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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보호무역주의 대응 안일함··· 삼성·하이닉스 안이했다"


반도체 소재·장비 전문가, 업계 '대기업 역할' 한 목소리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최근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안이한 인식이 반도체 분야의 소재, 장비 국산화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국은 범국가적 '제조 2025' 비전 아래 정부가 반도체는 물론 소재, 장비 국산화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 중이다. 일본 정부도 수출규제를 계기로 보호무역을 노골화하는 상황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정점에 위치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이 소재·장비 국산화에 기술개발, 구매 등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과 관련 업계 요구다.

7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공학한림원, 과학기술한림원이 공동 주최한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구출규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은 주장들이 쏟아졌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반도체 생산 대기업들이 최근 3년 중국, 인도, 동남아 등 IT제품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인한 반도체 슈퍼호황을 누렸음에도 보호무역주의로의 전환에 대한 변화를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도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전환한다는 점을 이번 수출규제를 통해서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반도체 및 글로벌 IT업계의 공급망 위기는 이번 수출규제가 처음이 아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워낙 큰 이슈로 자리하면서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지만 글로벌 IT업계의 공급망 우려가 심각했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당시에도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수요의 50% 이상을 일본 기업들에 의존했다. 반도체 웨이퍼를 공급하는 섬코·신에츠, 포토마스크를 공급하는 호야, 불화수소 공급사인 모리타화학 등의 생산시설이 대지진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생산 차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때도 중장기 대책으로 반도체 핵심 소재, 장비에 대한 국산화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결과적으로 진전은 없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대지진 이후 공급망 문제가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더 이상 국산화가 추진되지 않았다"며 "정부의 반도체 R&D 예산, 국책과제는 오히려 더 줄었다"고 덧붙였다.

제조업계 대기업들은 통상 복수의 공급처를 확보한다. 위기대응과 가격협상에서 단일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경우 EUV 포토레지스트를 일본 JSR, 신에츠케미컬, TOK 등 복수 업체들을 통해 공급받았다. 그러나 모두 일본업체들로 국가별 다변화는 추진하지 않다 보니 EUV 포토레지스트가 수출규제 항목으로 지정되면서 곤란을 겪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해외 공급처 다변화와 함께 핵심 소재, 장비의 국산화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도 최근 연간 1조원 이상의 R&D 편성, 관련 분야 해외기업 M&A 지원, 화학물질 인허가 간소화 등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7일 '일본의 반도체·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한양대 박재근 융합전자공학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7일 '일본의 반도체·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한양대 박재근 융합전자공학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소재, 부품, 장비 분야 중소·중견기업의 국산화 기술개발에 대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점도 이번 종합대책의 특징이다. 해당 업계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기술개발 기획과 실제 구매, 테스트베드 구축에서 더 적극적인 대기업 역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소재업체 솔브레인 박영수 사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경쟁력 있는 반도체 소자 개발을 목표로 해야 하는 만큼 중장기 로드맵에 근거,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기업 주도 국산화가 이뤄지고 학계와 중소기업이 여기 참여하는 식이어야 성공확률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카로 이종수 대표는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위해 소재, 장비 등 후방산업을 대대적으로 키우는 점과 비교하면 지금 국내 상황은 아쉽다"며 "대기업과 중소 공급업체들이 개발단계에서부터 협력한다면 경쟁력 있는 명품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회장은 "1980년대 우리나라에서 반도체를 처음 시작할 당시 지식, 기술은 물론 돈도 사람도 없었다"며 "그때보다 지금은 100배는 좋은 환경인데도 국산화를 시도하지 않으려 하다 보니 지금과 같은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와 대기업이 리스크를 감당하고 중소기업이 혁신에 필요한 속도와 시간 문제를 극복해야 살 길이 열릴 것"이라며 "이 부분에서 정부가 채찍질을 하는 게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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