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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스웨그에이지’ 김수하 “관객들 행복한 표정이 곧 내 마음”


“팀원들과 벌써 막공 얘기 하며 아쉬워 해…재연만 기다리고 있다”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4년간 외국어로 ‘미스 사이공’의 ‘킴’을 연기해 온 김수하는 요즘 국내에서 모국어로 진취적인 조선 여성의 모습을 찰떡같이 보여주며 감춰둔 끼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유럽투어를 끝내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진’ 역을 맡아 연습에 들어갔고 지난달 처음으로 국내 관객과 만났다.

‘스웨그에이지’는 시조가 국가 이념인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 역모 사건으로 백성들의 시조 활동이 금지됐으나 15년 만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조선시조자랑이 열리게 되고, 비밀시조단 골빈당은 이를 기회 삼아 조선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김수하가 연기하는 진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국봉관 제일의 시조꾼이지만 시조대판서 홍국의 딸이라는 비밀을 감추고 골빈당에서 활동하는 인물이다. 극중 김수하는 노래·연기와 함께 화려한 안무로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는 “킴만 오래 한 배우라서 춤을 못 출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학교에서 춤을 잘 추는 편이었다”며 “오히려 친구들은 ‘네가 어떻게 킴을 해?’ 그랬다. 워낙 평소에 쾌활하고 발랄하고 밝다보니까 그런 비련의 여주인공을 못할 거라며 놀리더라”고 밝혔다.

하루하루 소풍 가는 기분으로 공연을 하며 벌써 한 달 이상 남은 마지막 공연에 대한 아쉬움이 생긴다는 김수하. 그에게 남다른 애정의 작품과 캐릭터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창작 초연이라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새로운 경험이었을 텐데 어땠나.

“힘든 것보다 재미있었다. 배우들끼리 대화를 많이 하고 작가님 오실 때마다 붙잡고 ‘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 여쭤봤다. 각각의 배우들마다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생각한 것들을 얘기하면 작가님이 피드백을 주셨다. 작가님이 정해놓으신 길이 확실하게 있지만 우리가 얘기할 때 살짝 열어주시기도 했다. 그래서 너무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노래 가사나 대본을 수정해가는 과정이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끔 하는 것도 좋았다.”

- 한국어 대사와 가사로 자유롭게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그럴 것 같은데 나는 연출님이나 창작진, 스태프들에게 맞추는 편이다. ‘미스 사이공’의 경우 30년 넘게 유지해 온 그들의 매뉴얼이 있다. 그게 익숙해지다 보니까 이번에도 그분들의 약속에 맞춰서 연기를 했다. 한국말이라서 더 자유롭게 애드리브를 하는 건 없지만 순간순간 느껴지는 새로운 것들이나 이전과 다른 연기가 있으면 주저 없이 하고 연출님께 여쭤보는 편이다.”

 [사진=조성우 기자]
[사진=조성우 기자]

“사실 내가 진을 연기해서 흡사한 건지 진짜 진이 나랑 흡사한 건지 헷갈릴 정도다.(웃음) 무대에 서 있을 때 ‘내가 진을 연기해야지’ 이런 것보다 내 모습이 가끔 나올 때도 진으로서 융화가 돼서 좋게 나오기도 한다. 넘버 ‘놀아보세’에서 신나게 노는 장면은 수하로서 노는 마음도 사실 있다. 그때 정말 자유로움을 느끼고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아빠 역할을 하시는 임현수 선배님이랑 최민철 선배님 두 분을 내가 선배님으로 너무 사랑하게 돼서 두 분의 눈만 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캐릭터에 이입한 것도 있다. 그 선배님들을 너무 존경하고 사랑하고 아빠로 사랑하니까 그게 막 이제는 헷갈린다. 선배님들이 진짜 딸처럼 챙겨주시니까 거기에 빠져들게 돼버린다.”

- 같은 역할을 하는 김수연과는 절친처럼 보인다.

