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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이통시장 교란, 결국 형사고발까지 가야?


'솜방망이' 처벌 일관한 방통위도 책임 못피해

"이통사들은 분명히 자기들은 리베이트(대리점에 준 인센티브)로 불법 보조금 주지 말라고 했는데 일부 유통점들이 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발을 뺄 겁니다. 그런데 주말 야심한 시간에 갑자기 리베이트를 왜 늘린 걸까요?"

아이폰 대란이 벌어진 다음날인 3일, 유통점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이 관계자의 예상은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는 지난 5일 일제히 '입장자료'라는 이름으로 일부 유통점의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국민들께 피해가 간 것은 유감이라며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텔레콤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고, KT와 LG유플러스는 '유감'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불법을 저지른 유통점에는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입장자료를 받은 기자는 놀랐다. 어쩌면 이렇게 유통점 관계자의 말과 딱 맞아떨어질까.

사실 이동통신사들이 리베이트를 주말 저녁에 급격히 늘리지 않았으면 이번 '아이폰 대란'은 벌어질 수 없었다. 따라서 아이폰 대란의 '진실'은 통신사들이 리베이트를 늘려 불법 보조금 경쟁을 부채질 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통사들의 '꼬리자르기'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전에도 자주 목격됐다. 자기들이 리베이트를 늘려서 시장을 교란한 뒤 직접적인 계약관계에 없는 판매점 탓으로 돌리기 일쑤였다.

통신사들의 '꼼수'를 막기 위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유통점 사전승낙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 제도는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 판매점도 이통사의 사전승낙을 받도록 해 판매점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이통사가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지만, 이번 대란에서 보듯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이통사들은 매번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정부의 제재를 받을 때마다 '재발방지' 약속을 했지만, 거짓말만 반복한 꼴이 돼 버렸다.

특히 이번 아이폰 대란은 단통법을 지지하던 이동통신사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는 사안이다.

정부가 투명한 이동통신 시장을 만들기 위해 사활을 걸고 내놓은 단말기유통구조법은 시행 초기인 지금 적지 않은 반대입장에 부딪혀 있다. 그래서인지 정부도 총리까지 나서서 "이통사의 불법 행위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한다.

새로 시행한 법률은 시작과 동시에 '내 몸'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개선을 하고, 그래도 안된다면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은 투명한 시장질서와 경쟁체제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이동통신사들이 앞에서는 '서비스 경쟁'을 외치면서 돌아서서 불법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 끝에 시장왜곡을 방치한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이번 아이폰 대란 이후 법에 따라 가능한 모든 제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말기유통법 제21조(양벌규정)는 이통사 뿐만 아니라 법인의 대표자나 종업원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과징금과 영업정지에도 통신사들이 시장왜곡을 바로잡는데 동참할 의사가 없다면, 정부가 '형사고발'이라는 특단의 조치에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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