고 힘있는 한글화가 필요하며 게임과 관련된 배경 스토리의 경우 '읽는 맛'과 '게임의 세계관 전달'을 고려해야 한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또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에게 더 큰 재미를 안겨줄 수 있도록 한국 문화를 잘 녹여내고 유행을 타고 있는 표현들을 포함시키는 경우도 더러 있다. 자크의 '입롤 장난 아닌데'라는 표현처럼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표현과 한국 플레이어들에게 익숙하면서 재미를 줄 수 있는 표현들을 항시 고민하고 활용하고 있다.

피드백도 신경써야 하는 부분. 라이엇게임즈는 신규 챔피언 혹은 스킨을 테스트하는 시점에 해외 출시된 버전과 이질감이 크다는 피드백이 있을 경우 성우 재녹음을 진행한 경우도 있었다. '바루스', '뽀삐', '신드라' 등 일부 챔피언에 대해서는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음성을 재녹음하거나 음성과 함께 나오던 효과음 중 일부를 조정하기도 했다. '오메가 분대 티모’ 역시 커뮤니티의 반응을 반영해 보다 한국 플레이어가 만족할만한 보이스오버를 반영한 사례도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한글화와 한국화 작업에 임할 때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읽고, 게임의 재미를 키우는데 더욱 정진하겠다"고 전했다.

◆용어 하나 바꾸는데 3개월…한글화 심혈 기울인 '파이널판타지14'

아이덴티티모바일이 지난 9월부터 국내 서비스 중인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파이널판타지14도 딱딱한 문장 대신 맛깔스러운 대사와 성우 연기를 도입해 한글화 측면에서 호평받고 있다. 이 게임은 기존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에서 사용된 일부 용어를 제외한 모든 문장을 한글화했다.

파이널판타지14의 한글화는 복합적으로 진행됐다. 아이덴티티모바일과 스퀘어에닉스가 전체적인 방침과 스케쥴 관리 등을 맡았고 번역은 외주를 통해 진행했다. 번역된 문장은 스퀘어에닉스 로컬라이즈부의 한국인 감수자가 직접 확인을 하고 아이덴티티모바일 내부에서도 한글화된 작업물을 전문 QA 회사와 함께 검증을 거쳤다. 한글화와 관련된 직원 규모는 20명 수준.

아이덴티티모바일은 스퀘어에닉스와 소소한 부분까지 논의해 결정할 정도로 한글화에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게임 내 1, 2개 주요 용어를 바꾸는데 3개월 이상이 걸린 적이 있을 정도다. 게임 맵 곳곳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페이트'를 바꾼 '돌발임무'와 이용자간 대결(PvP) 콘텐츠인 '프론트라인'을 '전장'으로 바꾼 것이 대표적 사례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가 워낙 역사가 오래된 작품이다 보니 이전작과의 연관성부터, 이후 발매될 작품까지 고려해야 해 합의점을 찾기가 오래됐다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스퀘어에닉스는 보다 원활한 한글화 작업을 위해 게임 내 등장하는 각각의 캐릭터와 종족에 대한 가이드를 자세하게 만들었다. 아이덴티티모바일은 이를 숙지한 뒤 번역을 시작했고 그 결과 일관적이면서도 문장을 살릴 수 있었다.

아이덴티티모바일 오윤희 로컬라이징 코디네이터는 "외산 게임의 한글화는 자칫하면 어색한 번역 어투가 계속되기 쉬운데 긴밀한 협업과 실제 번역 작업자들의 높은 게임 이해도를 바탕으로 번역 품질이 유지되고 있다"며 "파이널판타지14는 한글의 아름다움을 잘 살릴 수 있게 마을명, 아이템명 하나하나 세심하게 작업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인기 게임들 어떻게 한글화되나 살펴보니...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