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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골에 대한 '집념'과 '집착'…메시-호날두의 차이


메시의 바르셀로나, 프리메라리가 우승 확정

[최용재기자] 공격수라면 누구나 골을 넣고 싶어 하고 넣어야 한다. 공격수는 골로 말해야 한다.

하지만 축구는 '팀' 스포츠다. 팀은 골만 잘 넣는 공격수를 원하지 않는다. 팀을 위해 골을 넣는 선수를 원한다. 그런 공격수를 가진 팀이 좋은 팀워크글 발휘하고, 좋은 성적을 낸다. 당연히 그런 공격수를 가진 팀이 강팀이다.

골만 잘 넣는 선수와 팀을 위한 골을 넣는 선수의 차이. 골에 대한 '집착'과 '집념'의 차이다.

골에 대한 집념을 가진 선수는 팀을 위한 골을 먼저 생각한다. 즉 자신에게 기회가 왔을 때 집념을 가지고 골을 넣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팀 승리를 위해서라면 반드시 자신이 골을 넣을 필요는 없다. 동료 누구라도 골을 넣고 팀이 승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그래서 집념을 가진 선수는 최고의 골 찬스를 본다. 자신에게 그 찬스가 오면 스스로 해결을 하고, 팀 동료에게 더 좋은 기회가 온다면 동료에게 패스를 해 골을 돕는다. 집념을 가진 공격수가 있는 팀은 그래서 팀워크가 좋다. 동료들과 함께 축구를 즐기는 플레이를 선보인다. 동료들도 그로 인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그라운드에서 신나게 춤을 춘다.

골에 대한 집착을 가진 선수는 자신을 위한 골을 먼저 생각한다. 즉, 모든 기회를 자신이 가지려고 노력을 한다. 팀의 중심은 자신이 돼야 하고, 팀 동료들이 골을 넣는 것보다 자신이 골을 넣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물론 집착도 능력을 가진 선수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집착을 가진 선수는 자신에게 온 찬스를 웬만하면 양보하지 않는다. 팀 동료들에게 더 좋은 기회가 올 것 같지만 자신이 먼저 반드시 해결하러 나선다. 집착을 가지고 있는 공격수가 있는 팀은 그래서 불화가 자주 생긴다. 경기에서는 한 선수만 보인다. 동료들은 마치 강요에 의해 축구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현역 최고의 선수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에는 이견이 없다. 이전 같으면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중 한 명을 선택하기 힘들었겠지만 최근 분위기는 무조건 메시다.

왜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일까. 득점에 대한 집념과 집착의 차이가 메시와 호날두의 차이를 만든 것이다. 즉 팀을 위한 메시와 개인을 위한 호날두의 차이라 할 수 있다.

18일 새벽(한국시간) 같은 시각에 열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7라운드 바르셀로나-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경기,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에스파뇰의 경기. 이 경기에서도 집념의 메시와 집착의 호날두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메시는 후반 21분 수비수 3명을 따돌리며 반박자 빠른 왼발 슈팅으로 선제 결승골을 뽑아냈다. 메시다운 환상적인 골이었다. 하지만 메시의 위대함, 왜 메시를 세계 최고의 선수라 평가하는지는 5분 후 장면에서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역습 상황에서 메시는 수비수 3명을 자신에게 달라붙게 만든 후 문전으로 질주했다. 메시는 분명 슈팅할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메시는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동료를 먼저 봤다. 아크 왼쪽으로 쇄도하던 네이마르를 본 것이다.

메시는 네이마르에 패스를 하며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어줬다.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준 것이다. 네이마르의 슈팅이 골대 위로 넘어가 아쉽게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최고의 팀 플레이어, 위대한 공격수 메시의 가치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호날두는 에스파뇰전에서 무려 3골이나 터뜨렸다. 그렇지만, 호날두의 선제골 장면을 보자. 후반 13분 벤제마의 패스를 받은 호날두는 문전으로 쇄도했다. 에스파뇰 수비수 3명은 모두 호날두에게 붙었다. 골대 오른쪽에는 하메스가 쇄도하고 있었다. 메시와 네이마르가 보여준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플레이는 달랐다. 호날두는 자신이 직접 해결했다. 호날두는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호날두의 재능이 만든 골이었다.

하지만 메시였으면 어땠을까. 메시 마음속으로 들어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아마 메시라면 하메스에게 패스했을 것이다. 하메스에게 패스했다면 더 완벽한 기회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메스는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을 것이다. 호날두는 팀 동료의 완벽한 기회를 외면했고, 결국 자신의 골을 선택했다.

이 두 장면이 메시와 호날두의 차이를 말해주고 있다. 팀 동료와 함께 하는 메시와 팀 동료 위에 군림하는 호날두의 차이다.

결과는 어땠는가. 메시의 1골로 바르셀로나는 1-0으로 승리해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확정지었다. 호날두의 해트트릭으로 4-1 대승을 거둔 레알 마드리는 리그 2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 동료와 함께한 메시는 팀과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득점 집착을 버리지 못한 호날두는 올 시즌 45호골로 득점왕 등극이 유력한 상황이다. 메시는 41골에 머물고 있다. 메시는 국왕컵과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노리고 있지만, 호날두는 득점왕을 제외하고는 팀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

누가 더 위대한 선수인가. 치열한 득점왕 경쟁에서, 또 해트트릭을 기록할 수 있는 상황에서 팀 동료에게 페널티킥을 양보하는 선수와, 팀 동료가 골을 넣었다고 골네트를 차며 화를 내는 선수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는 호날두가 메시에 한참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득점왕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득점왕이 그 선수 가치의 모든 것이 아니다. 축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니라 팀 스포츠다. 메시의 가치는 메시 개인과 함께 바르셀로나라는 팀으로 말해주고 있다.

먼 훗날, 축구 역사는 득점왕을 먼저 기억할까, 우승팀의 에이스를 먼저 기억할까. 축구 최고의 대회 월드컵만 봐도 득점왕이 먼저 기억이 나는가, 아니면 우승팀, 그리고 우승팀의 중심 선수가 먼저 기억이 나는가. 단적인 예로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대한 가장 강렬한 기억은 마라도나와 우승팀 아르헨티나다. 그런데 마라도나는 그 대회 득점왕을 차지하지 못했다. 득점왕은 잉글랜드의 게리 리네커였다.

호날두가 골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는 이상 메시를 넘을 수 없다. 호날두가 이토록 골에 집착하는 것도 어쩌면 메시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만 해도 호날두는 이토록 이기적인 선수로 평가받지는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로 온 후, 같은 리그 최대 라이벌, 유럽 축구의 라이벌인 바르셀로나의 메시라는 거대한 존재감과 늘 마주해야 했다. 호날두는 메시를 넘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더 많이 골을 넣는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렇게 판단했다면 방법을 잘못 찾은 것이다. 골 수가 많다고 메시를 넘을 수는 없다. 팀 스포츠인 축구를 잘해야 메시를 넘을 수 있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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