“나와 이지수·이상아가 93년생 모임을 만들었는데 거기에 수연이도 있었다. 내가 외국에 있어서 서로 얘기 듣고 응원만 하다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처음 만나게 됐다. 더블 캐스트 이름을 보고 그 수연이가 스쳐가긴 했는데 혹시라도 내가 먼저 연락했을 때 아니면 실수하는 거니까 짐작만 하고 있었다. 프로필 촬영하는 날 보고 ‘수연이 너 맞구나’ 이러면서 부둥켜안고 ‘같이 하게 돼서 너무 기쁘다, 어떻게 이렇게 만나냐’고 했다. 작품을 통해 만난 특별한 인연이 많다.”

- 캐스트에 따라 골빈당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진다. ‘단’ 3명과 ‘십주’ 2명의 특징을 진으로서 짚어본다면.

“이창용 오빠는 ‘친구 같은 십주’, 이경수 오빠는 ‘오빠 같은 십주’ 이런 느낌이다. 창용 오빠는 우리랑 동등한 선상에서 친구처럼 으쌰으쌰 하는 느낌이라면 경수 오빠랑 같이 할 때는 선장님 같다. 뿌리가 깊은 나무 같아서 흔들리지 않고 우리가 막 해도 중심을 딱 잡고 서 계셔주는 그런 매력이 있다. 창용 오빠는 흥 많은 친구 같아서 더 친근한 느낌의 골빈당이 나온다. 정말 다른 것 같다. 단의 경우 양희준 오빠는 동생 같으면서도 친구 같아서 내가 좀 더 챙겨줘야 될 것 같다. 이준영은 챙겨주고 싶은 동생 같은 단, 내가 길라잡이가 돼주고 싶은 그런 천진난만한 단이다. 이휘종 오빠의 단은 어른스럽다. 내가 진으로서 의지를 하고 용기를 얻는 매력이 있다. 실제로는 휘종 오빠랑 희준 오빠에게 내가 잔소리를 하는 편이다. 준영이가 오히려 형들 챙긴다.(웃음)”

- 최근에 방송 촬영 중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들었다.

“MBC ‘문화사색’ 녹화 때 희준 오빠랑 같이 작품 소개를 했다. PD님께서 카메라를 끄고 잠시 쉬었다 가자고 하니까 희준 오빠가 크게 한숨을 쉬면서 뒤로 360도 돌았다. 긴장이 풀려서 뒤로 기댔는데 의자에 등받이가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다치진 않았는데 너무 놀랐다. 그리고 내가 인터뷰할 때 희준 오빠가 ‘아 그렇군요’ 등 방송 리액션을 해야 되는데 자꾸 입을 헤 벌리고 넋 나간 모습으로 있으니까 PD님이 ‘희준씨 저희 방송이라 투샷 나가는 거라서 입을 그렇게 벌리고 계시면 안 되고 리액션을 해주셔야 돼요’라고 하셨다.(웃음)”

- 프레스콜 때 분장실을 함께 써서 좋다고 말한 게 인상적이었다.

“킴 할 때는 목 관리도 해야 되고 컨디션 관리를 계속 해야 되니까 분장실을 혼자 썼는데 이번엔 여자들끼리 분장실을 같이 쓴다. 항상 우리끼리 왁자지껄하니까 어제는 기선 역할 하는 정선기 오빠가 ‘오늘 공연 수하지?’ 이러면서 ‘수하가 오는 날엔 여자애들이 분장실에서 나오질 않아’라고 하더라고요. 다 우리가 안에서 무슨 얘길 하는지 엄청 궁금해 한다. 계속 혼자 있다가 언니들·또래들이랑 분장실까지 같이 쓰니까 진짜 놀러 가는 기분이다. 내일도 2회 공연인데 ‘힘들어’ 이런 맘이 아니라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수 있어’라는 생각에 설렌다. 소풍 가는 기분이 갈수록 더 심해진다. 이미 막공 얘기 하면서 ‘어떡해’라며 재연만 기다리고 있다.”

