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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선현 “미술, 예술로 트라우마 극복해가는 과정의 산물”


대한트라우마협회·중국 오채기금 공동 주최 한중교류 ‘소통-치유전’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그림을 통해서 본인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미술치료입니다. 미술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언어가 필요 없다는 것이죠. 이번 전시에서는 트라우마를 예술로 극복해가는 과정을 전하고 싶어요.”

김선현 차의과대학 미술치료학과 교수(대한트라우마협회 이사장)는 트라우마를 미술로 치유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한중교류 ‘소통-치유전’ 총감독으로 나섰다.

김 교수는 국내 트라우마 미술치료의 권위자로 세계미술치료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중·일 임상미술치료학회장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는 세월호·위안부 피해자, 제주 4·3 유가족 및 피해자, 포항 지진·강원도 산불 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치유활동을 수행해왔다. 해외에서는 네팔 지진·동일본 대지진·중국 쓰촨성 대지진 피해자의 트라우마 미술치료를 진행했다.

“지진 트라우마 환자가 있는 병원에서 심리 자문을 하면서 혼자 연구하고 인터뷰를 하러 다녔어요. 작년에 중국 그림에 대한 책을 쓰다가 쪼우춘야라는 유명한 작가를 만나게 됐어요. 그 작가가 오채기금의 이사장이었습니다. 그는 오채기금을 통해 쓰촨성 지진에 의해서 장애아가 된 200여명의 아이들에게 10년 동안 생활비를 지원하고 미술을 가르쳤어요. 유명한 화가들이 자신의 그림을 전시하고 팔고 하면서 기금을 마련해온 거예요. 아이들은 성장해서 미술대학에 진학을 했고 저는 그것을 보면서 예술이 갖고 있는 치유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김 교수는 처음엔 중국의 유명한 작가들을 중심으로 4대천왕 전시를 계획했으나 4대천왕들이 오채기금과 뜻을 같이 할 것을 제안해 ‘소통-치유전’을 진행하게 됐다. 포항 지진 피해 어린이들은 이후 합류하게 된 것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를 경험하면 비정상적 심리적 반응인 트라우마가 생긴다. 김 교수는 “특히 자연재해 같은 경우 놀라고 감정조절도 안되고 신체적인 부상을 입게 돼 정신적·심리적 충격을 받는다”며 “이걸 말로 표현하거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미술치료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림을 통해서 감정을 색깔이나 형태로 표현하면 일단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어요. 감정을 발산하면 차분하게 정리가 되기 때문에 안정을 찾을 수가 있거든요.”

스촨성 지진 피해 어린이들의 극복 과정과 사례를 묻는 질문에 김 교수는 “여러 사례가 있는데 트라우마 쪽도 대부분은 다 안정이 된다”고 답했다.

오채기금의 지원을 받아 그림을 그려온 쓰촨성 지진 피해 학생인 야오야오는 이번 전시를 위해 ‘기인’이라는 작품을 내놨다. 전시에 초대돼 서울에 방문한 그는 “그림을 그리면 집중하기 때문에 내가 느낀 불행과 힘듦을 생각할 틈이 없고 그림에만 집중하게 된다”며 “매일매일 꼭 그림을 그려야지만 오늘이 의미 있고 행복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사춘기 때 사고를 당한 아이들, 고아가 된 아이들이 많아요. 그들이 상황을 인정하고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공부를 해서 사회의 한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은 굉장히 큰 치료의 효과라고 볼 수 있어요.”

김 교수는 이번 전시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에 대해 “미술작품이 트라우마를 예술로 극복해가는 과정의 산물이라는 것과 예술이 주는 사회적인 공헌도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이 예술을 통해 트라우마라는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국경도 이념도 없다”며 “양국의 감정을 녹여내는 역할도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이어 “중국은 작가들이 자기가 배운 만큼 공헌을 한다”며 “국내에서는 내가 오채기금과 같은 재단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소통-치유전’에서는 오채기금의 지원을 받은 학생 작품 40여점과 교사 작품 10여점,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지역의 어린이 작품 20여점을 볼 수 있다. 서울전시는 다음달 11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디자인둘레길에서 열린다. 다음달 15~30일엔 포항시청으로 옮겨 전시를 이어간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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