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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 맞은 신동빈 회장, 출소 1년 만에 법정 선다


'묵시적 청탁' 인정 여부 판가름…파기환송 시 경영활동 제약 클 듯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출소 1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운명의 날이 밝았다. 롯데그룹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신 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또 다시 '오너 리스크'에 빠질지, '경영 안정'을 이어갈 수 있을지 결정되는 만큼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7일 오전 11시 대법원 2호법정에서 신 회장 등 롯데 전·현직 관계자 9명에 관한 상고심 선고를 진행한다. 항소심 판결이 난 지 1년 만이다.

신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롯데 총수일가 경영비리 사건으로 기소됐다. 각각 별개의 사건이었지만 2심에서 병합됐다. 국정농단 관련 1심에서 법정 구속됐던 신 회장은 작년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묵시적 청탁'을 재판부에서 인정하느냐의 여부다.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의 특허권을 얻기 위해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건넨 것이 뇌물로 간주된 상태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적극 요구해 수동적으로 응했다고 판단, 신 회장에 대한 처벌수위를 집행유예로 낮췄다.

하지만 지난 8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상고심 선고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심 판결이 '파기환송' 되면서 비슷한 쟁점으로 대법원 판결을 앞둔 신 회장에게 불리해진 상태다. 이 부회장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수동적이고 비자발적 뇌물'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던 만큼, 신 회장의 상고심에서도 '수동적 뇌물 공여'라는 점을 인정한 2심 판단을 깨고 파기환송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검찰은 신 회장이 면세점 특허의 대가로 부정하게 청탁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또 2심부터 병합 심리 중인 신 회장의 롯데시네마 배임혐의와 증여세 포탈 등 경영비리 혐의에 대한 유죄를 밝히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단 법률심을 다루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고 서울고법에서 사실심을 다시 진행하게 되면 신 회장에겐 다소 불리할 수 있다"며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단이 신 회장 재판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롯데는 상고심을 앞두고 김앤장과 엘케이비앤파트너스를 변호인단으로 꾸리는 등 만반의 대비에 나섰다. 롯데 측은 신 회장이 '강요형 뇌물 피해자'라는 2심의 판단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파기환송이 되면 롯데로선 뇌물혐의에 단초를 제공한 월드타워면세점의 특허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고, 호텔롯데 상장과 지주사 체제 완성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된다"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도 또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일단 롯데는 이번 재판에서 집행유예 확정을 가장 바라고 있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로 불리는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서라도 신 회장의 '경영 유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변이 없다면 호텔롯데 상장 시기는 내년쯤이 될 것으로 재계에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지난해 경영 복귀한 후 속도를 냈던 지주사 체제 완성 작업은 이제 거의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이번 상고심 판결이 롯데 사업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며 "파기환송 판결이 이뤄질 경우 신 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을 가능성이 높아 롯데는 또 다시 '경영 시계 제로'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롯데는 지난해 신 회장이 법정구속 된 후 8개월간 주요 사업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특히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 투자에 차질을 빚었고, 투자와 고용 계획도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약 4조 원 규모에 달하는 유화단지 건설을 추진했으나, 신 회장이 구속상태가 되면서 투자 결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또 8조 원 규모의 파키스탄 유화단지 투자 제의도 받았으나, 결정을 내리지 못해 기회를 잃었다.

이 외에도 롯데는 지난해 국내외에서 10여 건, 총 11조 원 규모의 M&A를 검토했지만 일부 계획을 포기하거나 연기하기도 했다. 또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 사업에도 난항을 겪었지만, 신 회장이 직접 나서지 못해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그 동안 해외사업과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 규모를 키워왔지만, 신 회장이 구속됐을 때는 모든 중요 결정을 보류하면서 성장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해외사업에서 투자 적기를 연이어 놓치면서 장기적으로 사업 전반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신 회장은 경영 복귀 후 1년간 롯데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왔다. 가장 관심을 쏟았던 것은 자신이 약속했던 그룹의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으로, 신 회장이 구속됐을 당시 모든 작업이 중단됐었다.

롯데는 지난 2017년 10월 롯데지주 설립 후 현행 공정거래법의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지난 11일까지 금융 계열사 매각을 완료,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시킨 상태다.

롯데는 올 초부터 공개매각을 통해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각각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과 JKL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지난 2일에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까지 통과했다. 또 롯데캐피탈의 지분도 일본 롯데홀딩스에 매각했고, 지난달 말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인 롯데액셀러레이터 지분 9.99%도 호텔롯데에 넘겼다.

여기에 신 회장은 롯데지주 안에 화학부문도 편입시켜 기업가치 증대와 주주 가치 제고도 꾀했다. 이를 위해 롯데지주는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과 롯데물산이 가졌던 롯데케미칼 지분 총 796만5천201주(지분율 23.24%)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입했다.

또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보통주 발행주식 총수의 10%에 달하는 1천165만7천 주 규모의 자기주식을 소각했다. 4조5천억 원 규모의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는 작업도 벌였다.

더불어 신 회장은 복귀 직후 향후 5년간 국내외 전 사업 부문에 걸쳐 5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혀 주목을 받았다. 신 회장은 유통 부문과 화학 부문을 그룹의 양 축으로 삼고, 2023년까지 사업 부문별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데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 5월에는 3조6천억 원을 투자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석유화학 공장을 완공했다. 이를 계기로 신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국내 대기업 총수 중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면담한 것은 처음이다. 이 외에도 신 회장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사업장에 방문해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투자 확대 및 협력 방안 등에 대해 고위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편집=아이뉴스24 디자인팀]
[편집=아이뉴스24 디자인팀]

하지만 중국 사드 보복에 따른 피해 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롯데가 일본기업과 합작사 형태로 사업을 전개한 사실이 알려지며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 신 회장이 풀어가야 할 과제도 많다.

현재 롯데가 일본업체와 합작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를 비롯해 일본 맥주 '아사히'를 수입·판매하는 롯데아사히주류, 복사기·프린터 등을 판매하는 캐논코리아비즈니스, '무인양품' 운영사인 무지코리아, 한국후지필름, 롯데JTB, 롯데미쓰이화학, 롯데엠시시 등으로 10여 개 가량이다.

또 면세점과 호텔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100% 갖고 있고, 롯데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미국 브랜드이지만 미국 본사를 일본이 인수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중국의 사드 보복과 일본과의 외교 갈등으로 잃은 손실 규모가 4조 원 안팎으로, 일반 기업에선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급한대로 보유 부동산을 처분해 부족한 자금 확보에 나서는 듯 하지만, 신 회장의 결단 없이 이 같은 일을 벌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재판에서 상고기각 결정이 나면 신 회장의 2심 판결이 확정돼 지금처럼 경영활동에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파기환송 결정이 나면 경영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생기게 된다"며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둔화로 국내 경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 회장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두고 재판부가 여러 여건을 감안해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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