 [사진=조성우 기자]
[사진=조성우 기자]

“느낌이 다르긴 한데 신나고 재밌는 건 ‘놀아보세’랑 ‘이것이 양반놀음’이다. 아빠랑 듀엣 하는 ‘운명의 길’은 음악적으로 잘 보여서 너무 좋다. 내가 느낄 땐 음악적으로도 그렇고 가사도 그렇고 서로 동문서답하는 느낌이 많이 든다. 내가 하는 질문에 아빠는 내가 듣고 싶은 얘기를 해주지 않고 아빠의 질문에 나도 대립하는 대화들이다보니까 하면서 캐릭터로서 답답한 마음이 있지만 배우로서는 참 재밌는 부분인 것 같다.”

- 작품 자체도 흥이 있고 반응도 좋고 한국 관객들을 만나는 요즘 매일매일이 즐겁고 행복할 것 같다. 어떤가.

“‘놀아보세’에서 진이 백성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나오지 않나. 관객들이 백성들의 얼굴도 보고 내 얼굴도 보시면서 정말 행복한 표정을 짓고 계신다. 뭔가 힐링되는 그런 기분을 느끼시는 것 같아서 ‘나와 같은 마음이구나’ 싶더라. 그렇게 행복해하시면 나도 너무 좋다. 그리고 피드백이 바로바로 오니까 재미있다. 단 한 번도 졸고 계신 관객을 본 적이 없다. 가끔 SNS에서 ‘외쳐 조선’을 검색해본다. ‘공연이 너무 재미있다’ ‘힐링된다’ ‘김수하라는 배우가 있었네, 앞으로가 기대된다’ ‘보길 잘했다’ 이런 리뷰를 보면 기분이 정말 좋다. 외국에서는 한국처럼 리뷰들이 활성화돼있지 않다. 관광객들이나 한 번 보고 가는 분들이 많아서 보고 즐기고 가시지만 뭔가 남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내가 그런 게 목말랐던 것 같다. 스테이지도어 밖에 나가서 몇 마디 하는 걸로는 채워지지 않는 게 있다 보니까 어떻게 보셨는지 얘기해주시는 거에 더 힘을 얻는다.”

- 한국 공연문화의 특별한 점이 있나.

“웨스트엔드는 관광객 위주로 하는 작품들이 많다보니까 한번 보고 즐기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한국과 일본은 여성관객이 많고 여러 번 보시는 분들이 많지 않나. 또 영국은 원 캐스팅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이고 한국은 더블이나 트리블 캐스팅을 믹스해서 많이 보신다. 그런 게 다르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원 캐스팅의 경우 주연이 집중력 있게 끌고 가서 탄탄하고 1년이 지나도 퀄리티가 똑같은 느낌이 있다. 캐스팅이 바뀌면 매일 신선하고 다양한 분위기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것이 재미있다.”

- 뮤지컬 인생에 ‘스웨그에이지’가 어떤 기억으로 남을 것 같나.

“진짜 잊지 못할 작품이다. 모든 게 내게 다 처음이지 않나. 창작도 처음이고 학교 작품 이후로 또래 배우들과 같이 하는 것도 처음이다. 창작진도 다 데뷔하는 신인이다 보니까 의미가 깊다. 다들 처음은 못 잊지 않나. 내가 인생 처음으로 본 뮤지컬 공연을 통해 뮤지컬배우를 꿈꿨던 것처럼 우리 작품의 ‘나의 길’이라는 곡을 들으면서 정말 감동받았다는 관객의 메시지를 받았다. ‘내가 이제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 ‘나를 봐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구나’ 그런 마음이 들더라. 참 운 좋게 너무 좋은 작품을 만나게 돼서 감사하고 잊지 못할 것 같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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