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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홍명보의 가르침,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


홍명보 감독의 월드컵 준비는 뒤틀린 과정의 연속

[최용재기자] 어른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친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인생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그리고 공정하게 살아가라는 의미다. 최선을 다했고, 올바른 과정을 거쳤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것은 '괜찮다고' 가르친다. 편법을 쓰고, 꼼수를 부리며 뒤틀린 과정에 의한 좋은 결과를 얻으려 하는 것이 더 잘못된 일이라고도 가르친다.

깨끗한 세상, 따뜻한 세상,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결과보다는 과정을 강조하는 것이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욱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이라 교육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호는 '거꾸로' 가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58일 남겨둔 현 시점에서 홍명보호가 지내온 시간들을 돌려보면 오직 결과만을 추구하는 듯한 행태를 볼 수 있다.

기성용 사태도 있었고 박지성 논란도 있었다. 뒤틀린 과정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역시나 '과정보다 결과'의 정점은 박주영이었다. 게다가 박주영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박주영 대표 선발 과정은 올바른 길에서 더욱 벗어나고 있다.

박주영을 포함한 모든 사태와 논란이 생긴 이유는 단 하나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의 '성적'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제외시켜야 하는 것이 정도지만 제외시키면 본선에서의 결과에 자신이 없다. 과정은 중요치 않았다. 결과만 내면 그만이다. 그래서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편법을 쓰더라도, 원칙을 깨더라도, 오직 더 좋은 결과를 위해서 강행한 것이다.

과정이 뒤틀리니 '공정'하지도 못했다. 대표팀 공격수 부분에 치열한 경쟁이 사라진 이유다. 홍 감독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박주영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주영이 공정하게 대표팀에 합류하기를 기다렸지만 끝내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편법을 써야만 했다. 특혜를 줘야만 했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는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겠다'는 원칙. 박주영은 소속팀에서 뛰지 못했다. 올바른 과정이었다면 박주영은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 그런데 태극마크를 달았다. 홍 감독은 박주영만을 위해 원칙을 깼다. 그렇기에 편법이자 특혜다.

특혜는 대표팀 발탁으로 끝나지 않을 모양새다. 박주영은 곧 '황제 훈련'을 시작한다. '봉와직염'이라는 심각하지 않은 부상으로 인해 한국으로 귀국한 박주영은 소속팀 왓포드로 돌아가지 않는다. 대표팀 피지컬 코치인 이케다 세이고 코치가 박주영을 전담 관리한다. 대표팀 피지컬 코치가 단 한 명의 선수만을 위해 프로그램을 짜면서 재활 훈련을 돕는다.

봉와직염은 경미한 부상이다. 상식적으로 이런 정도의 부상으로 영국에서 한국까지 치료하러 오지 않는다. 영국에는 봉와직염을 치료하는 의료기관이 없단 말인가. 또 한국에 와서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이런 경미한 부상이면 치료가 끝났으면 바로 소속팀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프로선수의 재활은 소속팀에서 해야 한다. 시즌이 끝나갈 시점이라는 핑계는 가당치도 않다. 재활을 하더라도 소속팀에서 시즌을 마쳐야 하는 것이 프로의 기본이다.

어떤 프로 선수가 봉와직염이라는 경미한 부상으로 대표팀 피지컬 코치를 전담으로 둘 수 있는가. 어떤 프로 선수가 봉와직염으로 소속팀에 복귀하지 않고 대표팀에서 재활을 하는가. 대표팀이 오직 한 선수를 위한 극진한 정성을 보내는 것이 훈훈하게 보일 리 없다. 의혹의 눈빛을 보낼 뿐이다.

어떤 대표선수는 부상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개인적으로 병원을 5곳이나 찾아 진단을 받았고, 부상 재발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소속팀 경기를 위해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혹여나 부상 여파로 경기력이 나빠질까, 홍 감독의 시선에서 멀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박주영의 황제 훈련과는 너무나 비교된다.

대표팀은 소속팀에서 실패한 선수를 구제해주는 곳이 아니다. 개인의 선택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보상해 주는 곳도 아니다. 그 어떤 국가 대표팀도 소속팀에서 철저히 실패한 선수를 월드컵에 데려가지 않는다. 프로 세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가슴에 국기를 달고 월드컵에 가는 것이 올바른 과정이다.

박주영이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서 뛰는 유럽파라서? 그 누구도 박주영에게 잉글랜드로 가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아스널은 주전으로 뛰기에 분명 위험 부담이 많은 팀이었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국가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해서 택한 길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다면 그에 상응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 그 책임을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대신 짊어져주고 있는 모양새다.

2년 전에도 그랬다. 홍 감독은 똑같은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 과정은 뒤틀렸다. 병역 편법 논란에 휩싸인 박주영을 홍 감독은 직접 손을 잡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박주영이 군대에 가지 않으면 자신이 대신 군대를 가겠다는 말로 비난여론을 잠재우며 박주영을 2012 런던 올림픽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결과는 좋았다. 홍명보호는 올림픽 동메달을 따냈다.

과정을 무시해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경험이 있어서일까. 홍 감독은 다시 한 번 박주영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박주영을 월드컵에 데려가기 위한 당위성을 부여하려 할 것이다. 2년 전에는 대신 군대를 가겠다고 했고, 이번에는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 것인가. 이번에도 성적만 내면 모든 과정들이 잊혀질 것이라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스포츠는 가장 공정해야 하는 분야다. 물론 결과도 중요하다. 결과로 모든 것을 평가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올바른 과정에서 나온 올바른 결과만이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다. 편법과 꼼수로 인해 얻은 결과는 오히려 가치를 더욱 떨어뜨린다.

국민들 역시 올바른 과정 속의 결과를 원한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절대적인 권한이지만 올바른 과정 속에서의 권한이어야 한다. 대표팀을 원맨팀, 개인팀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국가의 팀이다. 과정이 좋았다면 좋지 않은 결과에도 기꺼이 박수 칠 수 있다. 아름다운 실패에도 감동을 느낀다. 하지만 과정이 나빴다면, 좋지 않은 결과는 파멸이다. 그리고 좋은 결과에도 찜찜함이 남을 뿐이다.

월드컵 본선이 58일 남은 지금,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홍명보호를 지지해도 모자랄 판에, 팬심이 나뉘고 있다. 마음이 한 곳으로 모이지 않고 있다. 과정이 뒤틀렸기 때문이다. 편법, 꼼수, 말바꾸기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만 중시하는 풍토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가르치고 있기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외면하는 국민들이 생기는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지켜볼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차라리 홍 감독이 처음부터 박주영이 필요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면 지도자의 '소신'이라고 가르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결과를 위한 '집착'일 뿐이다. 원칙을 깨는 법, 특혜를 주는 법,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법을 가르칠 수는 없지 않은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공정하고 떳떳하게 월드컵 꿈을 꿨던 선수들에 대한 미안함, 그동안 홍명보호에 합류해 국가를 위해 노력했던 이들의 땀방울에 대한 감사함이라도 가르쳐야겠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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