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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민]엘론 머스크 방식의 산업혁명을 기대한다


지난 6월 29일, 스페이스 엑스의 로켓 '팰컨 9'은 아쉽게도 공중에서 폭발됐다. 스페이스 엑스는 우주선의 비용을 10분의 1로 절감하기 위해서 아이언맨의 실제 주인공 엘론 머스크가 설립한 회사다. 2010년 처음 발사돼 18차례 성공을 거뒀던 팰컨 9이라서 아쉬움이 더욱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불어 세계 최대의 배터리 공장 '기가 팩토리'의 조기 완공 소식도 들려온다. 2017년 가동 예정이던 기가 팩토리는 2016년 조기 가동 예정이다. 엘론 머스크는 기가 팩토리를 통해서 1년에 50만 대의 테슬라 전기자동차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에도 진출을 계획하고 있고, 올해 상하이 모터쇼에서 본격적인 중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테슬라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기 자동차 시장을 크게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역발상과 최적화로 만들어 가는 보수적인 산업에 대한 혁명

그 동안 엘론 머스크가 도전해 온 사업들은 금융, 항공, 자동차, 에너지 등 생활과 안전에 필수적인 동시에 변화가 상당히 느린 산업이다.

진입 장벽이 매우 높고, 안전과 생활에 직결되기 때문에 누구나 고비용을 지급해 온 산업이다. 엘론 머스크는 이러한 고비용을 지급하는 보수적인 산업을 고정 관념으로 여기고, 이를 깨기 위한 역발상과 최적화로 산업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엘론 머스크의 역발상은 덩치가 크고 쉽게 진입할 수 없는 산업에 도전해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금융 산업에의 도전이었다. 페이팔의 전신인 엑스닷컴을 1999년에 창업해 온라인 결제 서비스를 강화하고, 페이팔을 이베이에 15억 달러에 매각했다.

페이팔이 미국 산업에서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벤처 투자다.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는 페이팔 출신 기업가들은 당장의 수익 모델이 아닌 미래 가치를 가진 아이디어에 투자함으로써, 미국 벤처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큰 역할을 했다.

'향후 얼마까지 벌 수 있는가'라는 투자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수많은 성공 모델을 만들어 냈다. 엘론 머스크의 회사들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옐프 등이 대표적인 페이팔 마피아의 투자 회사들이다.

'현재 얼마를 벌고 있는가', '곧 상장이 가능한가'가 투자의 지표가 되는 우리나라로서는 매우 아쉬운 일이다. 페이팔 매각으로 얻은 수익으로, 엘론 머스크는 그 다음 도전을 준비한다.

다음 도전은 우주항공, 자동차, 에너지 산업이었다. 스페이스 엑스(2002), 테슬라(2003)와 솔라시티(2006)의 창업으로 대표적인 보수산업에 도전한다.

테슬라는 전기자동차의 관점에서 자동차를 다시 설계했다. 대부분의 자동차사들이 기존 차체에 배터리와 모터를 맞추어 넣는 과정으로 전기차를 만들었던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전기자동차를 위한 최적의 디자인과 배터리 효율 제고를 통해서 자동차사와 경쟁하는 새로운 고급 전기자동차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2008년 미국 경제 위기 이후 침체된 자동차 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과 배려도 큰 힘이 됐다. 기가팩토리의 준공은 앞으로 테슬라의 세계 시장 확산에 큰 힘이 되는 동시에 에너지회사 솔라시티를 연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이스 엑스는 기존 우주선 가격을 10분의 1로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서 우주여행, 보조 로켓 회수, 재착륙 실험, 탄소섬유 가격 절감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했다. 수많은 어려움 끝에 2008년 나사와 계약하고 2010년 팰컨 9의 발사에 성공한다.

스페이스 엑스와 탄소강화섬유 관련 개발을 협력하고 있는 팁톤-고스(Tipton-Goss Inc.)의 대럴 리들 CEO는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 준다. 초기에 탄소강화섬유는 비싼 가격 때문에 항공 산업에만 쓰였다.

하지만 이후 어느 누구도 공정을 바꾸거나 수많은 실험을 통해서 가격을 낮추는 일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주요 자동차사들도 탄소강화섬유가 자동차의 중량을 낮춰 연비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에서의 가격이 높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았다.

엘론 머스크와 대럴 리들은 역발상의 아이디어를 낸다. 공정을 개선하고 실험을 통해서 가격을 낮출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우주선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 경쟁력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고 엘론 머스크의 이러한 역발상은 스페이스 엑스의 우주선을 10분의 1 가격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바탕이 됐다.

현재 자동차 회사로는 BMW가 대표적으로 탄소강화섬유의 적용을 확대해 가고 있다. 탄소강화 섬유의 자동차 시장 적용 확대는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서도 반드시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 산업에서도 엘론 머스크를 기대한다

우리에게는 기존 산업에 대한 도전, 벤처 생태계 조성과 융합 산업 진화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페이팔 마피아로 상징되는 미국 벤처 생태계가 우리에게는 아쉽다. 엘론 머스크가 남긴 명언 중에 '실패는 우리 회사의 옵션입니다. 실패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충분히 혁신적이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라는 말이 있다.

벤처나 중소기업 창업자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투자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벤처 투자는 투자라기 보다는 대출에 가까운 면이 있다. 아이디어에 투자하고, 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정부 차원의 환경 조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실패한 사업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제도적 환경 마련도 중요하다.

융합 산업의 진화 면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역발상과 최적화로 기존 산업에 도전해 온 엘론 머스크의 사업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금융, 항공, 자동차, 에너지 등 생활과 안전에 필수적인 동시에 변화가 상당히 느렸던 산업에 최적화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의 기존 산업들도 융합 산업에 따른 변화에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예처럼 사용자 중심의 시장이 펼쳐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완제품, 서비스,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융합 산업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마트폰의 수직 계열화와 테슬라의 전기자동차에서 보는 것처럼 완제품 관점에서의 최적화는 향후 부품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의 부품 수요가 늘어나기는 하지만 완제품, 서비스, 콘텐츠의 수익성에 비하면 작은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LG 화학과 삼성 SDI가 배터리 사업에서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전기차 면에서 배터리 설계를 바라보는 기가팩토리의 최적화와 규모는 향후 큰 짐이 될 수 밖에 없다.

엘론 머스크의 성공은 미국 산업의 상황과 창업 회사의 아이템이 잘 맞물려 있다. 페이팔의 경우 인터넷의 태동기였고, 테슬라의 성공 이면에는 2008년 미국의 자동차 산업 위기와 맞물려 있다. 스페이스 엑스의 경우에는 발사체를 러시아 로켓에 의존하던 미국 항공 산업의 상황과 관련이 있다.

체감 경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우리나라에서도 경제적 상황과 기술적 현재를 고려한 융합 산업의 변화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자원과 시장에서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로서는 아이디어의 발굴과 육성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에도 엘론 머스크와 같은 산업 혁명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벤처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변화하는 융합 산업에 대한 대비로, 미래 산업을 이끌어 가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부교수)는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에서 학사·석사학위를,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솔루션 전문기업 네오엠텔 기반기술팀, SK텔레콤 터미널 개발팀 등에서 근무하면서 업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전문가다.

현재 한국자동차공학회 이사, 한국멀티미디어 학회 이사, 대한전기학회 정보및제어부문회 이사, 한국정보전자통신기술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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